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일 채권 전문 투자 자문사 이끄는 김형호 KFIA 대표

“올해 채권시장은 작년보다 훨씬 좋을 겁니다.”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자문(KFIA) 대표에게 2014년의 채권시장 전망을 묻자 확신에 찬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김 대표는 1988년부터 채권 상품을 운용해 온 말 그대로 ‘채권쟁이’다. 특히 2010년 말에는 한국 최초로 채권 전문 투자 자문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아직까지도 채권에 특화한 자문사는 김 대표의 회사가 유일하다.
[투자 고수] 바닥 찍은 채권시장, 볕 들 날 왔다
물론 김 대표는 “모두가 좋은 것은 아니다”라는 단서를 달았다. 김 대표는 채권시장을 크게 국채, 우량 회사채, 하이일드 등 세 부문으로 나눠 설명했다.

450조 원에 달하는 국채 시장은 상황이 좋아 보인다. 김 대표는 “2013년 국채 시장은 유통시장이 생긴 이후 최악의 한 해였다”라고 평가했다. 바닥을 쳤다는 의미다. 특히 그는 만기 30년의 장기국채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올해 기준 금리를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 금리를 낮추면 채권 값이 오른다. 투자수익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극단적 양극화’를 기회로 삼아야
하지만 김 대표는 “신용 등급 ‘AA’ 이상의 우량 회사채는 별 매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유는 국채와 우량 회사채 간의 스프레드, 즉 금리 차이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1월 23일 기준으로 두 상품의 스프레드는 0.43% 포인트 수준이다. 참고로 금융 위기 전의 스프레드는 5% 포인트 수준이었다. 가장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 국채와 이보다 덜 안정적인 우량 회사채 간의 금리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면 국채에 투자하는 게 낫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투자자들에게 역발상을 주문했다. 신용 등급 ‘BBB+’ 이하의 하이일드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실 2013년 회사채 시장은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신용 등급이 높은 우량 기업의 채권에는 돈이 몰린 반면 신용 등급이 비교적 낮은 기업의 채권은 아무도 찾지 않았다. 당연히 하이일드의 채권 값은 폭락했다.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불안’해서다. 채권 투자자는 주식 투자자에 비해 리스크에 훨씬 더 민감하기 때문이다.

“이런 때 자본 구조가 비교적 튼튼한 하이일드에 투자하면 짭짤한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당시가 바로 그랬죠. 특히 그때와 다르게 한국 기업들의 재무구조는 훨씬 좋아졌어요. 또 한국 자본시장의 규모와 질도 확 달라졌죠. 즉 당시에 비해 훨씬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정부 역시 회사채 시장의 양극화를 해소하려고 노력 중이다. 대표적인 게 올해 3월 출시될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다. 금융소득 종합과세의 기준이 2000만 원으로 크게 낮아짐에 따라 자산가들이 세금 이슈에 더 민감해졌다. 정부의 의도는 하이일드 펀드에 분리과세해 줌으로써 자산가들의 자금을 하이일드에 투자하도록 유도해 시장을 정상화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하이일드는 투자할 만해도 하이일드 펀드 자체는 그리 매력적이지 못하다”라고 말했다. 수십여 종목의 하이일드에 투자하는 하이일드 펀드는 한두 개만 문제가 생겨도 수익률이 급하락한다. 해당 종목 거래 자체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투자자가 아예 돈을 맡겨 놓고 찾지 못하는 유동성 경색도 일어날 수 있다. 김 대표는 “이 때문에 자산운용사들도 하이일드 펀드를 쉽게 내놓지 못한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분리과세형 하이일드 펀드 역시 장기간의 환매 금지 조항 등 단서를 달지 않으면 크게 성공하긴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동부·두산그룹 회사채 투자 매력 ‘굿’
그러면 김 대표는 어떤 하이일드에 주목할까. 그는 “동부그룹·두산그룹 등의 회사채가 좋다”고 말했다. 이들 그룹사에 발행하는 채권은 하이일드로 분류되긴 하지만 재무구조가 좋고 자산이 많아 ‘잃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방 공사채도 좋다”며 “강원도개발공사 채권이나 인천도시공사 채권 발행은 만기도 짧고 금리도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건설사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중에서도 담보가 확실히 잡혀 있는 것도 투자할 만하다고 말했다. 예상되는 수익률도 높지만 담보가 있어 만약 문제가 발생해도 안전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해외 채권 투자에도 ‘반드시’ 눈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브라질 채권이나 터키 채권 투자 열풍이 불고 있긴 하지만 이보다 ‘글로벌 자본시장의 중심’인 미국 국채나 회사채에 먼저 투자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일례로 미국 국채 발행 규모는 11조8000억 달러(약 1경2000조 원)에 달한다. 또 미국 국채 금리는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유동성도 좋고 안정성도 좋고 수익률도 비슷하게 예상된다면 당연히 미국 국채를 사는 게 옳은 판단이다.
[투자 고수] 바닥 찍은 채권시장, 볕 들 날 왔다
“브라질·터키·멕시코·인도 등 국채 상품의 수익률은 아주 장기로 보면 정말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환에 노출돼 있는 것은 분명한 불안 요소입니다. 환은 정말 어디로 튈지 몰라요. 특히 이들 상품은 원화를 달러로, 다시 달러를 현지 통화로 바꾸는 과정에 변수가 많아요. 그래서 가장 큰 시장인 미국 국채나 회사채에 기본으로 투자한 뒤 신흥국 채권이나 회사채를 포트폴리오의 일환으로 넣는 게 더 합리적인 투자법이라고 생각해요.”

김 대표는 “미국 채권에 투자한다고 해서 직접 채권을 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자본시장이 발달해 있어 증시에 상장된 채권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올해는 미국 시니어론이 괜찮아 보인다”고 말했다.

시니어론은 금융회사나 펀드 등이 투자 등급 ‘BBB-’ 이하의 기업들에 운용 자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변동금리부 선순위 담보대출 채권을 뜻한다. 일반 채권은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 가격이 하락해 손해를 보지만 시니어론은 변동 금리 이자가 적용돼 금리 상승 시 추가 이자 수익을 누릴 수 있다. 김 대표는 “미국은 양적 완화를 마무리한다는 Fed의 전략에서도 보듯이 조심스럽게 경기 상승기에 접어들었다”며 “1~2년 새에 기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시니어론 투자가 좋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 한국의 금융회사들이 할 일은 보다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소개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주가지수가 아무리 오르더라도 개별 주식은 하락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때는 ETF와 같이 지수를 따라가는 상품에 투자하는 게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

“채권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반 투자자들이 금리의 추이나 개별 기업의 신용 등급까지 따져가며 투자하기는 쉽지 않아요. 그래서 전문가가 필요한 것이죠. 그간 투자 자문만 하던 우리 회사도 1월부터 일임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국공채·회사채·하이일드 등 채권 상품과 함께 주식 ETF를 조합해 여러 상품을 개발했어요. 채권은 ‘자본시장의 뿌리’이자 노후 대비 등을 위한 장기 투자자에 꼭 맞는 상품입니다. 앞으로 고객들에게 채권 투자의 우수성을 알리고 더 좋은 투자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