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930호 (2013년 09월 23일)

[SUPER MOUTH] ‘글로벌 한은’깃발… ‘독립성 우선’ 마이웨이

기사입력 2013.09.27 오전 11:09

내년 3월 말 임기를 마치는 김중수 한국은행(이하 한은) 총재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김 총재는 대표적인 MB(이명박) 맨으로 불린다. MB 정부의 금융권 인맥 가운데 박근혜 정부에서도 살아남은 마지막 인물이기도 하다. 내정자 시절의 “한은도 정부다”는 발언은 아직까지도 그의 발목을 잡는다. MB 정부 시절에는 정부의 경제정책과 발을 맞추면서 기준 금리를 결정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김 총재가 한은의 엄격한 ‘독립성’을 내걸자 이번에는 이중 기준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SUPER MOUTH] ‘글로벌 한은’깃발… ‘독립성 우선’ 마이웨이

지난 4월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김 총재는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 차와 기준 금리 문제를 두고 불협화음을 냈다. 당시 4월 11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정부·청와대·여당은 전방위로 김 총재에게 기준 금리를 내리라고 요구했다. 박근혜 정부의 초기 목표인 ‘경기 부양’을 달성하려면 추가경정예산과 함께 한은의 통화정책이 뒷받침돼야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김 총재는 이를 냉담하게 거절했고 기준 금리를 현행(4월) 연 2.7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낮은 수준의 금리를 더 내릴 정도의 경제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에서였다. 중앙은행의 ‘독립성 훼손’ 논란도 고려한 것으로 보였다. 김 총재는 외부에서의 금리 인하 압력은 금리를 결정할 때 중요한 변수는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김중수의 마이웨이’, ‘불통 중수’라는 비난이 일었다. 당시 한 경제 전문가는 “이제 중앙은행은 인플레와 맞서 홀로 싸우는 고고한 전사의 이미지만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며칠 뒤 미국 워싱턴 출장길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 총재는 “중앙은행은 당장 오늘만 보고 금융정책을 펴지 않는다”고 변하지 않는 입장을 고수했다. 기준 금리를 정부 정책과 타이밍을 맞춰 내릴 수는 없다고 수차례 말해 김 총재는 글로벌 금융계에서 매파(물가 안정론자)로 분류됐다.

하지만 며칠 후인 5월 초 경기 회복을 위해 중앙은행의 유연한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며 기준 금리를 연 2.50%로 내리자 한은이 정부의 지속적인 압박에 ‘백기 투항’했다는 해석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재임 기간 동안 김 총재의 업적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한은 총재의 존재감을 확실히 보였다는 점이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글로벌 한은’을 외쳤고 국제통화기금(IMF), 국제결제은행(BIS) 회의 등에 적극적으로 참석하는 열의를 보였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그의 지나친 해외 출장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그는 ‘중앙은행 총재로서 반드시 필요한 업무’라며 굴하지 않았다. 금융 변방국이나 다름 없는 한국이 부지런히 움직여야 남들이 알아준다는 입장이었다. 김 총재는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과 수시로 교류하면서 네트워크를 탄탄하게 쌓아 갔고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가 그에게 스스럼없이 인사할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유창한 영어 실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이력, 국제화에 대한 특별한 노력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국제무대에서 금융의 ‘국가 대표’로 우리 측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전달했다는 점에서 그는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분명 이전 총재들과는 다른 행보이기 때문이다.

한은의 수장으로서 그에게 남은 시간은 200일 남짓. 최근 김 총재는 “리먼브러더스 사태의 원인이 된 각국 금융 부문 간의 연계성이 오히려 강해지고 있다”며 국내 은행장들에게 “앞으로 국제적인 금융 이슈에 관심을 두고 봐 달라”고 당부했다. 금융 위기 이후 통화정책을 시행하는 중앙은행의 역할이 판이하게 달라진 점을 지적하며 “경제학계에선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하는데 이견이 없다”고도 했다. 고민의 바통은 차기 총재에게 넘겨지게 됐다. ‘포스트 김중수’에 대해서는 별다른 후보군이 거론되지 않은 상황이다.


김민주 기자 vit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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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3-09-27 1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