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1008호 (2015년 04월 01일)



IoT로 무대 옮긴 ‘플랫폼 전쟁’

기사입력 2015.03.24 오후 02:17

안승권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5 CES LG전자 글로벌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LG전자의 IoT 전략 및 플랫폼 ‘웹 운영체제(OS) 2.0’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안승권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5 CES LG전자 글로벌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LG전자의 IoT 전략 및 플랫폼 ‘웹 운영체제(OS) 2.0’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최근 경영학계에서 가장 흔하게 듣는 단어는 바로 플랫폼이다. 플랫폼은 원래 기차역에서 사람들이 기차를 타고 내리는 곳을 의미하는데, 전국 각지를 오가는 기차는 물론이고 이를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모이게 된다. 이러한 의미가 발전해 다양한 종류의 주체들을 모으고 이들을 활용할 수 있는 매개 지점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기업이 고객과 다른 기업을 유치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매개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플랫폼 전략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특히 정보기술(IT) 산업은 플랫폼의 중요성이 가장 강조되는 분야다. 대개 컴퓨터에서의 플랫폼이란 새로운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구심점이 되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의미한다. 이에 따라 초기에는 컴퓨터의 마이크로프로세서나 운영체제 및 미들웨어, 각종 기술 표준 등을 플랫폼이라고 불렀다. 이후 2000년대에 접어들어 인터넷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수많은 콘텐츠를 모으는 포털 사이트 등도 IT 산업의 주요 플랫폼으로 간주되고 있다.


스스로 플랫폼이 된 기업들
IT 산업에서 플랫폼이 주목받게 된 이유는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의 유형이 다양해지면서 기업이 모든 것을 대응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업 자신이 플랫폼이 돼 특화된 강점을 가진 다른 기업과 제휴하는 것이 시장 변화 대응에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됐다. 또한 인터넷과 모바일 등 정보통신의 발전으로 다양한 서비스와 이용자를 모을수록 기업의 영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네트워크 효과가 두드러지게 된 것도 플랫폼의 중요성이 증가하게 된 요인으로 볼 수 있다. 더군다나 플랫폼을 기반으로 아이디어의 교류와 협업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융합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많은 IT 기업들이 플랫폼의 가치와 활용 방안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IT 산업에서 플랫폼의 중요성이 대중적으로 부각된 계기는 바로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운영체제의 등장이었다. IBM의 PC가 큰 인기를 끌자 여기에 탑재되는 윈도 운영체제도 빠르게 확산됐는데, PC에서 작동하는 프로그램이 윈도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면서 윈도 운영체제가 PC 사용자들이 구입할 수밖에 없는 사실상의 표준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IBM이 PC 제조 기술을 외부로 공개해 다른 기업들도 IBM의 PC와 동일한 제품을 만들게 되면서 윈도 운영체제가 더욱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됐다.

PC 시대의 도래로 윈도 운영체제가 IT 산업의 주도적인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지만 인터넷의 확산은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새로운 플랫폼을 탄생시켰다. 이들 기업들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이전에 없던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해 수많은 인터넷 사용자들을 모을 수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혹은 서비스 수요자와 제공자를 연결해 주는 등 다양한 비즈니스를 시도,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야후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인터넷 기업으로 떠오른 구글은 자사의 웹사이트를 강력한 플랫폼으로 만들어 IT 산업의 맹주가 될 수 있었다. 구글은 강력한 인터넷 검색 기능을 제공해 전 세계의 수많은 인터넷 사용자들을 끌어들였고 이를 기반으로 검색 기반 광고 비즈니스를 도입,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또한 구글은 다른 기업들이 자사의 콘텐츠를 활용해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도록 필요한 개발 도구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는데, 이를 통해 더욱 많은 외부 기업들과 사용자를 끌어 모아 플랫폼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 구글은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를 통해 수많은 스마트폰 제조 기업과 사용자들을 확보하는 등 인터넷에서의 플랫폼 전략을 모바일까지 확장시키고 있다.

