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식 추천으로 젊은층 사로잡아…오프라인 연계 등 2차 성장 준비

‘딩동.’ 하루 한 번, 스마트폰으로 나와 어울릴만한 이성의 프로필이 도착한다면? 애플리케이션으로 사랑 찾기에 나선 2030 싱글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소셜 데이팅(Social Network Dating) 서비스 덕분이다. 소셜 데이팅은 연애나 결혼을 위한 이성 간의 만남을 제공해 주는 중개 서비스다. 해외에선 이미 6조 원 시장에 육박할 정도로 거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소셜 데이팅 마켓의 국내 성장세도 폭발적이다. 이음·이츄 등 제대로 된 사업 모델을 갖춘 10여 개의 선두 그룹들은 이미 제2의 성장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SPECIAL REPORT] 소개팅은 ‘구식’…소셜 데이팅이 뜬다
“오랜 기간 미국에 살고 있었지만 항상 연애나 결혼 상대는 한국 여성이길 바랐거든요. 친구의 소개나 맞선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평생 배필을 만났다는 게 아직도 신기해요.”

미국의 한 컨설팅 회사에 근무하던 윤기준(39·가명) 씨는 지난해 6월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파견 근무 차 2년간 대구에 거주하던 윤 씨는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온라인으로 이성을 소개해 준다는 소셜 데이팅 서비스 업체인 ‘이음’에 가입했고 2012년 이선영(35·가명) 씨와 인연을 맺게 됐다. 이 씨는 윤 씨와 만나기 1년 전부터 이음 회원이었지만 인터넷에서의 만남이 미덥지 않았고 귀찮기도 해 적극적으로 데이트 상태를 찾지 않았다. 그러던 중 ‘친구를 하자’고 보낸 윤 씨의 쪽지에 호감을 느껴 연락처를 교환하게 됐고 교제 1년 만에 결혼에 골인하게 됐다. 이처럼 이음에는 윤 씨를 비롯해 청첩장을 보내온 커플이 105쌍에 이른다.

국내 소셜 데이팅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소셜 데이팅은 스마트폰 사용자가 애플리케이션을 내려 받아 회원으로 가입하면 업체에서 적합한 데이트 상대를 연결해 주는 서비스를 뜻한다. 이용자가 자신의 사진과 몇 가지 프로필을 공개하면 매일 1~3명 정도로 그에 어울리는 연애 후보 대상을 소개해 주는 일종의 중개 서비스로, 업무에 바쁜 미혼 직장인들의 이용률이 높다. 국내 대표 소셜 데이팅 업체인 이츄의 표순규 대표는 “고비용의 스펙 위주인 결혼 중개 서비스보다 캐주얼하고 온라인상의 일회성 채팅 서비스보다 건전하다는 인식 때문에 젊은층의 높은 관심 속에 매년 가파르게 성장 중”이라고 했다. 현재 소셜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을 사용 중인 34세 직장인 조희진(가명) 씨는 “나이가 들면서 친구에게 소개팅을 해달라고 하기에 민망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인지도 모른 채 소개팅에 나갔다가 마음에 들지 않아 실망하는 일도 많았는데 스마트폰을 통해 매일 한 명씩 이성을 소개받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거부를 누르면 되기 때문에 부담 없이 이용하고 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스마트폰 등 쉬운 접근성으로 폭발적 성장
해외에선 이미 소셜 데이팅 시장이 상당한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미국 내 온라인 소개팅 사이트 매치닷컴(match.com)·이하모니(eHarmony) 등이 인기의 불을 지폈다. 시장조사 기관 이비스월드는 미국 내 온라인 데이팅 시장은 지난 5년간 매년 3.5%씩 성장해 2013년엔 21억 달러(약 2조 원)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이비스월드의 산업 분석가인 제레미 에드워즈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베이비붐 세대의 이혼이나 결혼 지연 등으로 싱글 고객이 증가 추세여서 향후 5년간 소셜 데이팅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세계 소셜 데이팅 시장 규모는 6조 원까지 커졌으며 약 7500여 업체가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미국 소셜 데이팅 업체인 오케이큐피드의 자료에 따르면 소셜 데이팅 사용자 수는 중국이 1억4000만 명으로 가장 많고 미국 4000만 명, 인도 1500만 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진다. 수치상으로만 놓고 본다면 중국 내 소셜 데이팅 사용자 수가 한국 전체 국민의 3배 가까이 되는 셈이다.
[SPECIAL REPORT] 소개팅은 ‘구식’…소셜 데이팅이 뜬다
국내 소셜 데이팅 시장은 2010년을 전후로 생겨났다. 현재 130여 개 이상의 업체가 활동 중이며 제대로 된 사업 모델을 갖춘 곳은 이음, 정오의 데이트, 이츄, 코코아북 등 10여 개 안팎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기준으로 200억 원 수준이었던 국내 소셜 데이팅 시장 규모가 2015년엔 2배 이상 커진 4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내 소셜 데이팅 선두 업체인 이음의 회원 수는 2014년 3월 기준으로 110만 명에 달한다. 박희은 이음 대표가 2010년 서울대 동문을 중심으로 22명의 회원을 끌어모아 출발했던 때와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세다. 정오의 데이트는 70만 명, 이츄는 50만 명 등 많은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아메리카노 한 잔 값에 이성 소개 받아
콘셉트는 조금씩 다르다. 이음은 매일 낮 12시 반에 일명 ‘이음신’에게 단 한 명의 이성을 소개 받는다. 24시간 내에 OK 버튼을 눌러야만 연락처를 교환해 인연을 이어갈 수 있다. 코코아북은 3 대 3 가상 미팅으로 운영된다. 도착한 3명의 프로필 중 마음에 드는 한 명만 택하는 시스템이다. 정오의 데이트는 페이스북 계정과 연동되는 매칭 서비스로, 매일 낮 12시에 2명의 이상형을 소개받는다.

