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1009호 (2015년 04월 08일)



창업 오너와 공존하는 법

기사입력 2015.04.02 오후 04:58

저는 얼마 전부터 중견기업의 경영 책임을 맡고 있습니다. 회사를 창업해 지금까지 키워 온 대주주와 같이 일하고 있습니다. 대주주인 회장은 입사 전 만나보니 까다롭긴 하지만 의욕적이고 안목이 있는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회사로 옮기려고 할 때 저와 가까운 분들의 상당수가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선발 대기업에서 임원으로 근무했던 제가 중견기업의 오너 밑에서, 그것도 제대로 된 경영 경험도 없이 경영 책임을 맡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쉽지 않겠지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제안을 받아들였는데, 해보지 않은 일이어서 내심 걱정이 됩니다. 창업 오너가 있는 기업에서 잘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십시오.


창업 오너와 공존하는 법

회사를 창업해 일정한 수준까지 만든 창업 오너와 함께 일한다는 것은 기회이기도 하고 위기이기도 합니다. 창업 오너들은 풍부한 현장 경영 경험을 갖고 있는 훌륭한 스승입니다. 이런 스승 밑에서 경영 책임자로 일하는 것은 창업 오너로부터 경영 과외를 받는 것과 같습니다. 현장 실습을 통해 창업 오너의 노하우를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귀하는 행운아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창업 오너들은 맨손으로 온갖 역경을 겪어 가면서 사업을 일구고 회사를 키운 백전노장들입니다. 이 때문에 자신의 사업과 조직 운영 방식에 대해 강한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자신의 판단력을 철저히 믿는 강한 자존감의 소유자들입니다.

확신이나 자존감은 경영자들에게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그러나 일부 창업 오너들은 자존감이 지나쳐 자신의 성에 갇히는 바람에 시야가 좁고 독선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전문 경영인들이 종종 창업 오너와 관계 설정에 실패해 일도 해보지 못하고 파국을 맞는 것도 창업 오너들의 이런 성향을 간과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전문 경영인이 성과를 거두려면 먼저 창업 오너들의 성향이나 특성을 잘 파악해야 합니다.

전문 경영인과 창업 오너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주요 요인 중 하나는 창업 오너의 눈에 전문 경영인의 주인의식이 부족해 보이는 것입니다. 창업 오너들은 대부분이 워커홀릭 성향을 보입니다. 그들에겐 일이 취미이고 회사에 출근하는 게 쉬는 겁니다. 특별히 휴가를 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들은 회사와 사업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게 너무도 당연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동안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비해 전문 경영인들은 상대적으로 일과 삶을 구분하려고 합니다. 일이 삶의 전부가 아닌 데다 자기 회사나 자기 사업도 아니어서 일정하게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고 싶어 합니다. 게다가 전문 경영인을 영입할 정도의 회사라면 사업과 조직이 어느 정도 안정돼 있기 마련입니다. 전문 경영인이 죽기 살기로 매달리지 않아도 회사는 일정하게 굴러갑니다.


“소신껏 하라”는 덕담일 가능성 높아
그러나 창업 오너의 눈에는 이런 전문 경영인의 모습이 불만스럽고 불안하기만 합니다. 창업 오너들은 대개 회사의 현재 상황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눈높이가 상당히 높고 사업을 키우고 회사를 성장시키려는 열망을 가슴에 가득 품고 있습니다. 전문 경영인을 영입한 것도 쉬고 싶거나 성장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성취에 대한 ‘욕구불만’이 가득한 창업 오너에게 전문 경영인의 일하는 모습은 자칫하면 자기 회사나 자기 일이 아니기 때문에 소홀히 하고 전력투구하지 않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전문 경영인은 창업 오너의 눈높이를 파악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창업 오너가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는지, 단기 성과를 얼마나 기대하고 있는지, 중·장기적 방향은 무엇이고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과 조직에 대한 창업 오너의 평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창업 오너와 전문 경영인의 둘째 갈등 원인은 신뢰 부족입니다. 전문 경영인은 자신을 믿기 때문에 경영 책임을 맡긴 것이라고 판단해 처음부터 독자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려고 합니다. 창업 오너들도 겉으로는 “회사를 책임지고 경영하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으면 문제가 됩니다. 창업 오너는 전문 경영인이 가진 능력과 자질의 가능성을 본 것이지 아직 완전히 믿는 것은 아닙니다. 경영을 맡기긴 했지만 회사를 잘 이끌 수 있을지 계속 지켜보고 있습니다. 가능성이 신뢰로 이어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소신껏 하라”는 말은 덕담일 뿐 속생각은 다릅니다.

