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인수 후 부실 이미지 털어내, 치킨게임 승자로 고성장

[2014 한중일 100대 기업] 신규 반도체 투자 봇물…새 ‘성장 신화’ 쓴다
SK하이닉스는 부활 기업의 대명사로 통한다. 한때 주인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SK그룹의 날개를 달면서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평가다. 과거 부실기업이라는 오명을 깨끗이 씻어내듯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1조 원 클럽(영업이익 1조 원 이상)’에 들었다. 올해 한경비즈니스와 톰슨로이터가 공동 선정한 ‘한중일 100대 기업’에서도 60위에 올랐다. 2010년 실시한 같은 조사보다 무려 515계단 상승했다. SK하이닉스의 성공적 부활 비결은 적기 투자, 기술 개발, 우수 인력 보강 등이다.


최고 인력 영입해 ‘기술 리더십’ 구축
SK하이닉스가 2012년 SK그룹에 편입되기 전에는 그야말로 힘겨운 시간들을 보냈다. 2000년대 이후 대만과 일본 업체와의 치킨게임을 견뎌야 했다. 세계적으로 공급이 넘쳐나면서 D램 가격이 걷잡을 수 없이 떨어졌고 당시 적자가 5조 원, 부채는 8조7000억 원에 이르렀다. 또한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하이닉스를 인수하겠다고 나서면서 하이닉스의 미래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지경이 됐다.

하지만 2012년 2월 14일 SK그룹의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하이닉스가 보유한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SK그룹의 자본력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면서 부진의 늪에서 완벽하게 탈출했다.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과 메모리 반도체 세계 2위 기업인 하이닉스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이상적인 결합이었다.

날개를 단 SK하이닉스는 곧바로 ‘비상’을 준비했다. 먼저 인프라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가 시작됐다. 2012년의 투자액을 3조8500억 원으로, 전년의 3조5000억 원에서 10% 증액했다. SK그룹 편입 전에는 추진하기 힘들었던 공격적인 투자였다. 이를 기반으로 같은 해 6월 이탈리아의 아이디어플래시(현 SK하이닉스 유럽 기술센터)와 미국의 컨트롤러 업체인 LAMD(현 SK하이닉스 메모리 솔루션)를 인수해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개발 역량을 대폭 강화했다. 청주의 M12 공장의 조업도 2개월이나 앞당겨 6월부터 시작했다.

우수한 기술 인력의 확보에도 힘썼다. 회사 내 최고 기술 전문가인 박성욱 사장을 2013년 2월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반도체 분야의 최고 전문가인 오세용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초빙교수와 이석희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를 각각 제조기술 부문 사장과 미래기술연구원장(전무)으로 영입하는 등 ‘기술 리더십’을 한층 강화했다.

‘행복 날개’의 성과는 생각보다 빨리 나타났다. 2013년 3분기에는 매출액 4조840억 원과 영업이익 1조1640억 원으로 사상 최대의 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2013년 연간으로도 14조1650억 원의 매출과 3조38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사상 최대의 연간 경영 실적을 달성했다.

올해에는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분기 영업이익 1조 원을 돌파하면서 사상 최초로 반기 영업이익 2조 원을 돌파했다. SK하이닉스의 선전으로 SK그룹 또한 사상 최대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의 성장세가 이어지며 하이닉스를 천덕꾸러기 취급하던 외부의 시선도 달라졌다. 2조3000억 원 규모의 신주 발행 등을 통한 재무적 안정성 확보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 등 세계적 신용 평가 기관도 신용 등급을 상향 조정했다. 이와 함께 반도체 사업에 매우 중요한 우수 인재 확보도 용이해졌다. 실제로 2012년 상반기 대졸 신입 사원 공채에는 전년 대비 2배에 가까운 인원이 지원했고 해외 인재 채용 설명회에도 참가자가 부쩍 늘었다. SK그룹 편입의 효과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였다.