소셜 데이팅 시장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이용자들의 인식 변화 덕분이다. 더 이상 온라인을 통해 이성을 소개 받는 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업체마다 ‘밝고 건강한 소개팅’을 제공한다는 모토로 여성 고객 확보에 주력하고 사이트 분위기를 귀엽게 조성하는 등의 전략을 썼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성장의 가장 큰 기폭제는 스마트폰의 대중화다. 모바일 기기의 영향으로 예전보다 쉽고 빠르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을 만들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됐기 때문이다. 이음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있는 싱글이라면 누구나 매일 다른 이성을 소개받을 수 있다는 점,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을 때에만 비용을 지불한다는 점 때문에 고객들의 유입이 크게 늘었다”고 했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이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만남에 거부감이 적다는 것, 모바일 서비스 기반의 신속함, 100만 원 이상의 고가 이용료로 지불해야 하는 기업형 결혼 정보 업체와 달리 경제적 부담이 적은 점 등이 소셜 데이팅 산업의 인기 비결인 것이다.

소셜 데이팅 마켓 관계자들은 초기에 시장을 키우기 위해 신뢰성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 표 대표는 “기존 온라인 데이팅의 상당수가 음란하거나 성인 채팅 등으로 변질된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데이트 상대를 소개받는다는 데에 불신을 갖고 있는 이들이 많았다”며 “가입 기준을 까다롭게 하고 개인 정보에 대한 보안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소셜 데이팅 업체들은 실명 인증, 개인 사진 공개, 구체적인 프로필 작성 등을 요구한다. 프로필엔 취미·관심사·출신학교·나이 등을 꼼꼼하게 적도록 유도한다. 표 대표는 “프로필을 작성하는 데만 30분 이상이 소요되며 이 과정을 거쳐도 바로 가입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상한 의도로 접근하는 회원을 차단할 수 있다”며 “명문대 출신자들은 학력을 공개하려는 이들이 많았는데 그때는 온라인 졸업 증명서까지 제출하게 하는 등 엄격한 신원 조회를 거쳤다”고 말했다. 이음도 자신의 사진 대신 연예인이나 동물 사진 등을 올리는 이들에게 수정을 요청해 회원 가입을 대기시키거나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의 쪽지를 보내는 회원을 즉각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등 사업 초기부터 ‘필터링’ 작업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이음 관계자는 “하루에 단 한 명을 소개하고 24시간이 지나면 소개받은 사람에 대한 정보가 자동 삭제되는 것, 양쪽 모두가 ‘OK’를 해야만 상대 프로필이 온전히 공개되는 것도 일종의 거름 장치”라고 했다.