따라서 이런 신뢰가 구축되기 전까지 주요 의사 결정은 사전에 창업 오너와 협의하는 게 좋습니다. 사실상 공동경영의 관점에서 창업 오너와 자주 의견을 나누세요. 이때 중요한 것이 정보 공유입니다. 신뢰는 정보 공유에서 시작됩니다. 만약 전문 경영인이 창업 오너와 정보 공유를 소홀히 하면 창업 오너는 금방 의구심을 갖게 될 겁니다.

전문 경영인은 창업 오너를 모시고 일하고 있고 자신은 2인자라고 생각하는 게 좋습니다. 어느 조직이나 2인자는 참 어려운 자리입니다. 권한이 있지만 없고 책임이 없지만 있는 게 2인자입니다. 창업 오너가 회사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내 사람’으로 여길 때까지 전문 경영인은 코드를 맞추는 노력을 계속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창업 오너와 동료가 되고 친구가 돼야 합니다. 경영자들이 대개 그렇지만 특히 창업 오너들은 외롭습니다. 일과 회사만 생각하고 살아왔기 때문에 업무상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 외에는 친구가 많지 않습니다. 그들에겐 일이 죽마고우이고 임원이나 간부들이 친한 친구입니다.

이에 비해 임직원들은 창업 오너를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매우 친근하게 다가오다가도 어느 순간 냉정해지는 두 얼굴의 소유자이니까요. 자리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그런 존재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성과는 기본…친구이자 말벗 돼라
그런 점에서 전문 경영인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습니다. 창업 오너와 아무리 신뢰 관계가 형성돼 있다고 하더라도 업무상 만난 관계여서 가깝게 다가가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중요한 것은 성과이니 가깝게 지내지 않아도 성과만 잘 내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전문 경영인도 있습니다. 자기 방식대로 해서 성과가 좋으면 창업 오너도 인정할 것이라는 얘깁니다. 마치 경영을 같이하는 ‘전략적 투자자’가 아니라 자금만 대고 성과를 나누는 ‘재무적 투자자’인 것처럼 창업 오너를 대하려는 것입니다. 그래서 독립적으로 경영하며 창업 오너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창업 오너는 전문 경영인에게 단순히 성과만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성과는 기본이고 나아가 경영 전반은 물론 인간과 세상에 관한 모든 생각을 나누고 싶어 합니다. 창업 오너가 회사에 전문 경영인을 두는 것은 짐을 나눠 지고 싶기 때문인데 그 짐은 성과만이 아닙니다.

따라서 전문 경영인은 창업 오너가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가 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창업 오너들이 전문 경영인과 시간을 함께 보내길 원합니다. 외롭기 때문인데, 이런 창업 경영자의 말벗이 될 수 있다면 전문 경영인의 사내 입지는 탄탄해질 겁니다.

이야기하고 보니 창업 오너 밑에서 전문 경영인으로 근무하기가 참 어려워 보입니다. 이 때문에 귀하의 지인들도 귀하가 창업 오너가 있는 중견기업에서 경영 책임을 맡는 것에 대해 걱정했을 겁니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귀하가 인내심을 갖고 지혜롭게 대처하면 뛰어난 경영자로 성장하기 위한 매우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참여를 환영합니다. 코칭을 받고 싶은 고민이 있으면 mannn@careercare.co.kr로 e메일을 보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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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5-04-03 1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