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잇따른 경고 무시에도 개입 망설여…연방 부채 등 내치 과제 산적

<YONHAP PHOTO-0292> U.S. Secretary of State John Kerry (C) shakes hands with Ukrainian  and Acting President  Oleksandr Turchynov (L) and Prime Minister Arseniy Yatsenyuk (R) before their meting in Kiev on March, 4, 2014. Kerry announced a $1 billion economic package in support of the new government, while Russian President Vladimir Putin says he reserves the right to use force in the Ukraine as a last resort. UPI/Ivan Vakolenko/2014-03-05 07:16:10/
<저작권자 ⓒ 1980-201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U.S. Secretary of State John Kerry (C) shakes hands with Ukrainian and Acting President Oleksandr Turchynov (L) and Prime Minister Arseniy Yatsenyuk (R) before their meting in Kiev on March, 4, 2014. Kerry announced a $1 billion economic package in support of the new government, while Russian President Vladimir Putin says he reserves the right to use force in the Ukraine as a last resort. UPI/Ivan Vakolenko/2014-03-05 07:16:10/ <저작권자 ⓒ 1980-201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우크라이나 사태가 확산되면서 ‘2차 냉전’ 시대가 우려되고 있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 탄핵 후 친서방 계열의 과도정부가 들어서자 러시아는 크림반도에 자국 병력으로 추정되는 군대를 파견한 것이 발단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가들은 ‘침략 행위’라고 규정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는 상응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군사개입을 중단하지 않으면 러시아 고위층의 해외여행 금지(비자 발급 중단), 주요 8개국(G8)에서 러시아 회원 자격 박탈, 러시아 은행의 대외 거래 중 단 등 정치·경제적 제재를 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크림반도를 사실상 장악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런 경고를 무시하고 있다. 미국 정치권은 “더 이상 기다리지 말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즉각 실행에 옮겨야 한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행동을 촉구했다.


국제무대서 ‘골목대장’ 포기했나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은 여전히 외교적 해법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로 보내 외교적 해법을 모색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미 공화당 일각에서는 시리아 사태, 이란 핵문제 등 그동안 주요 국제 안보 현안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개입을 망설이는 ‘유약한’ 모습을 보이는 바람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개입을 부추겼다고 지적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우유부단한 것일까. 아니면 미국이 국제무대에서 ‘골목대장’ 역할을 포기한 것일까.

오바마는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끝낸 대통령으로 기억되길 바라고 있다. 2개의 전쟁과 2008년 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미국 경제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이었다. 연방 정부의 부채가 17조 달러에 이른다. 오바마로서는 외교보다 내치가 우선이다.

러시아는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사실상 ‘우방’에 가까웠다. 미국의 시리아 내전, 이란 핵 협상, 아프가니스탄 철군 등에서 러시아와 긴밀한 공조를 벌여 왔다. 또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으로도 러시아의 도움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미·러 관계가 악화되면 시리아에서 화학무기 폐기 작업을 실행하기 힘들어진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병력을 철수하는 과정에서도 러시아로부터의 보급로가 중요하다.

로버트 게이츠 미국 전 국방장관은 이런 점을 지목하면서 “푸틴이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 러시아가 조지아를 침공한 사실을 교훈 삼아 강력한 경제적·정치적 수단을 동원해야 하지만 동시에 각 단계에서 치밀한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하면서도 “러시아는 여전히 우리의 친구가 될 수 있다”며 외교적 협상의 여지를 남겨 두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서방국가들도 러시아의 제재 강도를 놓고 분열될 조짐이다. 미국은 과거 이란에 했던 것과 같은 강력한 금융 제재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러시아와 교역량이 많은 독일은 비자 발급 및 무역협정 중단 등으로 제한하자는 입장이다. 특히 러시아가 유럽 지역의 최대 가스 수출국이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고민이 이래저래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워싱턴 = 장진모 한국경제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