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성 파킹스퀘어 대표…주차 정보 앱 ‘파크히어’ 내놓고 출사표

김태성 파킹스퀘어 대표는 창업을 목적으로 달려온 사람은 아니다. 자신의 적성을 찾다 알 수 없는 운명의 힘에 이끌리듯 창업의 길에 들어섰다. 그래도 일하는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방법을 고민했기에 창업 동기가 강력하다. 그가 생각한 주차 혁신은 어떻게 현실화될까.
[한국의 스타트업] IT 만나면 주차장도 황금 알 낳는 거위
세종대 호텔경영학과 00학번인 김태성 대표는 대학 졸업을 앞둔 2006년 12월 한화개발에 입사했다. 여기서 3년 반 동안 근무한 그가 종사한 분야는 부동산 관련 업무. 호텔과 리조트를 신규 개발하는 한편 프라자호텔 리노베이션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건설·부동산 등의 분야에서 일하던 그가 주차장과 직접 관련된 일을 하게 된 것은 2010년 윌슨파킹이라는 외국계 업체에 근무하면서부터다. 윌슨파킹은 주차장 운영 및 개발 전문 업체다. 주차장 개발·운영·관리·마케팅·컨설팅 등 다양한 사업을 하는 회사다. 그는 여기서 주차장 운영 및 개발 팀장을 맡았다.

“전국 주요 건물의 주차장에 대해 알아보면서 주차장이 돈이 된다는 걸 알게 됐어요. 현금이 정말 많이 오가는 게 주차장이더군요.”

생각해 보면 낯선 곳을 방문했을 때, 특히 대형 빌딩에 주차했을 때 현금으로 주차비를 계산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당 건물 주차장에 매일 얼마만큼의 현금이 오고갈지 생각해 보지는 않았지만 규모가 꽤 될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 김 대표에 따르면 300대의 차를 주차할 수 있는 건물은 월 주차장 수입만 약 6000만 원에 달한다고 한다.


주차장 업체서 일하며 사업 아이디어
이런 건물들이 무수히 많으니 주차장을 관리하는 게 돈이 될 것은 당연한 이치다. 김 대표가 몸담았던 윌슨파킹이나 GS파크24와 같은 회사들은 이런 대형 빌딩들과 계약하고 주차장 관리를 대행해 준다. 예를 들어 1년에 5억 원이라는 식으로 계약하고 주차장 운영과 수입을 관리하는 것이다. 1년 치 계약을 5억 원에 했는데 5억 원 이상의 수입이 들어오면 그 차액만큼은 고스란히 수입으로 가져갈 수 있다.

수입을 많이 내려면 주차장의 모든 공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남는 공간을 최소화하고 가장 적절한 가격에 주차장을 제공하는 것이다. 주차장 관리 업체들의 서비스 실태를 보면서 김 대표의 머리에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에게 떠오른 것은 주차장 관리가 너무나 비효율적이라는 것. 주차장 관리 업체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주차장의 빈 공간을 찾는 수요와 이에 맞춘 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공급 간에 괴리가 심하기 때문이었다. 즉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한쪽에서는 주차장이 텅텅 비어 고민하고 있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헤매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런 현실을 보면서 ‘주차장이 계속 이렇게 비효율적인 상태로 남아 있지는 않을 것이다. 언젠가 주차장은 반드시 바뀐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언젠가 바뀐다면, 그 바꾸는 일을 자신이 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김 대표는 뭘 바꾸면 되는지 알고 있고 어떻게 하면 되는지도 알고 아이디어도 있었다.

그는 주차장의 남는 공간 판매, 즉 수요와 공급을 맞춰 주는 것에 대한 자신의 아이디어를 정리해 ‘주차 정보 제공 방법 및 장치에 관한 특허’를 신청했다. 올 2월이었다. 이는 모바일 주차 솔루션을 마케팅하는 것에 대한 특허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처음에 생각한 방법은 심플했다. 우선 애플리케이션(앱)의 콘셉트는 이렇다. 앱을 실행하면 지도가 뜬다. 지도에는 위치를 기반으로 주차 가능 건물 목록이 나온다. 물론 주차 가능 대수와 가격 등의 상세 정보도 제공된다. 자신에게 맞는 건물을 택해 결제하면 된다. 결제는 물론 신용카드로 한다.

