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도 합자회사 형태, 관련법·투자 등에서 유리

스파이스 글로벌 그룹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인도의 재벌 기업이다. 현재 인도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에서 이동통신, 금융 서비스, 엔터테인먼트 사업 등을 하고 있다. 스파이스 글로벌의 창업주 부펜드라 쿠마르 모디 회장을 지난 11월 13일 인도 뉴델리 시내에 있는 그의 저택에서 만났다.

그는 비즈니스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 생활하지만 최근 뉴델리에서 추진 중인 종합 의료 단지 설립 건 때문에 인도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동안 외국 대기업과의 합자를 통해 성장해 온 그를 통해 인도 기업과의 협업 노하우를 들여다본다.
[스페셜 인터뷰] “인도 내 헬스 케어·교육 분야 잠재성 높다”
부펜드라 쿠마르 모디(B.K.Modi) 스파이스 글로벌(Spice Global) 회장은…
포브스가 선정한 싱가포르 부자 중 스물셋째로 꼽히는 부호다. 2014년 기준으로 스파이스그룹의 자산은 20억 달러(약 2조 원)이며 약 1만 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집안 사업이었던 모디인더스트리의 주요 사업인 철강 사업에서 커리어를 시작, 이후 모디고무의 사장으로 독일 컨티넨탈과 합작, 인도 내 타이어 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제록스와의 협업으로 복사기 사업, 외국 통신 회사들과 함께 이동통신 사업 등을 시작한다. 모디 회장은 1980년 사업들을 통폐합하면서 스파이스 글로벌 그룹을 설립했다. 스파이스 글로벌 그룹은 인도 시장에서 컴퓨터·프린터·복사기 등 공급 업체로 성장한다. 이동통신 사업에서도 현재 스파이스 스마트폰은 단 100달러로 인도 시장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삼성·애플을 위협하고 있다. 스파이스 글로벌 그룹은 2008년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이동통신, 엔터테인먼트·미디어, 금융 서비스 등으로 통합했고 최근 인도에서 2억5000만 달러 투자 규모의 헬스 케어 서비스를 신규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인도 비즈니스 환경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인도에는 임금이 저렴하면서도 기술력을 갖춘 인력이 많다는 것이 큰 특징 중 하나입니다. 또한 인도에 중산층이 늘면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로 세계적으로 큰 시장으로 크고 있다는 사실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모든 종류의 상품들이 인도 내에서 수요가 늘고 있죠. 인도의 제조업은 내수에서 생산량의 75%를 소화할 수 있고 25%만 수출합니다. 아마 한국은 반대로 수출용이 내수용보다 앞설 겁니다. 한편 중국은 주요 기업들 대부분이 국유 기업인 반면 인도 기업들은 대부분이 사유 기업들입니다. 국유 기업은 단기적으로 성과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사유 기업이 경쟁력을 갖고 살아남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인도는 인프라스트럭처의 대부분이 민간 섹터입니다. 인도 토지의 80%가 사유지이며 전기 공급, 공항, 항공사, 학교 등 대부분이 민간 소유입니다. 또한 인도는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정부의 모든 행위에서 법을 철저히 준수합니다. 일부 신흥국에서는 정부가 법을 지키지 않고 사업을 추진하거나 쉽게 규정을 바꿔 문제가 되기도 하죠.”


인도 제조업의 강점과 단점은 무엇입니까.
“현재 전 세계 테크놀로지가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가운데 아직 여러 인도 기업들이 글로벌화를 추진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또한 인도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는 적은 편이죠. 현재 인도 제조업은 해외의 신기술을 도입해 인도 시장에 맞게 변형하는 형태를 띠고 있어요. 현재 해외에서 일반화된 기술도 인도에서는 최초일 때가 많아요. 인도 제조업이 더 R&D에 투자해야 글로벌 시장으로 갈 수 있습니다. 현재 제조업을 위한 인프라를 기업 자체가 마련해야 할 때가 많아요. 이때 정부로부터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죠. 인도는 특별경제구역(SEZ)이 잘 돼 있어요. 인도에 최초 진출하는 해외 기업이라면 어느 정도 인프라를 갖춘 SEZ를 이용하는 게 좋습니다.”


