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닥터 둠’데이비드 전 KDB자산운용 대표

[투자 고수] “중국 리스크 현실화, 두 눈 뜨고 직시해야죠”
“중국의 위기는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제대로 들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중국 경제가 위험에 처한다면 한국 경제에 타격이 크기 때문에 외면하는 것이죠.”

데이비드 전(52) KDB자산운용 공동대표는 올해 한국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두 나라인 미국과 중국의 경제를 어둡게 봤다. 그는 “한국에선 유독 장밋빛 전망만 환영 받는 것 같다”며 “전문가를 자처하는 아이디어 이야기꾼의 말에 현혹돼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전 대표는 ‘무제한 돈 풀기(양적 완화)’를 줄여가는 미국보다 ‘부동산 버블’로 대변되는 중국의 경제가 더 큰 위기라고 지적했다.

전 대표는 거시경제를 보는 시각이 남다르다고 평가 받는다. 미국 이민 1.5세대인 전 대표는 베어스턴스 이머징마켓 수석 투자전략가로 활동했고 헤지 펀드 디스커버리캐피털매니지먼트에서 수석 펀드매니저로 활동할 때는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의 자금을 직접 운용한 베테랑 투자 전략가다. 2012년 7월 고국에 돌아와 KDB자산운용 공동대표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고 있는 전 대표는 시장 상황에 대해 돌려 말하지 않다 보니 종종 ‘닥터 둠(우울한 전망을 내놓는 비관론자)’이라는 이야기도 듣는다. 그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 위기를 예측하며 명성을 얻었다. 증시가 혼조세를 이어가던 4월 말, 여의도 KDB자산운용 본사에서 전 대표를 만났다. 그는 여느 때처럼 집무실이 아니라 펀드매니저들로 북적이는 트레이딩 룸에 있었다.


미국 경제를 어떻게 전망합니까.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은 임시방편에 불과한데도 사람들은 안정된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착각합니다. 미국 경제가 다시 건강해져야만 다른 나라의 경제 또한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이겠지요. 안타깝게도 세계는 더욱더 안정으로부터 멀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강하게 회복 중이며 각종 경제지표도 개선되고 있다고 하죠. 그러면서 정작 금리를 올리지 못합니다. 미국의 경제 회복은 ‘고용 시장’과 ‘주택 시장’을 통해 판단할 수 있습니다. 금융 위기 이전 4.4%이던 실업률이 현재는 구직을 포기했거나 파트타임 근로자들까지 합쳐 14%에 육박할 정도예요. 직업이 없는데 소비가 제대로 될 리 없겠지요. 신규 주택의 판매량도 회복이 더딥니다. 미국의 연간 신규 주택 판매는 불황 땐 40만 건, 호황기 땐 80만 건입니다. 2005년 투기 거품 절정기 때는 140만 건까지 치솟았습니다. 금융 위기 이후 20만 건까지 급락했다가 3년간 열심히 돈을 풀어 현재 40만 건 정도로 회복했어요. 회복했다고 하더라도 불황기 수준인 것이죠. 한마디로 미국 경제는 회복되고 있지만 기반이 탄탄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더 심각하게 봐야 하는 것은 중국 경제예요.


중국 경제가 국내 증시에 위협적인가요.
물론이죠. 부동산 거품 현상이 심각합니다. 현재 중국이 건설하고 있는 신규 주택의 규모는 무려 66억㎡(서울시의 10배 규모)입니다. 너무 많이 짓고 있어요. 신규 주택의 70%를 3선 도시(양저우·난퉁 등 중급 규모의 도시)에 짓고 있다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돈을 들여 주택을 지었는데 분양이 안 되다 보니 불 꺼진 아파트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그러면 돈을 빌려준 은행들이 연쇄적으로 넘어가겠죠. 중국은 지난 5년간 빌린 돈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미국이 돈을 대량으로 푼 덕에 가능했습니다. 정말 역설적인 것은 미국의 주택 시장을 살리려고 양적 완화를 했는데 오히려 풀린 것은 중국 주택 시장이었다는 것입니다. 작년 한 해에 실행된 중국 비은행 신규 대출 규모만 하더라도 1조4000억 달러예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보다 많습니다. 대출 때문에 유동성이 늘어난 상황에서 갑자기 성장이 둔해지면 문제가 터질 겁니다. 대출의 3분의 1은 주택 시장, 3분의 1은 지방정부의 인프라로, 3분의 1은 부도 상황에 몰린 중소기업들이 빌려갔죠. 중국이 현재의 신용 증가 속도를 지속한다면 2018년에 총 대출 규모가 80조 달러에 도달합니다. 미국 GDP의 5배입니다. 중국 경제 의존도가 큰 한국은 이처럼 심각한 신용 확대의 수치들을 정확히 알고 대처해야만 합니다. 중국이 괜찮아야 한국도 괜찮습니다. 눈을 크게 뜨면 중국 리스크의 영향이 이미 보입니다.