몰락하던 기업에서 세계 최고의 IT 기업으로 부활한 애플의 성공 비결 역시 성공적인 플랫폼 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완벽한 결합을 강조해 온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운영체제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자사 고유의 운영체제를 버리지 않았다. 결국 애플은 자사의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맥북·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 등 다양한 유형의 기기가 일관성 있게 호환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고객들이 애플 제품을 집중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특히 애플은 아이튠스와 앱스토어라는 자사 기기 기반의 새로운 인터넷 플랫폼을 만들어 다양한 기업들이 음악과 미디어는 물론이고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구동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고 판매하도록 지원했다. 이를 통해 아이튠스와 앱스토어는 많은 외부 기업과 사용자를 끌어모아 고유의 생태계를 구성할 수 있었고 콘텐츠 중개 수익은 물론이고 애플 제품의 판매 촉진에 크게 기여할 수 있게 됐다.

IT 산업의 플랫폼 전략은 사물 인터넷이 중요한 패러다임으로 떠오를 미래에도 더욱 강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까지 사물인터넷(IoT)의 방향과 영향력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여러 분야에서 사물인터넷이 원활하게 구현되기 위해서는 각종 플랫폼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함께하고 있다.


너도나도 스마트 홈 시장에 도전장
IoT는 사물 그 자체는 물론이고 네트워크 인프라 및 클라우드 컴퓨터 시스템 등 다양한 IT 요소들의 총체적 집합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사물을 만들기 위한 핵심 부품 및 운영체제는 물론이고 사물이 연결되는 허브 시스템 등 다양한 요소들이 사물인터넷 시대의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 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각 분야에 걸쳐 자사의 제품을 IoT를 위한 주도적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도 강화되고 있다.

사물인터넷 기술이 가장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는 스마트 홈 분야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자체적인 플랫폼 구축을 통해 주도권 선점에 나서고 있다. 구글은 최근 인수한 네스트랩의 온도 조절 장치가 향후 가정의 모든 기기들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네스트 온도 조절 장치가 실내 온도를 제어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전 기기와 자동차 등 가정의 모든 사물을 관리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게 된다면 구글은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구글은 다른 기업들이 네스트 관련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스레드라는 기술 표준을 추진하는 등 스마트 홈 플랫폼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애플 역시 스마트 홈의 새로운 플랫폼 확보에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애플은 스마트 홈을 위한 새로운 기기를 선보이는 대신 자사의 운영체제 위에서 구동되는 스마트 홈 지원 소프트웨어 홈 키트를 선보였다. 홈 키트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이용해 가정의 조명이나 현관문, 가전 기기 등 다양한 사물들을 제어하는 기능을 지원하는데, 애플은 필립스·화웨이·브로드컴 등 유수의 IT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홈 키트를 미래 스마트 홈의 주도적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스마트 홈 시장이 아직 확산 초기이기 때문에 기존 IT 대기업뿐만 아니라 새롭게 등장한 기업들도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에 인수된 벤처기업 스마트싱스는 클라우드 시스템을 통해 가정의 기기를 편리하게 제어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을 선보였다. 온라인에서 발명가와 투자가를 이어 주는 퀄키 역시 제너럴일렉트릭(GE)과 협력해 윙크라는 플랫폼을 선보이는 등 많은 기업들이 스마트 홈 플랫폼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인터넷의 확산으로 구글과 페이스북 등 새로운 플랫폼을 가진 기업들이 IT 산업의 주도권을 얻게 됐듯이 사물인터넷 등 새로운 IT는 전에 없던 강력한 플랫폼의 등장을 견인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의 사례를 비춰볼 때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은 특정 기업을 넘어 IT 산업의 기업 생태계 자체를 변화시키는 등 상당한 파급력을 발휘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자체적인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혹은 유망한 플랫폼에 합류하는 등 다양한 전략을 통해 변화하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IT 기업들의 경쟁 역시 한층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전승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입력일시 : 2015-03-27 15: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