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998호 (2015년 01월 21일)

외교안보硏 ‘절대 강자’… 빅5 체제 탄탄

기사입력 2015.01.15 오후 05:41

외교안보연구소가 자리한 국립외교원 전경.

외교안보연구소가 자리한 국립외교원 전경.


세월호 참사 등 대형 사건·사고가 줄을 잇던 2014년이 지나고 새해가 밝았다. 하지만 희망의 기운 대신 두려움이나 긴장감을 떨쳐버릴 수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기업들은 저마다 ‘비상 경영’을 선언하기 바쁘고 국내외 정치·사회·경제 상황 중 그 어느 것 하나 녹록한 것이 없다. 폭락하는 국제 유가와 디플레이션의 공포는 주가 폭락으로 돌아오고 있고 미국을 제외한 그 어느 경제권도 성장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양적 완화 종료에 이어 금리 인상을 준비 중인 미국의 영향으로, 글로벌 경제 동력으로 칭찬받던 신흥국도 위기 대열에 들어설 처지에 빠졌다. 세계의 석학들이 2015년을 세계 역사의 전환점으로 설정한 배경이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세계정세에 더해 2015년은 우리에게도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올해는 광복 70주년,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이 되는 해다. 이런 가운데 북한 김정은 정권의 불안정성, 동아시아의 영토 분쟁, 동북아 평화·협력을 위협하는 중국의 성장과 일본의 엔저 전략 등 헤쳐 나가야 할 난관이 하나둘이 아니다. 이미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호의존적 체제 아래서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갈등을 풀어야 하는 숙제가 주어진 것이다. 정확한 분석과 대안으로 국가적 역량을 하나로 묶고 현실 정책에 힘을 실어줄 싱크탱크의 역할도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이번 ‘100대 싱크탱크’ 외교·안보 부문 조사에선 지난 조사와 마찬가지로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이하 외교안보연구소)가 1위에 올랐다. 조사가 시작된 5년 동안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은 저력이 올해도 이어진 것이다. ‘만년 3등’에 머물렀던 세종연구소는 비로소 자존심을 회복하며 2위를 차지했다. 반면 통일연구원은 넘버2의 자리를 세종연구소에 내주며 3위를 기록했다. 외교·안보 부문은 지난해 조사와 마찬가지로 외교안보연구소·세종연구소·통일연구원·한국국방연구원·동아시아연구원이 ‘빅 5’를 형성하며 주요 싱크탱크로 자리매김했다.


외교안보연구소 대외 영향력 ‘으뜸’
외교·안보 부문에서 단연 주목해야 할 결과는 외교안보연구소의 6년 연속 1위 등극이다. 외교안보연구소는 외교통상부 국립외교원 산하 기관으로 1977년 설립된 외교안보연구원이 전신이다. 이후 2012년 외무공무원법 개정에 따라 국립외교원이 설립되면서 지금의 외교안보연구소로 자리 잡았다.

외교안보연구소의 정책 연구 활동은 지역과 기능에 따라 5개의 연구부(안보통일연구부·아시아태평양연구부·미주연구부·유럽아프리카연구부·경제통상연구부)와 중국연구센터·외교사연구센터·국제법센터 등 3개의 연구센터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5개의 연구부에선 국제 안보·북핵 등 남북 관계를 비롯해 한미 동맹 등 대미 관계, 중남미·유럽·러시아·중동 등의 지역 이슈, 또 글로벌 거버넌스·기후변화·공적개발원조(ODA)·자유무역협정(FTA) 같은 정치·경제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룬다.

세 곳의 전문 연구센터도 눈에 띈다. 중국연구센터는 미국에 이어 G2로 떠오른 중국과 관련한 정책 연구를 비롯해 전문가 워크숍 및 간담회, 한중 전략 대화 등 다양한 세미나 활동을 펼치고 있고 매년 연례 정세 보고서도 펴낸다. 외교사연구센터는 외교정책 결정과 외교사 연구의 토대가 될 수 있는 외교자원을 발굴해 분석하고 편찬하는 외교 사료 연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 외교의 주요 사안에 대한 현장 경험을 인물별·사건별로 채록하는 ‘외교 구술사(oral history)’ 사업이 대표적이다. 외교·안보 정책 결정에 기여하고 논리적 대응력을 키우기 위한 국제법센터의 활동도 활발하다. 정부와 민간을 연결하는 허브로서 국내 국제법 연구의 활성화와 국제법 전문가 양성을 촉진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편 1위 싱크탱크와 2위권 그룹의 총점 간격이 크게 줄어든 것도 이번 조사의 특징이다. 지난 조사에서 729점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던 외교안보연구소는 올해 조사에선 563점을 얻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조사에서 2위에 오른 통일연구원이 얻은 총점(594점)보다 낮은 수준이다. 올해 조사에서 2위에 오른 세종연구소의 총점(504점)과 외교안보연구소의 점수 차는 59점 차에 불과했다. 외교안보연구소는 대외 영향력 부문에서 점수 차를 크게 벌리며 1위 자리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세종연구소 ‘만년 3위’ 설움 씻어
세종연구소의 약진도 눈에 띈다. 세종연구소는 지난해 조사에서 통일연구원에 밀리며 ‘만년 3위’를 이어 갔지만 올해 조사에선 드디어 2위로 점프하며 설움을 씻어 냈다. 사실 지난 조사에서도 세종연구소는 연구의 질과 연구 역량 부문에서 통일연구원을 앞질렀지만 대외 영향력 부문에서 벌어진 점수 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조사에선 3개 평가 항목 모두에서 통일연구원을 앞지르는 데 성공하며 총점 차를 100점 가까이 벌리는 데 성공했다.

대학 부속 싱크탱크들의 부진도 올해 조사에서 나타난 특징이다. 지난해 조사에선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첫 등장(10위)하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6위에 오르는 등 대학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올해 조사에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9위로 미끄러졌고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도 14위에 그치며 톱 10 진입에 실패했다. 대학 부속 싱크탱크 중 순위가 상승한 곳은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연구센터(12위),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18위),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21위), 연세대 북한연구원(23위) 등 4곳에 불과했다.

대학 싱크탱크의 부진 속에서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연구센터(이하 국제지역연구센터)의 상승세는 단연 눈에 띈다. 지난해 조사에서 24위에 머물렀지만 이번 조사에선 무려 12계단 상승하며 새롭게 100대 싱크탱크에 이름을 올렸다. 1993년 대학 부속 기관인 ‘외국학종합연구센터’에서 출발한 국제지역연구센터는 2008년 지금의 명칭으로 바뀌었다. 외국어 및 지역학 교수와 인문·사회과학 및 자연과학의 공동 연구가 가능한 외국어 대학의 특성을 살려 세계 각국 및 각 지역의 정치·경제·사회·문화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실천적 연구와 국제 전문 인력의 실용 연수를 통해 이들이 활용할 수 있는 응용 지식 및 기술의 확산에 기여하는 것이 국제지역연구센터의 목표다. 이 밖에 한국해양전략연구소(20위 10계단 상승),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21위, 10계단 상승), 한반도평화연구원(17위, 8계단 상승), 한국전략문제연구소(8위, 7계단 상승) 등도 상승 폭이 두드러졌다.


외교안보硏 ‘절대 강자’… 빅5 체제 탄탄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입력일시 : 2015-01-19 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