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998호 (2015년 01월 21일)



승진 막힌 기업, 직원 동기부여 묘수 찾기

기사입력 2015.01.15 오후 05:41

승진 막힌 기업, 직원 동기부여 묘수 찾기

2008년 여름 코스피 지수가 2000을 넘어 계속 오르면서 전문가들은 3000~4000까지 갈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정말이지 그때는 경제에 대한 모든 기대들이 장밋빛으로 넘쳐났다. 대선이 한창이었는데 나중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명박 후보는 공약으로 경제성장률 7%와 국민소득 4만 달러를 제시했을 정도였다. 당시 필자는 국내 중견 그룹사의 중·장기 비전 수립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었다. 화두는 역시 과감한 투자와 인수·합병(M&A)을 통한 고속 성장이었다. 5년 후 비전이 될 성장 목표를 수립하기 위해 고객사와 경쟁사의 각종 재무 지표들을 분석하다가 문득 궁금증이 도졌다. 필자는 옆에서 작업하던 동료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 성장해야 할까.”

우문(愚問)이다. 성장은 비즈니스 세계의 공리이자 정언명령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명한 동료는 명쾌하게 대답했다.

“투자자들에게는 수익이, 사업가에겐 비전이, 경영자에겐 생존이, 직원들에게는 승진이 필요하니까. 사업이 크면 돈도, 일도, 이른바 ‘자리’도 늘어나잖아.”

야심차게 제언된 우리의 중·장기 비전과 전략 보고서는 그러나 실행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해 가을 리먼브러더스가 파산 보호 신청을 하며 세계적인 위기가 닥쳤기 때문이다. 이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에도 미치지 못했고 기업과 개인은 큰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해마다 시장은 글로벌 금융 위기에 위협 당했고 유가는 가파르게 상승했고 이머징 마켓의 성장도 주춤하기 시작했다. 점점 사람들은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간간이 긍정적인 뉴스가 들리기도 했지만 체감하는 시대의 공기는 점점 무거워져만 갔다. 즉, “성장의 시대는 끝났다.” 필자는 이제 동료의 현답(賢答)을 실감하고 있다. 더 이상 조직에 빈자리는 생기지 않고 기업은 직원들에게 승진을 약속할 수 없다. 작년 한 해 동안 고객사들은 더 이상 성장에 대한 비전을 묻지 않았다. 그 대신 효율적으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적정 인력, 조직 내 인력 적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정체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방안을 물어 왔다. 그리고 그 질문에는 많은 경우 이런 전제가 달렸다.

“승진만이 유일한 동기부여인 상황에서….”


심리학에서 ‘동기’의 의미는 다면적
많은 경영자나 인사관리(HR) 임원이 ‘동기부여’라는 주제에 대해 떠올리는 것은 두 가지다. 장기적으로는 승진, 단기적으로는 금전적 보상이다. 대개 승진은 보상의 증대를 수반하기 때문에 승진 기회의 부족이라는 현상은 일단 거의 모든 동기부여의 맥을 끊어버리는 것처럼 보인다. 단기적인 성과급제도 역시 이익 풀(Pool)이 줄어들며 운용의 범위와 그 효과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런데 그렇게 중대한 동기부여의 도구인 승진과 보상은 과연 모든 사람들에게 같은 의미, 동일한 효과를 가질까. 심리학자 데이비드 매클랜드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을 움직이는 동기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 모습을 가진다. 첫째, 성취동기. 사람은 자신의 기준에 따른 목표에 부합하거나 달성하고자 한다. 둘째, 친화 동기.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친밀한 관계와 어떤 집단의 소속감을 얻고자 한다. 셋째, 권력 동기.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어떤 지위를 인정받고자 한다. 개인은 이 세 가지 동기를 모두 가지고 있지만 그 정도가 조금씩 달라 마치 개개인의 얼굴처럼 동기의 생김새도 사람마다 각각 다르다.

그러므로 동일하게 승진하고 동일한 보상을 받을지라도 그것은 사람마다 ‘다른’ 의미를 지닌다. 어떤 사람에게 승진과 보상은 자신이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의 달성을 의미하며 어떤 사람에게는 자신이 소속하고자 하는 상위 집단이나 이너서클의 진입을, 어떤 사람에게는 할 수 있는 것들의 확대와 중요한 사람이라는 사회적인 인정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는 무의식의 영역으로 직원들 마음 깊은 곳에 숨겨져 있다. 이 때문에 경영자와 HR 임원은 종종 시야를 승진과 보상이라는 가시적인 제도에 국한하곤 한다. 물론 승진과 보상이 직원 동기부여를 둘러싼 여러 도구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이라는 데에는 이론이 없다. 다만 동기라는 것이 무엇을 성취하려고 하고 사람들과 친하고 공동체에 속하려고 하며 보다 많은 영향력과 인정을 원하는 것이라면 반드시 시야를 승진과 보상 그 자체로 좁힐 필요는 없다.