어떤 점에서 그렇습니까.
철강·화학·자동차 등 한국 증시의 주요 종목들은 중국 경제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전망한 상장 기업들의 순이익 전망 예상치는 3년째 틀립니다. 매년 120조 원을 예상한다고 했지만 90조 원밖에 안 나옵니다. 원인은 중국입니다.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몇 년간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실적이 좋으니까 나머지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닙니다. 이미 위기가 곁에 와 있습니다. 잘 보고 대비해야죠.


올해 코스피가 박스권 장세를 탈출할 수 있을까요.
코스피 지수가 1000선을 넘을 때 상장 기업들의 연간 총 순이익은 50조 원을 돌파했고 2000선에 묶여 있을 땐 90조~95조 원이었습니다. 상장 기업의 총 순이익이 150조 원까지 증가하면 3000선도 가능합니다. 한국 기업들이 더 이익을 많이 내지 않는 한 한국 주가는 현재 수준의 지수 범위에 갇혀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KDB자산운용에 와서 직접 구상해 출시한코리아베스트 하이브리드펀드’가 최근 6개월간 7%의 수익률을 냈죠. 비결이 뭔가요.
펀드는 돈을 벌어야 하잖아요. 고객들이 맡긴 돈을 장이 많이 움직일 때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 연구했습니다. 이 펀드의 수익률 변동성이 올 들어 7% 수준이고 전체 지수는 13% 이상이었으니 이 펀드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위험 부담은 전체 지수의 절반 수준입니다. 높은 수익률도 중요하지만 요즘 같이 불확실성이 많은 시기엔 변동성을 낮춰 투자자의 위험 부담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죠. 포트폴리오도 굉장히 간단합니다. 코스피 200지수에 편입된 종목 30~40개에 투자합니다. 대형 우량주에 70%, 나머지는 상황에 따라 경기 순환주와 비경기 순환주를 선별적으로 담아요. 주식시장의 사이클을 놓고 보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대형 우량주가 코스피 지수보다 꾸준히 수익률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삼성전자와 같은 대형주도 3% 이상 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인덱스 비중에만 의존하는 것보다 개별 종목을 잘 선택하는 게 장기적으로 보면 퍼포먼스가 훨씬 더 좋기 때문이죠. 스몰 캡은 장기전으로 가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요즘 관심 가는 종목과 기업은 무엇입니까.
특정 종목에 관심을 두기보다 지난 10년간 외부의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고 꾸준하게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개선되는 기업을 포트폴리오에 담습니다. 펀드매니저를 뽑을 때 2008년에도 돈을 벌었고 2013년에도 돈을 벌었다고 하면 이 사람은 일을 잘하는 사람이잖아요. 기업도 마찬가지죠.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대표적입니다. 장기 투자를 하기 위해선 외부 리스크와 상관없이 성장하는 기업을 찾아 주 종목에 넣어야 합니다.


오랫동안 투자 업무를 해왔습니다. 대표님이 생각하는 ‘투자의 정석’이란 무엇인가요.
투자는 마라톤입니다. 장기적인 콘셉트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한국에선 돈의 흐름이 유행을 너무 많이 탑니다. 기관이 뭘 사는지, 외국인이 무엇을 사는지 이런 것들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게다가 단기 수익에 너무 집착합니다. 전 세계에서 400조 원을 운용하는 기관(국민연금)이 6개월 단위로 평가받는 곳은 없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에게 조언하자면요.
현재의 상황은 전문가들도 확실하게 판단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입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어설프게 아는 전문가들을 멀리하고 제대로 조언해 줄 수 있는 진짜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현명하게 전문가를 선택하세요.


김민주 기자 vit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