최근에 소셜 데이팅은 단순히 이성을 발견하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에서 진화해 빅 데이터를 활용해 회원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소개팅 대상자를 과학적으로 추천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츄는 자체 개발한 고객 매칭 알고리즘을 사용한다. 비슷한 나이대와 근접 지역은 기본이고 회원의 취미와 관심사, 좋아하는 영화, 이상형 등 수십 개의 키워드를 분석해 공감 요소가 많은 상대를 가려내 서로 소개해 준다. 표 대표는 “기존의 소개팅, 맞선 시장에서 중요시되는 외모나 연봉 등의 외형적 조건보다 가치관, 라이프스타일, 문화적 감수성 등을 분석해 내적 공감을 이룰 수 있는 부분을 고려해 이성을 소개해 주기 때문에 2030세대의 감각에 더 잘 맞는다”고 귀띔했다.
[SPECIAL REPORT] 소개팅은 ‘구식’…소셜 데이팅이 뜬다
회원 수의 증가는 안정적인 수익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소셜 데이팅 업체의 수익 모델은 쿠폰 판매다. 회원 가입이나 기본 정보 검색은 무료지만 마음에 드는 사람을 선택하고 연락하기 위해선 사이트 내 화폐나 쿠폰 등을 구입해야만 한다. 이음의 OK 쿠폰(소개 받은 사람이 마음에 들 때 누를 수 있는 쿠폰)은 하나에 3300원이고 14일권, 30일권 등 기간에 따라 정기권 쿠폰을 사용할 수 있다. 정오의 데이트는 대략 2000원 정도로 이성에게 관심을 표현하는 기능을 살 수 있다. 관계자는 “커피 한 잔보다 저렴한 값에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나고 연락할 수 있어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이처럼 부담 없는 가격 때문에 쿠폰 판매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음의 지난해 연매출은 약 60억 원에 육박한다. 정오의 데이트도 꾸준한 성장세에 비춰볼 때 올해 30억~40억 원의 매출이 무난하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쿠폰 판매만으로는 성장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업체들은 다양한 수익 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거나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셜 데이팅 마켓이 5년 차에 접어드니 정말 가볍게 연애를 하고 싶다는 것과 좀 더 진지하게 결혼 상대자를 만나고 싶다는 고객들의 니즈가 양분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이음은 지난해부터 소셜 데이팅과 결혼 정보 업체의 이점을 결합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인 ‘아임 에잇’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다른 업체들도 세컨드 브랜드 론칭을 준비 중이다.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소개팅 한류’가 불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정오의 데이트 관계자는 “해외에는 검색형 서비스가 발달된 데 반해 한국은 취향이나 지역까지 세밀하게 고려한 추천형 서비스가 특화 발전하면서 이러한 알고리즘에 관심을 보여 제휴를 문의하는 아시아권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정오의 데이트는 최근 일본 최대 소셜 데이팅 업체와 제휴했고 다른 아시아 국가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기혼자 연애 중개…부정적 이미지 한계도
하지만 시장이 커지면서 업체 관계자들의 고민도 늘었다. 시장에 자리 잡지 못한 업체들이 음성적인 만남을 주선하면서 업계 전체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에 상륙한 기혼자 연애 주선 서비스인 애슐리매디슨 등과 같은 업체 때문에 제대로 하고 있는 소셜 데이팅 업체의 성장세가 꺾일까 걱정”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표 대표는 “해외에는 유대교·흑인·편부모·재혼 등 다양한 니치 시장이 존재하고 이들 또한 상당한 수익을 거두는 반면 한국은 시장이 작기 때문에 수익성이 보장된다는 소문에 여러 군소 업체들이 난립하면서 수익 모델을 표절하거나 음성적 시장이 커지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이슈로 떠오른 정보 보안 문제도 소셜 데이팅 업체가 지속적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지적했다.



돋보기 | 해외 소셜 데이팅 마켓 특징은
거대 기업이 니치 마켓 파고들어
해외 소셜 데이팅 관련 비즈니스의 특징은 여러 차례의 인수·합병(M&A)을 통해 한 기업이 여러 개의 연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 기업은 IAC와 스파크 네트웍스다. IAC는 1993년 미국에서 시작된 소셜 데이팅 사이트의 원조인 매치닷컴을 비롯해 오케이큐티드·케미스트리닷컴·스피드데이트 등을 운영하고 있다. 스파크 네트웍스도 제이데이트(JDate.com)를 비롯해 블랙싱글·실버싱글·가톨릭싱글 사이트 등 총 32개의 데이트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사이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는 이들 기업들은 종교·연령대·외모·가치관 등 상당히 세분화된 이들을 위한 데이트 중개 서비스를 제공해 초니치 마켓, 즉 틈새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좁고 얕은 중개 풀’을 제공해 매칭 성공률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IAC의 피플 미디어에는 블랙피플미트닷컴(흑인)·시니어피플미트닷컴(중년)·싱글퍼런트미트닷컴(편부모 가정)·비비피플미트닷컴(빅앤드뷰티풀, 다른 사람보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사람들) 등이 포함돼 있다. 스파크 네트웍스는 종교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스파크 네트웍스 중에서 가장 성공한 사이트로 손꼽히는 제이 데이트는 유대인 싱글들을 위한 서비스로 75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김민주 기자 vit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