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해외 진출보다 인바운드·아웃바운드를 연계해 외국 기관을 국내로 끌어들인 후
해외로 동반 진출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국내 증권 진출
경험이 일천한 중국 자본을 국내 증권사 지분 투자로 유도하는 것이다.
[CEO 에세이] 자본시장의 구조조정과 수익 모델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대표
1959년생. 1983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1993년 서강대 경제학 석사. 1997년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 석사. 2005년 굿모닝신한증권(현 신한금융투자) 부사장. 2008년 한국스탠다드차타드증권 사장. 2011년 한국벤처투자 대표(현).



3~4년 전부터 투자은행(IB)의 일감이 줄어들더니 작년부터 증권사 수익의 60~70%를 차지하던 소매 영업도 망가져 적자를 내는 증권사들이 무더기로 늘었다. 물론 수수료 인하 등 과당경쟁이 심해진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근본 이유는 거래소 거래 대금이 격감해 수익 기반이 완전히 무너졌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이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고충을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비용 축소만 강조하면 자칫 구조조정의 악순환에 빠지고 증권시장의 기업 자금 조달 기능까지 약화될 위험이 있다.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을 수는 없을까. 아무래도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코스닥을 활성화하는 데서 먼저 수익 모델을 찾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코스닥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중소형주 시장이다. 지금은 코스닥 거래 대금이 코스피의 10~15%에 불과하지만 2000년대 초엔 코스피 거래 대금에 육박했었다.

그러면 거래가 왜 이렇게 줄었을까. 물론 유망 중소기업이 잘 나오지 않는 것도 한 이유다. 하지만 신뢰할 만한 정보 인프라 부족이 코스닥 거래 감소의 근본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어쨌든 이번 정부에서 벤처 붐이 재연되고 도매든 소매든 중소형주 거래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보면 증권사로선 거래가 늘기만 기다리기보다 코스닥 기업 분석 등 정보 제공에 보다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애널리스트도 구조조정만 하지 말고 업무 재편을 고려할 만하다.

둘째, 해외 진출도 수익 모델 찾기의 일환이다. 다만 단순 해외 진출보다 인바운드·아웃바운드를 연계해 외국 기관을 국내로 끌어들인 후 해외로 동반 진출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예컨대 국내 증권 진출 경험이 일천한 중국 자본을 국내 증권사 지분 투자로 유도하는 것이다. 예상되는 효과는 두 가지다. 너무 많은 국내 증권사를 인수·합병(M&A)해 업계 구조조정에 도움을 주는 점, 중국의 지분 투자로 한중 증권사 간에 협력 시너지가 생기는 점이다. 간단하게 생각해도 중국 파트너의 도움으로 중국 비즈니스가 활발해지고 한중 증권사 간에 경쟁력 있는 상품의 교차 판매, 기업공개(IPO)의 교차 상장, 한중 기관 간의 상품 결합 등 수익 모델 융합, 고객 기반 확대 등 국내 증권사의 수익 모델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셋째, M&A를 증권사의 전업 업무로 지정하는 것이다. 최근 산업 기술과 제품 사이클 변화가 워낙 빨라 기업은 성장 동력 확보, 투자자는 투자 자금의 원활한 회수를 위해서라도 M&A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상황은 어떤가. 거의 모든 업계가 M&A를 취급하다 보니 지나친 경쟁으로 돈이 되지 않아 전문가 양성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당초 정책 취지인 효율성 제고는커녕 오히려 시장만 망가진 셈이다. 이에 따라 차라리 M&A를 증권사 등 일부 기관의 고유 업무로 지정함으로써 전문성과 인력 양성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M&A가 가장 발달된 미국에서도 M&A는 증권사의 고유 업무다.

넷째, 증권사의 새로운 업무로 부각되는 사모 펀드를 활용하는 것이다. 다만 한국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해 그로스캐피털뿐만 아니라 구조조정, M&A를 전문으로 하는 바이아웃 펀드에 좀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또 단순 투자가 아닌 경영자 인력 풀과 자문 컨설팅 능력을 갖춰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