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1009호 (2015년 04월 08일)



마천루 경쟁에 고강도 강재 ‘날개’

기사입력 2015.04.02 오후 04:58

마천루 경쟁에 고강도 강재 ‘날개’
얼마 전 착공 중인 제2롯데월드가 100층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원래 200층, 높이 800m로 설계됐던 제2롯데월드는 우여곡절 끝에 높이 555m(123층)로 설계가 변경돼 신축 허가를 얻어냈다. 그러나 신축 허가를 받기 이전에 논의됐던 안보 문제뿐만 아니라 시공 과정에서 발생했던 여러 안전사고 등으로 여전히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다.

그러면 세계에서 현존하는 건축물 중 가장 높은 건물은 무엇일까. 바로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에 자리한 높이 828m, 163층의 부르즈 할리파다. 국내 건설사가 건설, 더욱 화제가 됐던 부르즈 할리파는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미션 임파서블4’의 배경으로도 소개돼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고 두바이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부상했다. 하지만 부르즈 할리파 빌딩은 아쉽게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는 명성을 몇 년 안에 다른 건물에 내줄 운명이다.


B-25 충돌도 견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현재 중국 후난성에 건축 중인 스카이 시티는 2016년에 완공될 예정인데 세계 최초로 200층을 돌파한 202층(838m)으로 세워질 예정이며 작년에 착공을 시작한 사우디아라비아의 킹덤 타워는 높이 1000m로 2019년 완공될 계획이다. 원래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에서는 1957년부터 1마일(1.6km) 높이로 건설할 계획이었지만 최종적으로 높이 1000m로 확정됐다고 한다.

소위 ‘마천루’라고 불리는 초고층 빌딩에 대한 기준은 다소 모호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세계초고층학회(CTBUH)에서는 일단 220m 이상의 50층 건물이면 초고층 빌딩으로 분류하고 있다. 세계 마천루 건축 시장은 1980년대까지는 미국이 주도해 왔다. 1931년 건립된 미국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이후 1980년대까지 세계 초고층 빌딩 129채 중 97채인 75%가 미국에서 지어졌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중국과 홍콩 등 아시아 지역이 세계 마천루 신규 건설을 주도하고 있다.

매년 새로 더 높은 마천루가 탄생하고 있지만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세계의 마천루를 지켜 온 건축물은 뉴욕 맨해튼에 자리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다. 1929년에 착공, 1931년에 완성돼 올해로 84년이 된 이 철골 콘크리트 구조 건축물은 원래 102층 높이 381m로 신축됐지만 1950~1951년에 62.2m의 텔레비전 송전을 위한 안테나 탑이 설치돼 총 높이가 443.2m가 됐다.창문 6500개, 화장실 2500개, 계단 1860개, 엘리베이터가 65대나 있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연간 35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뉴욕의 대표 관광지 중 하나다.

1972년 세계무역센터(WTC)가 건립되기 전까지 41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으며 2001년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지고 난 후 다시 뉴욕시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됐다. 1931년 완공 이후부터 세계 마천루의 대명사로 명성을 떨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킹콩’, ‘러브 어페어’,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등과 같은 수많은 영화의 배경으로 사랑 받으면서 뉴욕의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됐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상징성은 경제지표로 활용되기도 했는데 뉴욕 중앙은행 발표하는 경제지표인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 지수’는 뉴욕에 있는 약 200개 제조업체에 대한 사업 상태와 기대치를 평가하는 것으로, 지수가 ‘0’ 이하면 경기 위축을, ‘0’ 이상이면 경기 확장을 의미한다. 미국 전역의 제조업 경기를 반영하는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 지수보다 먼저 발표되기 때문에 제조업 경기를 미리 가늠하는 잣대로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처음부터 뉴욕의 화려함을 대표한 것은 아니었다. 1929년 10월 ‘검은 월요일’의 증시 폭락으로 시작된 경제 공황은 미국 전체를 검은 그늘로 가렸고 세상에서 가장 높은 마천루도 세계적 경기 불황을 피할 수 없었다. 입주자를 구할 수 없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빈(Empty) 스테이트 빌딩’이라는 별명을 얻을 수밖에 없었는데 1940년대가 돼서야 사무실을 가득 채울 수 있었다.