시장을 선도하는 새로운 제품의 출시도 줄을 이었다. 2013년 12월에는 차세대 모바일 D램인 LPDDR4와 고성능·저전력·고용량 D램인 HBM(High-bandwidth Memory)을 개발해 새로운 메모리 영역을 창출했다. 올해 9월에는 세계 최초로 와이드 IO2 모바일 D램을 개발해 고성능 모바일 D램 시장의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게 됐다. SK하이닉스가 올들어 1조 클럽에 들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다.

낸드플래시에서는 16나노 제품 양산으로 등 미세 공정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자체 컨트롤러를 탑재한 SSD(Solid State Drive) 출시와 기존 제품의 고용량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3차원(3D) 적층 낸드플래시의 개발도 완료해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시스템 반도체인 CIS(CMOS Image Sonsor)도 선두 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대부분 해소하고 BSI 1300만 화소 시제품을 선보이는 등 저화소부터 고화소까지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갖추게 됐다.
[2014 한중일 100대 기업] 신규 반도체 투자 봇물…새 ‘성장 신화’ 쓴다
SK하이닉스의 위상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엘피다 인수를 완료하면서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3개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만이 남아 있는 현재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메모리 시장 2위(2014년 2분기 기준, 아이서플라이)의 자리에 올랐다. 세계 반도체 업계 순위도 2012년 7위에서 5위(2013년 연간 기준, 아이서플라이)로 상승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최근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급변하는 메모리 반도체 산업 환경에서 경쟁력을 지속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은 공정 기술 미세화에 기반한 원가절감과 함께 고객이 요구하는 성능과 품질의 제품을 적기에 제공해야 하는 다양성으로 진화하고 있다. 제품의 종류도 메모리 반도체 단품을 넘어 복합 제품과 솔루션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규모의 소수 고객을 대상으로 표준화된 제품을 공급하던 시대에서 다수의 고객에게 경쟁사와 차별화된 제품을 공급해야 하는 상황으로 변하고 있다.


이천에 신규 팹 건설 중
SK하이닉스는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고객의 다양한 요구 사항에 부합하는 제품을 적기에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IBM·도시바·휴렛팩커드(HP) 등의 주요 업체와 공동으로 PC램, STT-M램, Re램과 같은 차세대 메모리를 개발하고 신규 애플리케이션 출시와 고객의 수요 다변화에 따라 증가하는 메모리 수요에도 적시 대응해 메모리 선두 기업의 위상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수익성을 확보하기 시작한 CIS 사업을 기반으로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경쟁력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당장 올 하반기부터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우선 SK하이닉스는 증가하는 국내외 모바일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으로 하반기 ‘반도체 경영’을 이어 갈 예정이다. 신규 스마트 기기가 출시되고 중국 모바일 시장이 성수기에 진입하면서 모바일 D램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또 롱텀에볼루션(LTE) 네트워크 확대로 모바일 제품의 성능도 높아지고 있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고성능 반도체가 많이 필요한 상황이 됐는데 이런 시장 환경을 활용하겠다는 SK하이닉스의 하반기 전략이다.

SK하이닉스는 모바일 D램 생산 비중을 높여 나갈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20나노 중반급 공정 기술을 모바일 D램에도 확대 적용해 원가 및 기술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부가가치를 더 높일 수 있는 반도체 생산에도 집중한다. SSD 등 낸드플래시 솔루션 제품을 통해 하반기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최근 바이올린메모리사의 PCIe 카드 부문과 소프텍 벨라루스의 펌웨어 사업부 인수를 바탕으로 응용 복합 제품 역량 강화에도 힘쓸 방침이다.

이천 신규팹(FAB)인 M14의 건설도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2015년까지 1조8000억 원을 투자, 새로운 공장과 클린 룸 등이 구축된다. 신규 팹이 완공되면 SK하이닉스의 지속 성장과 미래 경쟁력이 한층 강화돼 또 한 번의 도약이 예상된다.

지난 30여 년간 숱한 위기를 극복하며 세계 2위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해 온 SK하이닉스. 이제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 ‘세계 최고의 종합 반도체 회사’를 향해 새로운 역사를 써 나가고 있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