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SKK GSB 송창준 교수의 ‘기업 재무 보고’

(FILES) Photo dated 22 February 2004 of the Intel Pentium 4 desktop processor 660 (3.60 GHz) shown during its press preview in Seoul.  Intel Corp. said 18 October 2005 its third-quarter net income rose 4.6 percent to 1.995 billion dollars amid strong demand for chips used in laptop computers. The profit amounted to 32 cents a share. But excluding special items it was 34 cents a share, a penny ahead of Wall Street estimates. Revenue grew 17.6 percent to 9.96 billion dollars. Intel also said it expected revenues for the fourth quarter in a range of 10.2 billion to 10.8 billion dollars.     AFP PHOTO/FILES/KIM Jae-hwan



<저작권자 ⓒ 2005 연 합 뉴 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FILES) Photo dated 22 February 2004 of the Intel Pentium 4 desktop processor 660 (3.60 GHz) shown during its press preview in Seoul. Intel Corp. said 18 October 2005 its third-quarter net income rose 4.6 percent to 1.995 billion dollars amid strong demand for chips used in laptop computers. The profit amounted to 32 cents a share. But excluding special items it was 34 cents a share, a penny ahead of Wall Street estimates. Revenue grew 17.6 percent to 9.96 billion dollars. Intel also said it expected revenues for the fourth quarter in a range of 10.2 billion to 10.8 billion dollars. AFP PHOTO/FILES/KIM Jae-hwan <저작권자 ⓒ 2005 연 합 뉴 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퓨터’를 두고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는 계산을 잘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람이 하면 엄청난 시간이 걸릴 복잡한 계산을 컴퓨터는 몇 초 만에 해결해 낸다. 그런데 만약 자신이 구매한 컴퓨터의 계산이 틀릴 수도 있다고 하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것도 중앙처리장치(CPU)의 오류 문제 때문이라면 그 CPU를 만든 회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인텔의 ‘펜티엄 칩 오류 사건’을 살펴보자.

1994년 여름 전성기를 달리던 인텔의 새로운 펜티엄 칩에 관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다. 어떤 수학자가 대량의 고난도 수학 계산 중 오류를 발견했다. 그것도 소프트웨어가 아닌 인텔 펜티엄 칩 고유의 문제라는 것이었다. 이 소문은 인터넷을 통해 매우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고 11월 뉴스로 보도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인텔은 해당 문제에 대해 조용히 다음 버전의 펜티엄 칩부터 해당 문제를 수정했을 뿐 이미 펜티엄 칩을 구매한 고객에게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더욱이 인텔은 뉴욕타임스에도 보도된 해당 문제에 대해 “문제가 일어날 확률이 극히 낮다”면서 어떠한 선제적 조치도 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해당 문제를 여름에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숨기려고 했다는 사실마저 드러났다.


인텔, 잘못된 초기 대응으로 문제 키워
11월 25일 인텔의 주가는 9월 최고점보다 2% 떨어졌다. 인텔 펜티엄 칩을 장착한 컴퓨터를 판매했던 델과 IBM은 자신들이 직접 오류가 있는 펜티엄 칩이 장착된 컴퓨터를 구매한 고객에게 보상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인텔에 대한 소비자들의 적대감은 극도로 커져 갔다.

