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기술·가격 경쟁력 넘는 터닝 포인트 모색해야

[인더스트리 포커스] ‘좁쌀’ 샤오미 광풍, 기상이변 이어 갈까
올해 초 중국을 방문한 롄잔 대만 국민당 명예주석은 궈진룽 베이징시 공산당 서기로부터 “양안(중국과 대만)이 손잡고 세계의 돈을 끌어 모으자”라는 문구가 새겨진 샤오미폰을 선물 받았다. 불과 4년 전만 하더라도 ‘짝퉁 애플폰’으로 유명세를 탔던 샤오미가 양안 경제 무역 협력의 ‘상징’으로 떠오른 것이다.

2013년 딜로이트가 발표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초고속 성장 기업 조사 결과에서 지난 3년간 2만6585%의 성장률을 보인 대만 기업 중국통신미디어그룹(CCMG)이 1위에 선정됐다. CCMG는 중국 내 최대 모바일 소프트웨어 플랫폼 제공 업체로, 매출의 대부분을 중국으로부터 일으키며 양안 경제 무역 협력의 대표적인 기업 모델이 됐다.

샤오미 역시 대만의 기술력과 중국의 생산력이 결합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대만에서 부품을 가져와 중국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기술력을 확보했고 해외 유수 기업으로부터 핵심 인력 상당수를 영입했다. 또한 콘텐츠로 이윤을 남기는 아마존의 비즈니스 모델, 구글 운영체제를 변형해 만든 미유아이(MIUI),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제품을 미리 노출함으로써 사용자의 반응을 조기에 인지하는 마케팅 방식, 물류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립을 홍콩 항구에서 가까운 선전 공장에서 하는 등 ‘성공적인 베끼기(모방력)’를 통해 가격 경쟁력까지 갖춰 삼성·LG·애플 등이 지배하는 휴대전화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올 2분기, 중국 대도시 점유율에서 삼성 제치고 ‘우뚝’
이에 따라 샤오미는 올해 2분기 중국 대도시에서 점유율 14%를 기록하며 12%의 삼성전자를 앞섰고 급기야 최근 인도에서 한정 출시한 10만 원대 저가 스마트폰 ‘훙미(紅米Redmi) 1S’는 판매 시작 4.2초 만에 4만 대가 매진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의 휴대전화 위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2~3년에 한 번씩은 언론의 단골 기삿거리였다. 한국 기업들은 한때 휴대전화 강자였던 모토로라·노키아에는 저가 폰으로 대응했고 애플의 아이폰 광풍에는 최고의 기술이 탑재된 갤럭시 S, 옵티머 G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다시 최근 중국의 저가 폰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30만 원대 중저가 폰을 개발해 중국·인도를 비롯한 세계시장에 공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국 기업들은 그간 상상하기 어려운 투자와 노력으로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하며 글로벌 최고 기업으로 성장했다. 또한 그 과정에서 한국의 고객 역시 끊임없이 변화하고 제품의 기능과 서비스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졌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그간의 최신 기술과 모델 등으로 고객을 확보하던 마케팅 전략과 함께 다른 산업에 비해 다소 소홀했던 고객관계관리(CRM)를 재정비, 고객의 소리를 적극적으로 청취하고 고객 중심의 마케팅을 활발하게 추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샤오미 역시 ‘미펀(Mi Fen, 米粉)’이라고 불리는 팬클럽을 운영, 고객과 끊임없이 소통해 그들의 요구 사항을 즉시 반영함으로써 샤오미가 고객과 가까이에 있다는 인식을 심어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최고의 생산 시스템, 기술력 및 브랜드 전략을 앞세워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고 당분간 그 지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의 ‘좁쌀(샤오미)’ 광풍에 이어 화웨이가 최근 ‘알뜰폰’이라는 명목으로 한국 시장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무서운 속도로 변화하는 시장에서 기술·가격 경쟁만이 아닌 보다 깊이 있는 고객 탐구를 통해 과거에도 그랬듯이 터닝 포인트를 찾아보길 바란다.


정성일 딜로이트 컨설팅 전무·첨단기술·미디어 및 통신산업본부 리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