이미 많은 기업에서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조직 활성화를 고민해 왔다. 성취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직무 경험과 교육 기회, 혹은 사내 자격증이나 직급과 무관한 직무 역량 인증을 제공할 수 있다. 사내 대학, 비공식적 공동체 지원이나 주기적 태스크포스팀(TFT) 구성을 통해 네트워크의 확장과 친밀감 형성의 기회를 보다 많이 제공할 수도 있다. 직무 권한·범위 확대나 하위 조직에 대한 자유도 부여 등을 통해 직무 영향력을 확대하고 경력 개발 경로를 다변화해 보다 높은 지위에 도달하고자 하는 권력 동기를 다양하게 자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안들 역시 많은 경우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고 오히려 직원들의 냉소만 키운 사례도 적지 않다. 이를 극복하고 조직의 중·장기적 활력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조직 전체의 제도적·문화적 효과성, 나아가 조직의 비즈니스 성과의 향상으로 이어져야 한다.

전국의 고등학교에는 ‘제물포(저 선생님 때문에 물리 포기했어)’ 선생님이 한 분씩 꼭 있다. 사실 ‘제물포’ 선생님도 억울하다. 추상적인 개념투성이인 물리는 좋아하는 학생보다 싫어하는 학생이 훨씬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선생님은 학생들로 하여금 물리라는 과목을 좋아하게 만드는 마술을 부린다.

헤이그룹의 연구에 따르면 기업 성과의 70%는 비즈니스 콘텍스트와 그 비즈니스 모델에서, 나머지 30%는 조직 내부의 효과성으로부터 창출된다고 한다. 조직 내부 효과성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두말할 것도 없이 ‘리더십’이다. 리더는 조직 성과를 결정짓는 비즈니스 모델을 지속적으로 창출·개선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이 제 기능을 발휘하도록 하기 위해 조직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여기서 종종 간과되는 리더의 역할이 있다. 리더가 이에 더해 그 자체로 조직원의 ‘동기부여’에 큰 영향력을 지닌다는 점이다.


좋은 리더는 닮고 싶은 롤모델 역할
리더는 성취동기가 강한 사람에게는 닮고 싶은 롤모델로 기능하고 친화 동기가 강한 사람에게는 리더의 호감이나 조직에의 소속감을 원하게 만들며 권력 동기가 강한 사람에게 ‘인정해 주는 아버지’의 역할을 한다. 이렇게 조직 내에서 존경 받는 리더는 어떤 모습일까. 헤이그룹의 리더십 관련 연구에 따르면 동기를 부여하는 리더는 자신의 전문적 역량을 솔선해 보여주고 명확하게 지시하고 이에 대해 책임을 지며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공동체를 형성한다. 또한 부하 직원을 의사 결정에 두루 참여시키면서도 장기적 관점에서 육성하고 무엇보다 개인과 조직의 미래를 아우르는 ‘비전’을 제시한다.

물론 이러한 리더는 극히 드물다. 그러므로 글로벌 선도 기업에서는 경력의 초기부터 핵심 인재를 선별해 장기적인 파이프라인을 거쳐 리더로 육성한다. 이는 저성장기에 한정된 ‘자리와 돈’이라는 콘텍스트 아래 HR 전략의 ‘선택과 집중’과도 연관이 있다. 최근 HR 트렌드는 핵심 인재 유지와 리더 육성을 최우선 목적으로 삼아 평가와 승진, 보상 정책을 체계적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핵심 인재의 동기부여를 관리하며 적절한 경로를 통해 효과적인 리더로 양성한다면 이러한 인재는 조직으로부터 존경 받는 리더가 돼 전체 조직의 활력을 끌어올린다.

