투자의 맥

코스피 지수가 5월 31일 이후 3개월 만에 2000선을 돌파했다. 코스피 지수는 8월 22일 1849를 저점으로 8.4% 정도 상승했다. 코스피 지수가 예상치 못한 기습적인 상승을 나타낸 것은 외국인의 도움이 컸다. 외국인 자금이 8월 23일부터 지속적으로 유입돼 5조200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14거래일 연속 순매수에 나선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이다.

한국으로 외국인의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고 있는 이유는 첫째, 동남아 금융 위기 우려 부각 이후 상대적으로 펀더멘털이 양호한 한국에 외국인의 관심이 높아졌고 둘째,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확대되며 국내 기업들의 수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유럽에 이어 중국의 경기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8월 제조업 지수는 55.7로, 2011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다소 주춤했던 제조업 경기의 회복 기대가 높아졌다. 또한 중국의 8월 실물 경제지표들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호조를 나타냈다. 중국의 8월 산업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10.4% 증가해 17개월 내 최대 폭으로 증가했고 소매 판매도 13.4% 증가해 전월치 13.2%와 시장 전망치 12.9%를 웃돌았다. 중국의 7~8월 실물 경제지표 개선으로 3분기 경제성장률이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추가 상승의 기로에 선 코스피, 외국인·기관‘격돌’… 변동성 커질 듯
중국 관련 소재·자본재 섹터의 비중 늘릴 때

시장의 고민은 코스피 지수가 2000을 돌파함에 따라 ‘추가적인 상승이 진행될 것인지’ 아니면 ‘과거 반복됐던 매물 출회로 조정 국면에 진입할 것인지’하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당분간 외국인들의 강한 순매수 기조로 2000 이상의 상승을 기대할 수 있지만 개인 및 기관 매물 출회로 수급 대립이 점차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주식시장의 가파른 상승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지속되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지난 7월 말 69조7000억 원에서 현재 68조 2000억 원으로 1조5000억 원 정도 줄어들었다. 펀드 환매 압력이 높아지며 투신권의 순매도세가 최근 두드러지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의 수급 대립 구조가 심화되는 과정에서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지만 완만한 상승 추세는 조금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추석 연휴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의 불확실성, 최근 국내외 증시 급등에 따른 조정 가능성을 감안한다면 불확실성에 대비한 일정 부분 차익을 실현하는 단기 트레이딩 전략이 필요하다.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특정 섹터가 아닌 ‘바이 코리아(Buy Korea)’ 형태의 인덱스 투자를 지속하고 있어 시가총액 상위 업종의 상승 탄력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외국인들의 매수 규모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지수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섹터 전략에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 정보기술(IT)·자동차는 환율의 불확실성과 국내외 투자자들의 과도한 보유 비중을 감안할 때 상승 때마다 국내외 투자자들의 차익 매물이 더 크게 출회될 것으로 보여 당분간 중국 관련 소재·자본재 섹터의 비중을 늘리는 슬림화 전략으로 대응하는 게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



정문희 NH농협증권 투자전략팀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