인도 내에서 철강·고무·전자기기·통신업 등 비즈니스를 해왔는데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습니까.
“스파이스 그룹은 해외 전략적 파트너 통해 신기술을 인도 국내에 들여오는 사업을 해왔습니다. 복사기는 제록스와, 팩스는 삼성, 컴퓨터는 올리비티, 타이어는 컨티넨탈, 통신업은 텔레스트라·모토로라와 함께 사업을 했죠. 인도에 공장을 지을 때 인프라가 없어 우리는 스스로 만들어야 했어요. 우리는 공장을 짓기 위해 주택, 의료 서비스, 학교 등 아예 하나의 마을을 만들어야 했죠. 어떤 사업을 하든지 제일 중요한 것은 인도 내 위치 선정일 것입니다.”


한국 중소기업들은 인도 진출이 힘들다고 말합니다.
“비즈니스를 하는 데는 기술·인력·금융·시장 등이 요구되는데, 한국 기업들은 높은 기술과 경험 등 모든 역량을 갖추고 있어요. 한국의 높은 기술력을 인도에 가져와 왜 다른 기술과 어떻게 차별성이 있는지만 증명할 수 있다면 인도에 많은 비즈니스를 끌어올 수 있을 것입니다. 중소기업은 인도에서 합자회사 형태로 가야 합니다. 한국 기업들은 일본·중국에 비해 인도 기업과의 협력에 더 좋은 조건들을 갖고 있어요. 예를 들어 민족 정서상 한국·인도 간 아무런 역사적 감정이 없고 우수한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비슷합니다. 하지만 외국 기업들이 인도에서 어려워하는 점도 잘 파악해야 합니다. 인도의 법체계는 복잡한 편으로 이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해요. 한편 인도의 금융은 좋은 편으로, 증시는 상승세에 있고 투자 자금도 충분히 형성돼 있어요. 이는 곧 합자회사라면 투자 받는 일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죠. 결론적으로 좋은 기술력만 있다면 인도의 파트너와 함께 여러 혜택을 받으며 인도 내에서 자리 잡을 수 있는 우호적인 환경입니다.”


외국 기업의 진출 및 투자는 여러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는데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십시오.
“어느 지역에서 사업을 하느냐 그리고 어떤 산업이냐에 따라 세금 혜택이 다릅니다. 현재 모디 정부가 제조업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제조업으로 인도에 진출한다면 조세 할인을 많이 받을 수 있어요. 또한 한국·인도 간 세금 협정을 통해 한국에서의 납세 신용도를 기반으로 인도에서도 혜택을 받을 수 있어요. 인도 기업들은 인도의 조세 규율을 잘 파악하고 있으므로 외국 기업이라면 세제 문제를 함께 잘 헤쳐가야 합니다. 모디 정부와 지방정부들은 더 많은 지역에서 더 다양한 산업에 세금 혜택을 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방위산업에서는 이미 많은 기업들이 세금 혜택을 누리고 있어요.”


인도 기업과 협업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지요.
“인도 기업들도 똑같은 비즈니스 논리를 갖고 있고 세계 기업과 똑같은 룰을 갖고 있습니다. 인도의 상법 역시 미국의 법과 거의 비슷해요. 아마 중국의 비즈니스 논리와 상법은 많이 다르겠지만 인도는 글로벌 룰과 비슷하면서도 오히려 쉬운 부분도 많아요.”


인도에서는 어떤 비즈니스가 유망하다고 생각합니까.
“제조업도 중요하지만 투자가 많이 요구되는 헬스 케어와 교육 분야가 많은 잠재성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인도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교육을 강조하고 있고 헬스 케어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입니다. 특히 인터넷을 이용한 교육과 헬스 케어는 땅덩어리가 크고 정보기술(IT)이 발달한 인도 시장에서 많은 비즈니스를 파생시킬 수 있어요. 스파이스 글로벌 그룹은 최근 헬스 케어 사업과 관련해 한국의 녹십자와 접촉하고 비즈니스 협업을 도모하고 있어요.”


최근 추진 중인 의료 단지 조성 사업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스마트 글로벌’로 명명된 이 사업은 뉴델리를 포함한 인도 내 4개 지역에서 대규모 의료 단지를 조성하고 있어요. 이를 위해 필립스 등을 통해 높은 기술력을 공급받고 있죠. 의료를 넘어 웰빙 라이프스타일까지 포함하는 이 사업은 모바일 기술뿐만 아니라 특별한 음식료·치료 등을 통해 건강하고 지혜로운 삶을 사는 ‘스마트 리빙’을 지향합니다. 우선 우수한 의료진을 확보하기 위해 최고의 의사들을 이곳에 집결시키고 있고 최고 수준의 간호·보양 시설 및 서비스를 확보해 나가고 있습니다. 의료는 스마트 리빙의 일부분일 뿐이고 관련 거주, 제조업, 데이 케어까지 포함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뉴델리(인도)=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