부동 소수점 수치 연산 부분의 결함으로 시작된 인텔의 펜티엄 칩 문제는 인텔의 잘못된 초기 대응으로 문제의 규모가 더 커졌다. 오류 확률은 90억 분의 1이며 일반 사용자에게는 2만7000년에 1회씩 발생한다는 말과 함께 사용자의 요구가 합당할 경우에만 조건부 교체해 주겠다는 인텔의 초기 대응은 소비자들의 엄청난 반감을 불러일으켰고 이에 따라 1994년 12월 문제 발생 후 6개월여가 지난 시점에서 인텔은 전량 교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예상하지 못했던 지출이 발생하는 상황을 회사에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고하는 것이 좋을까. 합리적인 경제적 의사 결정을 하는데 유용한 재무적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회계의 관점에서 말이다. 아직 실제적인 비용의 지출이 발생하지 않았으니 회계의 발생주의 원칙에 따라 일단 비용이 발생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앞서 인텔의 예처럼 예상하지 못했던 사태를 회계 용어로 ‘우발채무(contingent liability)’라고 부른다. 이러한 우발채무에 대한 회계적 처리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진다. 첫째, 예상되는 손실을 재무제표에 인식하는 방법. 둘째, 회계 보고서의 주석 부분에 해당 상황을 공시하는 방법. 마지막으로 인식 혹은 공시도 하지 않는 것이다. 어떤 방법을 선택해야 하는지는 해당 우발 상황이 이익 혹은 손해를 가져오는가, 손실의 금전적인 추정이 가능한가, 실제 일어날 확률이 얼마나 되는가에 따라 달라지며 회계 보고서에 명시할 때 언제 그것을 기록하는지도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논란 여지 많은 우발채무 산정
그렇다면 인텔은 언제, 얼마를, 어떤 방법을 사용해 회계적으로 처리해야 할까. 우선 우발채무를 처리할 때 고려해야 하는 사항들을 살펴보자.

첫째 고려 사항은 인텔 펜티엄 칩 사건에 따른 손실 발생 확률이다. 사건은 7월 발생했고 인텔은 같은 해 12월에 교체를 공언했다. 이에 따라 확률에 기반한 첫째 분류에서는 12월 기점에서 우발채무의 발생 확률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시사점은 펜티엄 칩의 문제는 결함이 알려진 1994년 6월부터 존재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발채무의 발생 확률에 대한 평가는 원인의 존재 시기 여부와 별도로 매우 주관적인 판단 하에 이뤄진다는 점이다. 다음 단계는 발생 시의 손실 비용을 추정할 수 있는지 여부다. 추정할 수 있다면 재무제표에 손실 금액을 인식해야 한다.

인텔 펜티엄 칩 사건 등 우발채무에서 손실 금액의 정확한 산정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손실 금액은 어떻게 산정해야 할까. 그리고 정확한 산정은 가능할까.

손실 금액을 산정할 때는 보상 내용을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왜냐하면 손실 금액은 보상 범위에 따라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새로운 펜티엄 칩으로 교환만 인정할 때 혹은 교환과 관련된 인건비와 배송비까지 보상 범위에 포함할 때 예상 손실 금액은 서로 달라진다. 그리고 만약 인텔이 후자를 보상 범위로 선택한다면 보상을 원하는 소비자의 수가 전자보다 더 많아질 것이므로 손실 금액은 더 커질 수 있다. 이에 따라 회사가 목표로 하는 보상 비용 범위를 확인하고 예상되는 보상 수요를 고려해 합리적인 금액을 산정하는 게 중요하다. 우발채무 산정은 항상 어렵고 회사 정책 결정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인텔의 펜티엄 칩 문제와 이에 대한 잘못된 초기 대응은 전성기를 달리던 인텔이 대중의 시험대에 올랐던 위기의 순간이었다. 이런 우발적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회계적으로 얼마만큼 명확하게 처리할 수 있는지도 회사의 중요한 능력 중 하나이며 그러한 능력이 잘 발휘됐을 때 이해관계인들의 합리적 의사 결정을 도울 수 있다.

지난해 초인 2013년 1월 대한해운 매각 당시 우선협상자였던 한앤컴패니는 정밀 심사 과정에서 알려지지 않았던 최대 1000억 원 정도의 해외 우발채무를 발견하고 인수를 중도 포기한 바 있다. 최근까지 파장이 계속되고 있는 KT ENS 법정 관리 사태에서도 루마니아 태양광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채무로 발생한 우발채무가 신용 등급 하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렇듯 우발채무는 기업을 둘러싼 의사 결정에 여전히 중요한 고려 요소이며 회계 구조를 정확히 분석하고 이해하는 것은 재무 정보를 근거로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라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능력 중 하나일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 말이다.
[MBA 명강의 지상 중계] 회계 문제로 번진 펜티엄 칩 오류 사건
송창준 교수는…

고려대에서 회계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어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통계학 석사를, 미시간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SKK GSB에서 재무회계를 강의하고 있다.




정리 이형수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SKK GSB MBA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