리처드 헤롤드 슈리브(1877~1946년), 윌리엄 프레드릭 램(1883~1952년), 아서 루미스 하몬(1878~1958년) 등의 설계로 건축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가능하게 해 준 것은 바로 철강이었다. 총 5만7000여 톤의 강철과 1000만 개의 벽돌이 소요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1945년 미군 B-25 폭격기가 안갯속을 비행하다가 빌딩의 79층에 부딪쳤는데도 14명만 사망하고 건물은 건재해 세상 사람들을 또다시 놀라게 한 바 있다.


콘크리트보다 공사 기간 단축, 시공비 절감
산업 발달 과정에서 보면 마천루의 높이 경쟁은 철강 기술의 발달 과정과 함께한다. 현재 소위 거대 구조 시스템이라고 불리는 100층 이상의 초고층 빌딩, 중앙 지경 간 거리 2000m 이상의 초장대 교량, 돔 구조 혹은 지하철 역사 등 지상 및 지하의 거대 공간 구조물 등에 사용되는 주요 철강재는 후판·선재와 이의 가공품인 형강·강관·강선·봉강 등이다.

이들 구조물들이 요구하는 철강 소재의 특성은 고강도화·내지진성·내화성·고수명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요구 특성인 고강도는 높은 건축물의 무거운 하중을 최소화하고 견뎌 내기 위해 매우 중요한 항목이다. 1885년 세계 처음으로 철골구조를 사용해 건축된 10층짜리 시카고 홈 인슈어런스 사옥에 사용됐던 철강재의 강도는 200메가파스칼(Mpa) 정도였지만 현재 최고 등급의 고강도 제품은 800Mpa 이상 등급으로 강도가 1885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고강도와 함께 요구되는 내진성·내화성·고수명은 건축물의 안정성과 직결되는 항목이다. 웬만한 지진 등의 천재지변이 일어나도 흔들림 없이 고유 기능을 유지해야 하고 화재 등으로 온도가 올라가더라도 구조용으로 쓰이는 철강재가 내화성을 가져 건축물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특히 상대적으로 취약한 부위인 용접 등 접합 기술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최근의 동향을 살펴보면 접합되는 부분의 강도는 철강 소재 고유의 강도와 동일한 수준이다.

이를 위해 TMCP(Thermo Mechanical Controlled Process) 강재 및 고성능 건축 구조용(SN) 강재 등 신소재 철강 제품의 사용도 일반화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구조물로 사용되는 강재는 강도를 높이기 위해 합금 원소를 사용하지만 탄소량이 높아지면 용접성이 나빠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철강사들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합금 원소의 양을 줄이는 대신 적절한 압연과 가속 냉각을 이용해 설계 강도를 높이는 동시에 용접성도 개선한 TMCP 강재를 개발했다.

부연 설명하면 TMCP강은 실리콘-망간(Si-Mn)을 주성분으로, 다른 합금 원소 등의 미량 성분을 합계 0.1% 이하로 첨가해 탄소 당량을 크게 낮췄고 또한 압연 전 단계인 가열에서부터 최종 압연 단계까지 계속해 그리고 그 후의 냉각에 이르는 전 과정을 제어하는 열 가공 제어 압연법을 채택해 별다른 열처리 없이도 평균 입자 지름 약 5μ의 미세 조직을 획득함으로써 높은 인성을 갖는 고급 강재다.

TMCP 강재를 사용하면 기존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 대비 건축 공사 기간이 단축되고 인력이 적게 들어 시공비가 절감되는 장점도 있다. 고성능 건축 구조용(SN)강은 지진에너지를 흡수하는 효과를 내 내진 성능을 극대화한 강으로 초고층 빌딩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철은 하늘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가려는 바벨탑과 같은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지금도 진화하고 있고 철강 기술이 발전할수록 마천루 역시 더욱 높아져 갈 것이다.


이종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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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5-04-03 1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