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6배 빠른 초고속 와이파이 내놔

미국 항공사들의 하늘 위 와이파이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미국 최대 기내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 ‘고고’가 지금보다 6배 빠른 와이파이 서비스를 내놓으면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고고가 위성과 결합된 새 와이파이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인터넷 속도를 개선하기 위한 항공사들의 투자도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9월 1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현재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미국 국내선 항공기는 전체의 약 58.1%로, 2년 전(35%)보다 크게 늘었다. 2015년까지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미국 항공기는 약 8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1만 피트 이상 고도에서도 태블릿 PC 등 일부 모바일 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호재다. 현재는 3만 피트 이상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ISSUE&TOPIC] 하늘길에서의 ‘와이파이 전쟁’
고고가 개발한 와이파이 시스템은 위성과 통신탑을 연결해 비행기에서의 인터넷 이용 속도를 개선했다. 고고는 현재 3Mbps(초당 메가비트) 속도의 와이파이 서비스를 1700대 항공기에 제공하고 있고 지난해 10Mbps 속도의 서비스를 선보였다. 새 서비스의 속도는 최대 60Mbps에 이른다.

지금까지 기내 와이파이의 가장 큰 문제는 느린 속도였다. 비행기 한 대당 200명까지만 접속할 수 있는 데다 여러 명이 동시에 접속하면 속도에 문제가 생겼다. 기내 와이파이의 1일 이용권은 14달러, 월간 이용권은 34달러 정도지만 고객들은 느린 속도를 이유로 외면해 왔다. 마이클 스몰 고고 대표는 “고고의 올 상반기 손실액만 7050만 달러에 이르지만 매출이 상승세에 있고 인터넷 연결에 대한 수요가 끝없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시장조사 업체 허니웰인터내셔널에 따르면 미국 비행기 이용객 10명 중 9명은 모든 비행기가 와이파이를 제공해야 한다고 답했다.


속도+가격 경쟁력 갖춰야
월스트리트저널은 속도 문제를 개선한 와이파이가 나오면서 항공사 간의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버진아메리카는 내년 하반기 고고의 새로운 와이파이 서비스를 도입한다. 이후 53대 항공기로 사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젯블루에어웨이가 지난주 정부로부터 비아샛(ViaSat)이라는 고성능 위성 와이파이 사용을 승인받은 게 버진아메리카를 자극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풀이했다. 인터넷 서비스 인프라가 열악했던 젯블루에어웨이는 연말부터 비행 중에도 넷플릭스나 훌루 등을 통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2015년까지 모든 항공기로 이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델타항공은 미국 국내선 170편에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연말까지 국제선을 포함해 1550편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중국과 일본도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 도입에 적극적이다. 에어차이나는 7월 중국 항공사 최초로 베이징발 청두행 에어차이나 항공기에 와이파이 서비스를 선보였다. 동방항공 역시 조만간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일본항공(JAL)은 지난해 뉴욕을 시작으로 ‘JAL 스카이 와이파이’를 시작했고 시카고와 로스앤젤레스 등으로 서비스 노선을 확대했다. 독일 루프트한자항공은 지난해 부산~서울~뮌헨 노선에서 무선 인터넷 서비스 ‘플라이넷’을 도입하기도 했다. 국내 항공사들은 국내선의 비행시간이 1시간 이내로 짧고 유료 와이파이 시장이 아직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도입을 꺼리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TMF어소시에이션의 팀 파라 대표는 “지난 수년간 와이파이 서비스는 무료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성장해 왔다”며 “업체들이 고민해야 할 과제는 속도에 이어 가격 경쟁력”이라고 지적했다.


김보라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