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경기 회복 효과로 두 달 연속 올라… 장기적으론 추가 하락 여지

KB국민은행이 발표하는 월별 주택 가격 동향 따르면 9월부터 10월까지 2개월 연속 집값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하반기부터 서울 아파트에서 시작한 주택 가격 하락 추세가 마무리되고 새로운 상승 국면으로 접어든 것일까. 거시경제 변수와 관련해 보면 집값이 안정 추세에 접어들고 있지만 추세적 상승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에서는 제도적인 측면을 무시하고 거시경제 변수 중심으로 주택 가격 변동을 분석해 본다. 우선 주택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로 주가(KOSPI), 가계 대출금리, 소비자물가,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를 선정했다. 주가가 상승하면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부(wealth)가 늘어난다. 금리가 낮으면 낮을수록 가계는 돈을 빌려 주택을 사려고 한다. 물가가 오르면 금융자산보다 실물자산이 선호된다. 경기가 좋아야 고용이 늘고 주택을 매입하려는 사람이 더 많아진다.


주택 가격 핵심 변수는 금리와 경기
이 변수들이 주택 가격 변동을 얼마나 설명해 주는지 알기 위해 벡터자기회귀모형(Vector Autoregressive model)을 구성하고 분산 분해해 보았다. 분산 분해는 모델에 포함된 변수들이 주택 가격 변동을 얼마나 설명해 주는지를 보여준다.

이에 따르면 우선 주택 가격은 상당히 오랫동안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성향을 갖고 있다. 예를 들면 1개월 후의 주택 가격 변동을 자기 스스로 95.4%나 설명하는 것이다. 이달에 주택 가격이 올랐으면(떨어졌으면) 다음 달에도 상승(하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 정도는 점차 줄어드는데, 1년 후의 주택 가격 변동에 대한 설명력은 65.9%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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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에 포함된 변수 중 주가나 소비자물가는 주택 가격 변동에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가계 대출금리나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주택 가격 변동을 상당 부분 설명해 주고 있다. 특히 가계 대출금리는 1년 후의 주택 가격 변동을 23.3%나 설명해 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현재의 경기 상태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1년 후의 주택 가격 변동을 10% 정도 설명해 줬다.

결국 금리가 하락하거나 경기가 좋아져야 주택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낮은 금리는 주택 가격 상승 요인이다. 은행의 가계 대출금리가 2012년 1월에 5.80%였지만 올해 6월에는 4.11%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당분간 금리가 크게 오를 가능성은 낮다. 왜냐하면 우리 경제가 잠재 능력 이하로 성장하면서 디플레이션 압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올 들어 10월까지 소비자물가가 1.2% 상승하는 데 그친 것이 바로 그 증거다.

한편 주택 가격에 영향을 주는 경기도 부분적으로 회복되고 있다. 현재의 경기 상태를 나타내는 통계청의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올 들어 하락을 멈추고 느리지만 증가세로 전환되고 있다. 동행지수에 6개월 정도 앞서가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지난 6월부터 비교적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경기가 더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 9월에는 일평균 수출액이 22억4000만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수출이 늘고 있다. 또한 내수도 완만하게 회복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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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전셋값 상승도 주택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전셋값의 지속적 상승이 전세에서 월세로 변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긴 하지만 1987년 이후의 통계를 분석해 보면 전세는 주택 가격에 3개월 선행해(상관계수 0.75) 움직여 왔다. 지난 8월부터 전셋값 상승률이 다시 높아졌기 때문에 앞으로 주택 가격도 오를 것으로 추론해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저금리가 지속되고 경기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9월부터 오르고 있는 전국 주택 가격의 상승세가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것을 추세적 상승으로 볼 수 있을까.


35~55세 인구 감소… 집값 하락에 영향
주택 가격의 적정성을 판단할 때 실질 가격뿐만 주택 가격/렌트 비율이 사용된다. 우선 주택 가격을 소비자물가로 나눈 실질 가격을 보면 전국 평균 주택 가격은 1986년 이후 소비자물가보다 16% 정도 덜 올랐다. 그러나 아파트는 물가보다 훨씬 더 빠르게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는 미국의 글로벌 금융 위기가 시작되기 직전이었던 2008년 6월 물가보다 77%나 더 올라 부분적으로 거품이 발생했다. 그 이후 거품이 해소되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데, 올해 10월 현재도 물가보다 42% 더 높은 상태로 추가 하락 여지가 남아 있다.

다음으로 주택 가격이 렌트에 비해 얼마나 올랐는지를 보고 주택 가격의 적정성을 평가한다. 여기서는 주택 가격을 통계청에서 작성하는 주택 임차료 지수로 나눠 가격/렌트 비율(PRR: Price to Rent Ratio)을 구했다. 과거 평균(여기서는 100)을 기준으로 100에서 위로 벗어날수록 주택 가격이 과대평가된 것으로 해석한다. 물론 100 이하일 때는 주택 가격이 저평가 영역에 있는 것이다.

2010년부터 고평가됐던 서울 강남 아파트부터 ‘PRR’가 하락하고 있다. 그 뒤로 서울이 하락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 도시가 뒤따르고 있다. 이는 주택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데 전셋값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PRR’가 오름세로 전환하려면 주택 가격보다 집세가 더 떨어지거나 혹은 주택 가격이 더 빠른 속도로 올라야 한다. 현재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PRR가 하락하고 있지만 아직도 과거 평균 이상(2013년 10월 현재 전국 105, 서울 104)이다. 과거 평균에 접근하려면 앞으로 주택 가격이 더 하락해야 한다. 모든 자산 가격은 연착륙이 쉽지 않다. 특히 주가가 대표적 사례인데 오를 때는 경제 기본 여건을 과대평가하고 떨어질 때는 과소평가한다.

주택 가격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을 가정하면 집값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집값이 집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오르면 PRR가 오를 수 있는데, 현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 또한 집값보다 전셋값이 더 떨어지면 PRR가 증가할 수 있는데, 역시 거기에 이르기까지도 상당한 기간이 요구된다.

장기적으로 인구구조가 주택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특히 35~55세 인구가 주택 가격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 이들이 직장에 들어가 돈을 벌어 주택을 구입하고 또 집을 늘려 가기 때문이다.

일본은 1990년을 정점으로 35~55세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그 이후 집값도 폭락했다. 우리나라도 35~54세 인구가 2011년에 약 1673만 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고 있다. 비율로는 이 인구가 2010년에 33.7%를 고점으로 이미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노후 대비가 충분하지 않은 1차 베이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를 생각하면 장기적으로 집값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 1990년대 집값이 폭락하면서 일본인들의 집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것처럼 우리도 집에 대한 개념이 변해야 할 것이다. 집은 투자재가 아니고 소비재다. 집은 쓸수록 헐어지고 감가상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