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역할하며 지갑 서비스 제공… 2014년에도 투자 열기 거셀 듯

인류의 역사와 함께 발달해 온 화폐는 때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했다. 인류 초기에는 조개나 동물의 뼈가 화폐로 쓰였고 한국에서는 ‘지모전’이라는 화폐가 기원전 957년, 기자조선 흥명왕 때 사용됐으며 동양에서는 포전과 도전이라는 세계 최초의 금속화폐가 이용됐다. 서양에서는 리디아인이 금은 합금 주화를 사용했다.

최근 인터넷에서 간단하게 거래할 수 있는 화폐의 필요성이 대두됐는데, 결국 비트코인이라고 하는 형태로 우리 앞에 나왔다.

사람들은 왜 비트코인에 대해 이렇게 열광하는 것일까. 가장 큰 장점은 채굴의 어려움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현대의 모든 화폐들은 중앙정부가 컨트롤하면서 경제 상황에 따라 더 많은 화폐를 발행하는데, 이렇게 더 많은 화폐를 발행할 때 기존에 화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화폐가치는 희석된다.
[실리콘밸리 통신] 비트코인 투자금 절반 몰린 ‘코인베이스’
팔로알토 카페도 비트코인 받기 시작
그러나 비트코인은 현재 1200만 비트코인이 발행됐고 앞으로 800만 비트코인을 더 발행할 수 있는데, 이는 점점 더 시간이 갈수록 채굴이 어려워져 발행량이 항상 일정하게 유지된다. 이는 금본위제 시절, 금의 발행량과도 비슷한 면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원이나 달러처럼 사람들이 필요한 비트코인을 사고팔 수 있지만 원이나 달러를 더 많이 발행함으로써 화폐가치가 갑자기 하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두 번째는 거래의 편의성을 들 수 있다. 비트코인은 현금으로 비트코인을 사고 비트코인을 받는 온라인 사이트나 오프라인 마켓에서 쓸 수 있는 구조다. 초기에는 비트코인으로 살 수 있는 것이 매우 제한적이었고 불법 마약들을 거래하는 사이트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다양한 사례들이 소개되면서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 2013년 5월부터는 실리콘밸리의 심장이랄 수 있는 팔로알토에 있는 쿠파 카페에서도 비트코인을 받기 시작했다.

비트코인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2013년 4월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화폐로서의 발전 가능성이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페이스북과의 소송으로 유명한 윙클보스 형제는 거액을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실리콘밸리의 투자 면에서도 현재까지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는 최소 5000만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분석되는데, 이 5000만 달러 가운데 절반을 차지한 업체가 바로 코인베이스다. 이들은 2013년 12월 초 안드리센 호로비츠로부터 25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코인베이스는 일종의 비트코인 은행 역할을 하는 업체로, 비트코인 판매, 매입을 위한 거래소, 지급 처리기, 비트코인을 저장하는 일종의 지갑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이 밖에 2013년 5월 이후 투자가들의 이목을 끈 다른 벤처기업으로는 온라인 소매 업체들의 비트코인 지급을 지원하는 비트페이, 자체 지급 승인 툴과 거래소를 제공하는 서클, 비트코인 거래 시장 잇비트, 중국 최대의 환전 업체로 중국 정부의 규제 이후 예금 모금이 금지된 BTC차이나 등이 있다. 분 단위로 비트코인의 가치를 평가하는 코인데스크 자료를 보면 비트코인의 달러 환율은 절정기였던 2013년 11월 말 1000달러를 넘어섰고 현재는 60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일부 은행과 규제 당국은 기술 측면에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2013년 12월 초 한 보고서에서 메릴린치는 “테크놀로지가 전자상거래 지급의 주요 수단이 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전통적 환 공급자들에겐 상당한 위협이 가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4년에도 비트코인에 대한 열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에 참여하는 업체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로 독일의 양조 업체 하이네켄은 이번 주 트위터에 “우리의 미래 비전? 진짜 맥주를 마셔라. 비용은 가상 화폐로!”라는 포스트를 올리기도 했다.


정직한 객원기자·전 갈라넷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