이걸 기술적으로 구현하면 되는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처음 뜻을 함께했던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주차장을 공유경제 개념으로 봤다. 별 차이가 아닐 수 있지만 김 대표는 주차장은 결코 공유경제 차원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주차장은 상용 자산을 사서 세일즈를 하는 것이지 공유경제의 개념을 도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봤습니다.” 결국 서비스의 개념을 놓고 올 2월까지 옥신각신하다가 팀이 깨졌다.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 만나 온전히 목적의식만 갖고 일하는 게 쉽지 않더군요. 그래서 아는 사람을 통해 함께 일할 사람을 찾아보기로 생각을 바꿨죠.” 생각을 바꾸고 다른 관점으로 주위를 보면 답이 보일 때가 있다. 다행히 학교 동기를 통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 뇌공학 박사 과정에 있었던 이준혁 CTO를 만나게 됐다. 뜻이 맞는 CTO가 들어오고 난 뒤 개발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한국의 스타트업] IT 만나면 주차장도 황금 알 낳는 거위
주차 공간이 남는 건물의 주차 관리 업체 등이 정보를 올려놓으면 사용자들이 앱에 접속해 자신이 방문할 지역 근처 건물 주차장의 빈 공간을 찾는 방식이다.


향후 빅 데이터 수집·분석 목표
김 대표를 만났을 때 그가 제일 처음에 한 말은 ‘IT로 주차를 혁신하겠다’는 것. 어떻게 하겠다는 뜻일까.

“세 단계로 주차 혁신을 이룰 수 있습니다. 우선 편리한 앱을 만들어 사용자들의 경험을 바꿀 겁니다. 소프트웨어로 혁신하는 거죠. 두 번째는 기계 분야의 혁신입니다. 이는 지금의 비효율적인 주차 시스템을 바꾸는 혁신이 될 겁니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주차장의 낡은 기계들을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바꾸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주차 정보화 사업이 있습니다. 주차에 대한 빅 데이터를 수집, 전국 어디에서나 언제든지 누구나 편리하게 저렴한 가격에 주차할 수 있는, 주차에 대한 고민을 끝내는 그런 정보화 단계까지 나갈 생각입니다.”

상당히 거창해 보이지만 일단 중요한 것은 시작이다. 어찌됐든 이런 단계적인 포부와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은 높이 살만하다. 그는 나름대로 단계별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었다. 건물의 주차 공간에 차량 디텍터(감지기)를 설치, 정확한 자리 예약뿐만 아니라 주차장과 관련된 각종 통계를 만들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똑똑한 주차 습관’이라는 부제가 붙은 앱, 파크히어(Park Here)는 8월에 나왔다. 비공개 시범 서비스(베타 서비스)가 시작됐고 9월 27일께 공개 서비스를 시작했다. 주차 공간이 남는 건물의 주차 관리 업체나 건물주, 주차 관리자 등은 정보를 올려놓고 사용자들이 앱에 접속해 자신이 방문할 지역 근처 건물의 주차장 빈 공간을 찾는 방식이다.

아직 해결할 문제들은 많이 남아 있다. 오프라인의 주차장이 비효율적인 것은 맞지만 이것이 온라인화로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을까. 게다가 이것을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 대비 새롭게 창출되는 가치가 얼마나 의미 있느냐의 문제도 있다. 또 디지털화했을 때 정작 주차장 관리인들에 따라 서비스의 질이 좌우된다면 사업의 리스크가 너무 커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김 대표 역시 이런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점검하고 있다. “어쩌면 주차 서비스는 각 건물 주차장에 있는 관리인이 어떻게 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일일 수 있습니다. 이분들에 대한 대우부터 교육과 사후 관리까지 많은 과제들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제가 이 일에 가장 맞는 사람이라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에서 호텔 비즈니스와 주차장 영업 및 기획, 부동산 개발까지 해 봤으니까요. 주차장은 꼭 돈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건물주들은 입주사나 주차 손님들의 불만을 가장 두려워합니다. 이런 마음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으니 주차를 혁신하는 기본은 갖추고 있는 셈이 아닐까요.”


임원기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