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이후 미 증시 버블 붕괴 대비해야… 엔 약세도 ‘악재’ 우려

[이슈 인사이트] 새해 주목해야 할 금융시장 양대 리스크
연말이 다가오면서 내년 경제와 금융시장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 등 주요 기관들은 우리 경제성장률이 올해 2.8%에서 내년에는 3%대 후반으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코스피 지수가 대체로 2300 이상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본다. 그러나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리스크 요인도 만만치 않다. 미국 주식시장의 거품 붕괴와 일본 엔화 대비 원화의 지나친 강세가 내년 2분기 이후 우리 금융시장, 특히 주가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아찔한 주가 상승 속도
최근 연일 미국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가고 있다. 다우산업평균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16000 선을 돌파했고 미국 주가지수를 대표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1800 선을 넘어 올해 들어서만 27% 상승했다. 주가가 이처럼 급등한 것은 부분적으로 경기 회복에 기인한다.

그러나 이런 경기 회복을 고려하더라도 주가 상승 속도가 너무 빠르다. 1980년부터 2013년 3분기까지 미국 주가(S&P500) 상승률이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보다 평균 4.1% 더 높았다. 최근 주가가 1800 선을 넘어섰는데, 명목 GDP 성장률과 비교해 보면 24% 정도가 더 높다. 이만큼 풍부한 유동성 때문에 주가가 경기에 앞서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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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으로 보면 주가와 경제성장률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다. 그렇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 때 주가가 경제성장에 접근할까. 우선 경기 확장 국면이 수축 국면으로 전환될 때 그런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경제는 현재 53개월 확장 국면의 연장선상에 있는데, 과거 33개의 경기 확장 국면 중에서 기간이 이처럼 길었던 확률은 20% 정도다. 최근 미국 모기지 금리가 소폭 상승하면서 건설 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데, 내년 2분기 이후에는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다음으로 출구전략이 부분적으로 나온다면 역시 미국 주가는 급락할 전망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실업률 6.5%’ 목표를 설정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급격하게 감소했던 고용이 2010년 3월부터 월평균 16만 개 증가해 왔다. 앞으로 이 정도 고용이 늘어난다면 내년 하반기에는 실업률이 6.5%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미 Fed가 내년 2분기부터 단계적으로 출구전략을 쓸 수 있다. 현재 매월 850억 달러를 풀어 국채와 모기지 채권을 사고 있는데, 그 규모를 약간만 줄여도 경기에 비해 지나치게 앞서가고 있는 주가가 빠른 속도로 뒷걸음질할 것이다. 주가가 경세성장과 보조를 맞추려면 20% 이상 하락해야 한다. 미국 주가가 이처럼 떨어진다면 외국인 매도로 우리 주가도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주식시장의 거품 붕괴보다 엔 약세가 더 우려된다. 이에 따른 원화 가치 상승은 우리 수출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주게 될 것이다.

일본은 지난 20년 이상 지속된 디플레이션을 탈피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올 들어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에 이를 때까지 돈을 무한정 풀기로 했다. 실제로 본원통화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9월 본원통화가 전년 동월에 비해 무려 46%나 증가했다.

본원통화 증가와 함께 소비자물가도 올해 6월부터 상승세로 돌아섰고 지난 9월에는 전년 동월보다 1.0%나 상승했다. 이에 따라 실질금리(=국채 10년 수익률-소비자물가 상승률)는 지난 8월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 9월 국채 수익률이 0.69%였는데 소비자물가는 1.0% 상승해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0.31%인 셈이다.

환율은 경상수지·물가·금리 차이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그중에서 국가 간 실질금리 차이가 가장 중요하다. 일본의 실질금리 하락으로 일본과 미국의 실질금리가 지난 9월 마이너스 2% 포인트로 벌어지면서 엔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엔화 가치 하락은 수출에 직격탄
최근 몇 년을 보면 엔화 가치 하락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는 않았다. 글로벌 금융 위기 직전인 2007년 12월 말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11.75엔이었지만 11월 28일 현재 102.33엔으로 엔화 가치가 아직도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 수준보다 9% 정도 높다. 이 기간 동안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936.1원에서 1061.5원으로 원화 가치가 13%나 하락했다.

1990년부터 최근까지 엔·달러의 평균 환율이 달러당 111엔이었고 원·달러 환율의 평균은 달러당 1028원이었다. 아직도 엔화 가치가 과거 평균 이하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지금이 본격적 엔저 시대는 아니다.

일본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반면 우리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10월까지 1.2% 상승에 그쳐 목표치(2.5~3.5%)를 크게 밑돌고 있는데도 통화정책을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이런 통화정책의 차이와 함께 우리 경제가 잠재 능력 이하로 성장하면서 물가상승률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실질금리는 상승하고 있다. 지난 10월 현재 우리나라 실질금리는 2.79%로 미국(1.68%)보다 높고 일본(9월 -0.31%)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실질금리 차이가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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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실질금리가 높은 상태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가 650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많이 나기 때문에 원화 가치가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올 들어 일본 엔화에 비해 원화 가치가 매우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 100엔당 원화 환율이 1242원이었지만 11월 28일 현재 1038원으로 원화 가치가 16% 정도 상승했다. 우리나라의 통화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머지않아 100엔·원 환율이 1000원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올 들어 11월 28일까지 일본 주가(닛케이225)는 51% 올랐는데 우리 주가는 겨우 2% 상승하는데 그쳤다. 그 이유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 경제(주가)의 부진에도 기인하지만 엔화 가치 하락 영향이 더 크다. 우리 주가는 엔화와 원화의 상대 환율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일정 기간을 제외하면 우리 주가는 원·엔 환율과 거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주력 수출 제품인 전기전자·철강·석유화학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상품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96엔에서 110엔으로 상승하면 우리나라 철강과 석유화학제품의 수출이 각각 16%와 14%씩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8년 이후 통계로 분석해보면 원·엔 환율이 1% 하락했을 때 주가지수는 장기적으로 0.8% 떨어졌다. 업종별로는 화학(-1.8%)·운수장비(-1.8%)·철강(-1.4%)·전기전자(-1.0%) 업종 등이 엔화 가치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엔 약세 효과는 우리 주가에 5~10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가장 크게 나타났는데, 이는 미국 주가의 거품 붕괴 가능성과 함께 내년 2분기 이후 우리 주가 상승을 제한하고 변동성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