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남 마이크로디지탈 대표

[포커스] “같은 분야만 계속하면 재미없죠”
미국에서는 국립보건원(NIH)이 보건복지부의 역할을 맡고 있다. NIH의 내부 기관 중 국립 암연구센터(NCI)는 암 분야의 권위 있는 기관으로, 연구를 위해 기업들에 투자한다. 2014년 9월 미국 S 바이오사와 공동 개발로 이 프로젝트를 따낸 한국 기업이 있다. 외국 기업이 NCI의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은 최초의 사례로, 관계자들은 ‘기업계의 노벨상’이라고 표현했다. 2년간 100만 달러를 받게 된 이 국내 기업의 이름은 마이크로디지탈이다.

김경남(46) 마이크로디지탈 대표는 서울대 공대에 진학했다가 그만두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김 대표는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드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모든 것이 보장된 ‘엘리트 코스’를 재미없다고 여겼다. 김 대표의 모토는 ‘내가 잘나갈 때 나를 버려라’다. 그래야 새로운 결심, 새로운 시작이 가능하다.

미국 버클리대를 거쳐 노스웨스턴대에 진학한 김 대표는 석·박사를 4년 3개월 만에 마쳤다. 그는 “3년 동안 실험 조교를 하면서 대학 기계과의 모든 실험을 도맡아 한 덕분”이라며 “이때의 경험이 현재 기업을 세우는 모태가 됐다”고 말했다.

졸업 후 1999년부터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업체 어플라이드머티리얼 본사에서 개발부장으로 일했다. ‘글로벌 기업을 만들겠다’는 꿈을 품고 창업하기 위해 회사의 경영 방식과 전략을 익혔다. 그는 산업의 흐름으로 볼 때 다음 유망 분야는 ‘사람’과 관련된 사업이라고 예상했다. 낯선 바이오 메디컬 분야에 뛰어든 이유다.

“한국은 자신이 일하던 분야를 5년 뒤에도, 10년 뒤에도 고수합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흐름이 바뀌면 새로운 산업을 찾아 떠나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일하던 분야에서 쌓은 노하우를 다른 분야에 접목해 자연스레 녹아들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융합’이죠.”


공학자서 바이오 메디컬 기업가로 변신
한국에 돌아와 2002년 바이오 메디컬 기업인 마이크로디지탈을 창업할 때 주위에서 ‘병원 엘리베이터를 만드느냐’고 물을 정도로 국내에선 이 분야에 대한 인식이 전무했다. 2003년에 23㎡(7평)의 창고에서 김 대표와 직원 단 2명이 만든 시작품이 ‘검체 진공 밀봉 통합 솔루션(iSBS)’이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서울대 등 전국의 대학병원이 앞다퉈 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 마이크로디지탈은 전체 인원이 서른 명도 안 되는 작은 규모의 회사지만 바이오·의료·제약·환경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룬다. 올해 선보인 장치 중 ‘고속 회전 기류를 이용한 바이오매스 처리 장치(BPS 시스템)’는 메디컬 기술을 환경에 접목한 대표적인 제품이다.

BPS 장치를 이용하면 가축 분뇨는 고급 비료로, 폐목재는 보일러 연료로, 음식물 쓰레기는 고가의 사료로 탈바꿈한다.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동시에 폐기물을 처리해 환경까지 보존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앞으로의 목표는 바이오 메디컬 체외 진단 분야에서 세계 톱 10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품의 완성도나 성능으로는 글로벌 기업들과 대등한 수준” 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디지탈의 최종 목표는 바이오 메디컬 시장에서 ‘기러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기업이 되는 겁니다. 선두에 서서 올바른 방향으로 무리를 이끌어 가는 선도 기업이 되고 싶어요.”


이시경 인턴기자 c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