대다수 학생들이 물리를 싫어하는 것처럼 대다수 아이들은 채소를 싫어한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들이 채소를 먹게 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안한다. 잘게 다져 햄버그스테이크와 같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에 섞어 먹이거나 채소를 먹었을 때만 칭찬하면서 디저트를 주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기업 활동에서 전자는 부서 회식이나 각종 이벤트에, 후자는 승진이나 보상에 비유할 수 있는데 문제는 이러한 방법이 일시적으로 채소를 먹게 만들지는 모르지만 ‘좋아하게’ 만들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필자의 부모님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 때문에 위의 두 방법뿐만 아니라 다른 방법을 활용하셨다. 바로 식사 준비 시 내게 채소를 다듬게 하는 일이었다. 내가 만든 채소 반찬은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맛이 있었다.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 메커니즘은 주인의식
주인의식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 메커니즘이다. 내 일, 내 공동체, 내 사업의 성공은 성취·친화·권력 동기를 한데 묶는다. 만약 조직의 모든 직원이 조직의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나 매출 증대·비용 절감 성과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경험을 하고 그것이 조직과 동료들에게 인정받았다고 하자. 이보다 더 동기가 부여되는 경험이 있을까. 다만 이 영역은 상당한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조직의 비즈니스 모델과 오퍼레이션 모델을 불확실성 속에 개방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미 잘 작동하고 있고 잘 알고 있으며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구성된 ‘돈 버는, 일하는 방식’을 조직 내의 ‘전략 비전문가’들의 손에 맡겨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들은 이미 그들의 상품과 서비스, 그들의 동료와 경쟁자, 무엇보다 그들의 고객에게 최고경영자(CEO)보다 전문가일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불확실성에의 개방은 생각지도 못한 돌파구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러한 ‘창발적 전략, 내부적 혁신’의 예는 다양하다. 혼다의 미국 진출 전략은 처음엔 할리데이비슨을 벤치마킹했지만 실제로 그들을 성공으로 이끈 출발점은 직원들이 타고 다녔던 소형 모터사이클이 지역 스포츠 용품점 진열대에 들어설 때였다. 국내의 한 가구 업체는 판매하던 책장을 소비자들이 캣 타워로 활용하는 것을 목격하고 애완 용품으로 변형해 신규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말단 직원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컨베이어벨트를 세울 수 있다”는 전사적 품질관리(TQM)의 기본 사상도 마찬가지다. 픽사의 CEO인 에드 캣멀은 이를 좇아 직원들이 “단지 컨베이어벨트 위를 지나가는 부품들을 조립하는 영혼 없는 톱니바퀴 같은 존재가 아니라 제품 생산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변화를 제안하고 문제 해결에 기여해 회사를 키우는 구성원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고 제품 품질을 향상하는 데 모두 참여하는 기업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경영의 최우선 목적이라고 강조한다.

반면 안타까운 사례도 있다. 교육 시장을 호령했던 어떤 업체의 CEO 앞에 정보기술(IT) 부서 중간 관리자가 막 시장에 나온 아이패드를 들고 교육 시장의 미래라며 흥분했다. CEO는 이렇게 대꾸했다. “자네는 여기 직원인가, 애플 직원인가.” 이 업체는 3년 뒤에야 부랴부랴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이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준비했지만 이미 조직 내에선 냉소가 만연했고 시장은 그들을 외면한 지 오래였기 때문에 여전히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렇듯 전략과 내부적 변화에의 참여는 동기부여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성과 창출의 중요한 열쇠다. 경영자와 전략 부서는 이러한 창발적 전략을 장려·수용하면서 하나의 일관된 전략적 방향과 성과 기업의 비즈니스·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해야 하는 어려운 역할을 맡는다. 또한 이와 같은 변화를 위해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과 조그만 성공 사례 창출부터 시작해 장기적인 시야의 제도적·프로세스적 뒷받침 역시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앞서 보듯 최고경영진의 ‘열린 귀’와 ‘실천’이다.

요컨대 동기부여와 조직 성과는 한 몸이다. 조직의 효과성을 구축하는 리더십은 또한 조직을 동기부여하며 비즈니스 모델의 참여를 통한 직원의 동기부여와 함께 미처 보지 못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할 수 있다. 성장의 한계로 동기부여의 한계를 맞이했다면 동기부여와 함께 성장의 한계를 돌파할 수도 있다. 다만 여기에 ‘꼼수’는 없다. 경영자가 조직원을 믿고 많이 듣고 함께 고민하며 그들의 손에 변화를 맡기고 그들을 리더로 키워 내며 손수 모범을 보이는 수밖에 없다.


이재원 헤이그룹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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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5-01-19 09: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