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930호 (2013년 09월 23일)

[SUPER MOUTH] 최초의 외국인 총재…금리 인상 ‘NO’

기사입력 2013.09.27 오전 10:08

마크 카니 영국은행(BOC) 총재는 ‘선제 안내의 선구자’로 불린다. 시장이 예측할 수 있게 정책 밑그림을 미리 안내한다는 데서 붙은 별명이다. 강연이나 연설을 통해 향후 통화정책을 미리 제시해 시장 반응을 유도하는 ‘구두 개입’ 전략은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이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SUPER MOUTH] 최초의 외국인 총재…금리 인상 ‘NO’

카니 총재는 지난 8월 말 영국 중부 도시 노팅엄에서 영국 상공회의소 소속 기업인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최저 수준인 기준 금리 정책에 대한 향방을 밝혔다.

“지난 5년간 미국이 5%, 호주가 13% 성장할 때 영국 경제는 3%를 밑도는 성장에 그쳤습니다. 영국은행은 현재 7.8%인 실업률이 적어도 7%로 떨어질 때까지는 금리 인상에 대한 검토에 들어가지 않을 것입니다.”
현재 통화정책을 유지해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를 위축시키지 않겠다는 그의 말에 영국 파운드화의 달러 대비 환율이 치솟기 시작했고 두 달여 만에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에도 카니 총재는 영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계속해 돈을 풀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반영했다.

카니 총재는 현재 영국에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대중의 관심이 쏠려 있어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고 영국 언론은 그의 사생활까지 파파라치를 동원해 쫓고 있다. 일례로 영국의 한 미디어는 카니 총재가 부인과 옥스퍼드 샤이어의 한 음악 축제에 나타난 것을 대서특필하며 “라일락 폴로셔츠와 구겨진 반바지, 스웨이드 로퍼를 신은 카니 총재가 축제 현장에서 아내와 산책하고 있다”, “그는 잔디에 누워 음악을 들으며 스트레칭 운동을 하고 있다”, “아내와 장난을 치거나 포옹했다”, “카니 가족은 공원 주변의 저택에서 머물렀다” 등 일일이 보도했다. 이 기사의 인터넷판에는 그의 인기를 입증하듯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려 있다.

캐나다인 카니 총재의 이 같은 인기는 잘생긴 외모와 재치 있는 입담을 자랑하며 늘 화제를 몰고 다니기 때문이다. 영국은행은 설립 319년 만에 최초로 총재 자리에 외국인인 카니를 앉혔다. 금융의 지존국인 영국에서 이례적인 일이었다. 카니 총재가 오기 전 멜빈 킹 전임 총재에 대한 평가는 좋지 않았다.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위기로 타격을 받은 모기지 전문 은행 노던 록의 위기 대처에 대한 중앙은행의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그에 대한 글로벌 파이낸스의 세계 중앙은행 총재 평가 역시 2011년, 2012년 ‘B’와 ‘B-’로 악화 일로였다. 반면 ‘A’ 등급을 받으며 승승장구하던 카니 전 캐나다중앙은행 총재를 영국은행이 전격 영입하기로 결정해 지난 7월 취임하게 됐다.

카니 총재는 캐나다중앙은행 총재 시절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고 통화정책을 시행 전 미리 알리는 ‘선제적 안내(foward guidence)’를 통해 시장에 개입해 왔다. 카니 총재의 한 발 앞선 움직임과 경고 덕분에 캐나다 경제는 미국과 유럽 등 다른 선진국과 달리 침체를 피할 수 있었다.

영국인들은 카니 총재를 통해 영국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희망을 투영하는 듯하다. 실제 카니 총재는 화려한 언변을 통해 “영국 경제는 갈수록 좋아질 것”, “태양이 다시 나오고 있다” 등 희망의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 멜빈 킹 전 총재가 여러 자리에서 “긍정적인 지표들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멀고 험난한 길”, “불확실성이 더해진 것으로 판단한다”, “1930년대 이후 지금처럼 예측이 어려운 침체를 겪은 적이 없다” 등 부정적인 메시지를 던진 것과는 상반된다. 시기적으로 상황이 다르겠지만 긍정의 힘을 전하는 그에게 대중의 인기가 쏠리는 것은 어느 정도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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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3-09-27 1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