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 포털 네이버에 대해서는 두 가지 감정을 갖고 있습니다. 전 세계 인터넷이 사실상 구글 손에 넘어간 상황에서 꿋꿋하게 지키고 있으니 대단하다는 게 첫 번째 생각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혁신보다 ‘구글 따라하기’에 안주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이대로 가면 언젠가는 구글한테 덜미를 잡힐 수 있다고 봅니다. 네이버와 구글을 모두 쓰는 사용자로서 느끼는 생각입니다.
[광파리의 IT 이야기] 구글한테 쫓기는 네이버, ‘고객 감동’ 초심으로 돌아가야
국정감사 자료에서 나온 코리안 클릭 수치는 꽤 놀랍습니다. 9월 순방문자 수에서 구글이 네이버를 턱밑까지 추격했습니다. 네이버가 3125만 명으로 1위, 구글이 1973만 명으로 3위입니다. 구글 서비스인 유튜브 순방문자 1047만 명을 더하면 구글이 3020만 명으로 2위 다음을 추월함은 물론이고 네이버와의 격차가 105만 명밖에 안 됩니다. ‘구글+유튜브’가 네이버를 추월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페이지뷰에서는 아직 격차가 크다”고 반박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금은 한가한 논쟁을 할 시기가 아닙니다. 구글이 치고 올라오는 추이가 중요합니다. 4년 전인 2009년 9월만 해도 구글은 순방문자 기준 50위(유튜브 제외)에 불과했는데 2010년 36위, 2011년 8위로 뛰어올랐습니다.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할 때부터 예상했지만 놀랍습니다.

구글은 2006년 한국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네이버는 처음엔 긴장했지만 3년, 4년이 지나도록 구글의 검색 점유율이 한 자릿수에 그치자 안도했습니다. 소비자들도 “한국에서는 네이버면 됐지 굳이 구글을 쓸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곤 했죠. 네이버 통합 검색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지금도 “구글 검색은 불편하다”고 말합니다. 그런데도 구글의 순방문자 순위가 급등했다는 것은 인식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겠죠.


‘싸이월드도 페이스북에 밀렸다’
국내 검색 점유율만 보고 구글이 어떻다고 말하는 건 위험합니다. 구글은 지금 크롬과 안드로이드를 앞세워 세계를 장악해 가고 있습니다. 크롬은 스탯카운터의 페이지뷰 기준 집계로는 이미 세계 브라우저 시장의 53%를 장악하며 선두에 나섰습니다.

더 위협적인 것은 안드로이드입니다. 전 세계 스마트폰의 7할에는 안드로이드 OS가 깔립니다. 구글은 이걸 활용해 구글검색·구글지도·G메일 등 자사의 각종 서비스를 폰에 탑재합니다. 안드로이드폰은 사실상 구글의 모바일 플랫폼이죠.

구글 서비스에 익숙해지다 보면 네이버 서비스 중 상당수가 구글 서비스를 베꼈거나 경쟁력에서 구글에 뒤진다는 걸 알게 됩니다. 가령 네이버 N드라이브나 네이버 오피스는 협업 편의성이나 글로벌 경쟁력에서 구글 드라이브의 적수가 못 됩니다.

서비스의 기본인 검색에서는 구글과 네이버가 철학부터 다릅니다. 네이버는 콘텐츠를 가두는 폐쇄적 검색을 지향하는 반면 구글은 전 세계 콘텐츠를 뒤지는 개방적 검색을 지향합니다. 소비자는 당연히 개방을 원합니다. 그렇다면 어느 순간 네이버 검색이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비교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국내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이 구글 서비스에 익숙해져 간다는 것은 네이버한테는 큰 위협입니다. 네이버가 구글을 막아내려면 소비자를 감동시키겠다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천하의 싸이월드가 페이스북한테 밀려났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