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주 스파코사 대표

아이를 키워 본 사람은 안다. 밤에 아이가 울면 얼마나 마음을 졸이는지, 아플 때 얼마나 괴로운지, 뭘 원하는지 모를 때 얼마나 답답한지 말이다. 말 못하는 어린 아기들은 말할 것도 없고 말하는 나이가 되더라도 아기들의 표현은 서툴게 마련이다. 뭘 원하는지, 왜 우는지 모를 때가 많다. 특히 첫 아이를 키울 때는 모든 것이 불안하고 답답하다.
[한국의 스타트업] 아이 월령 따른 맞춤형 육아 정보 ‘특화’
아이를 키울 때 모두가 이런 똑같은 괴로움을 겪는데 이와 관련된 확실한 솔루션이 없다는 것도 놀라울 따름이다. 수천 년의 시간이 흘러도 비가 오면 우산을 쓰는 극도의 원시적인 방법 외에는 없는 것처럼 아기가 울면 그저 마음을 졸이고 안타까워하면서 수천 년, 수만 년의 시간이 흘렀다.

아이를 키우면서 수많은 부모들이 필요로 했던 정확한 정보와 해결책을 제공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갖고 시작한 회사가 스파코사다. 아빠들이 공통의 문제의식을 가지게 됐다는 점도 흥미롭다.


네오위즈에서 시작된 인연
스파코사는 육아를 하면서 생기는 여러 어려움들을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남자들이 모여 만든 회사다. 이들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물론 각자의 개성에 맞게 문제의식에서 방점을 찍은 분야는 조금씩 달랐고 각자 다른 솔루션을 구상하고 있었다.

서울대 경영학과 93학번인 조우주 대표는 인터넥스라는 회사에서 병역 특례로 군 생활을 대신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네오위즈에 입사했을 당시 네오위즈는 상장한 지 얼마 안 된 시점. 그는 세이클럽 아바타 제휴 및 콘텐츠 제휴 분야를 맡았고 피망 모바일 사업도 담당하게 됐다. 게임 업체에 있다 보면 중후장대한 게임 비즈니스를 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게 돼서 그런 것일까. 그는 2004년 엔씨소프트로 옮겨 길드워 국내 사업을 총괄하는 등 해외 업무를 주로 담당했다. 그런데 그러다가 다시 2007년 친정인 네오위즈인터넷(전략기획실장)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세 군데 회사를 거치면서, 그리고 이 회사들에서 주로 게임 및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일을 하면서 그에겐 좀 더 가치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싹튼 것 같다. “다른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 CJ로 옮겼어요. 지주회사로 갔죠.” 여기서 그는 뜻밖에 교육 관련 일을 했다. CJ가 교육 분야를 담당할 자회사를 설립하는 과정의 실무를 책임진 것이다. CJ에듀케이션즈 설립 과정에 참여한 뒤 조 대표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교육, 특히 영·유아 관련 교육 분야의 일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좀 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그의 오랜 생각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그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함께 네오위즈에 있었던 김영준·김원기도 교육 사업을 고민하고 있었다. 물론 교육이라는 카테고리에서만 큰 틀에서 비슷했을 뿐 비즈니스 아이템은 조금씩 달랐다. 조 대표는 우선 김영준과 뜻이 통해 함께하기로 했다. 기획력이 뛰어나고 아이디어가 많은 김영준이 합류하게 된 것은 그 역시 교육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지만 조 대표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점점 커 나가는데 아이들에게 뭔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만들자.”


‘육아 어려움 해결’ 아빠들이 나서다
2012년 5월 조 대표가 스파코사를 설립하고 바로 다음 달에 기술보증기금 보증으로 벤처기업 인증도 받았다. 얼마 안 돼 김영준 이사가 합류했다. 초기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조 대표가 생각한 것은 우선 육아와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자는 것. 그다음에 각종 교육 관련 콘텐츠나 육아와 관련된 상품의 연계도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즉 우선 정보와 네트워크를 통해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그다음에 다양한 분야의 사업 확장을 고려한 것이다.

“그래서 처음 할 때 정확한 정보나 콘텐츠의 질, 이런 것을 우선시했던 것 같습니다. 일단 애플리케이션 자체는 외주를 주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조 대표의 설명이다. 그런데 여기서 차질이 생겼다. 외주를 맡겼는데 그 회사에 어려움이 생긴데다 개발 과정에서 상호간에 원하는 수준이 달라 피차 어려웠다. “그때 알았어요. 스타트업은 외주를 맡기면 안 되는구나. 영혼이 없는 서비스가 나오겠구나 하는 깨달음이 왔죠.”
[한국의 스타트업] 아이 월령 따른 맞춤형 육아 정보 ‘특화’
주춤주춤하는 사이 다른 서비스들이 먼저 나왔다. 사람들이 하는 고민은 비슷한 법. 이런 고민을 나만 하란 법은 없다. 맘스토리·해피맘·스마일맘 등 유사한 발상에서 시작된 서비스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일을 서두르려고 하다가 되레 뒤처진 셈이 됐다.

그래도 이런 과정을 통해 내부 개발진의 소중함을 깨달은 것은 대단한 소득인 셈이다. 때마침 네오위즈 시절부터 실력을 알고 있었던 김원기 씨 역시 교육 사업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조 대표가 설득에 나섰다. 김원기 이사가 합류해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으면서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김원기 CTO가 들어오면서 네오위즈 출신 창업 멤버가 완성됐다. 모두가 아이의 아빠들이고 10년을 훌쩍 넘긴 직장 생활 경험을 통해 육아와 교육이라는 분야의 좋은 서비스에 대한 절실함을 가슴에 품은 이들이 뭉친 것이다. ‘육아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아빠들이 뭉쳤다.’ 이들의 스토리를 들으면서 나는 계속 이런 생각이 났다.

이렇게 해서 닥터베베가 올 7월 출시됐다. 바른의학연구회와 손잡고 제대로 된 의학 정보를 제공한다. 나온 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아직 정보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물론 닥터베베는 모든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을 표어로 삼지는 않았다. 제대로 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이들에게 중요하다. 앞으로 콘텐츠가 더욱 풍성해질 것이란 게 조 대표의 설명.

아이의 생년월일만 입력하면 성장·건강·음식·놀이 등 육아에 필요한 정보를 아이의 월령에 맞춰 알려준다. 아이의 키와 몸무게를 입력하면 표준 성장 데이터와 내 아이의 상태를 비교해 볼 수도 있다. 사진이나 글을 올리는 등 육아 일기를 작성하는 것도 가능하고 커뮤니티 기능을 통해 비슷한 연령대의 아이를 가진 또래 부모들과 육아를 하며 겪는 고민과 정보를 공유할 수도 있다.

좋은 서비스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항상 나올 수밖에 없는 문제지만, 돈을 어떻게 버느냐가 역시 중요하다. 좋은 정보를 큐레이션해 제공하고 세상에 유익한 가치를 제공할 수는 있겠지만 무엇으로 수익을 낼까.

이에 대해 조 대표는 닥터베베는 서비스의 출발점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유익한 정보로 사람들을 모은 후 이들을 대상으로 한 상품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다.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수익 모델이 가장 검증된 분야는 게임과 커머스입니다. 우리는 커머스 모델을 곧 출시할 계획입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단계별로 필요한 물품을 정기 배송하는 방식이죠. 이른바 베베박스라는 것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육아나 어린이 교육과 관련된 서브스크립션 서비스의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원기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wonkis@hankyung.com
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