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1009호 (2015년 04월 08일)

“컴퓨터 언어 필수”…경제학 인기 추월

기사입력 2015.04.02 오후 04:58

버락 오바마(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014년 6월 백악관에서 열린 코딩 교육 행사에 참석한 학생을 격려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014년 6월 백악관에서 열린 코딩 교육 행사에 참석한 학생을 격려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요즘 최고 인기 과목은 ‘컴퓨터공학 개론’이다. 2014년 가을 학기에 880여 명의 학생이 몰리며 처음으로 ‘경제학 개론’의 수강 인원을 제쳤다. 컴퓨터공학 개론은 과제가 많고 학점 따기가 어려운 과목으로 소문나 있다. 그런데도 2000년대 중반 100여 명 수준이었던 수강생이 최근 몇 년 새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컴퓨터공학 개론의 핵심 내용은 ‘코딩(Coding)’을 배우는 것이다. 코딩은 특정 프로그램 언어를 사용해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programming)을 말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컴퓨터공학 개론을 신청하는 학생들의 80~90%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대한 기초 지식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특히 이공계 분야를 전공하려는 학생뿐만 아니라 인문·사회계 지망생도 많다. 교양 필수가 아니고 교과과정을 따라가기도 쉽지 않은 과목에 이렇게 비전공자들이 몰려드는 것은 왜일까.

하버드대의 사례는 선진국에서 불고 있는 코딩 교육 열풍을 보여주는 대표적 예다. 현재 세계 각국은 코딩 교육에 미래를 걸고 있다. 코딩 교육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코딩 교육을 포함한 STEM(Science·Technology·Engineering·Mathematics) 교육 프로그램을 국가 경쟁력 강화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다. 영국·에스토니아·핀란드 등 많은 나라가 대학뿐만 아니라 초·중·고 정규 과정에 코딩 교육을 추가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도 올해 중학생 시범 교육을 시작으로 2017년부터 초등·고등학생까지 코딩 교육이 실시될 예정이다. 즉 영어·국어·수학처럼 ‘코딩’이 학생들의 새로운 과목으로 생겨나는 것이다.


‘국·영·수’만큼 중요한 코딩
이처럼 세계적으로 코딩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는 까닭은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온통 정보기술(IT)·모바일·초고속 인터넷 환경에 둘러싸여 있다. 학교·회사·집 등 이미 모든 환경이 컴퓨터 기반 서비스에 의지하고 있다. 쉽게 생각해 스마트폰을 항상 손에서 놓지 않고 은행 업무부터 쇼핑·여행·음식 주문까지 실시간으로 많은 일을 처리하고 있다. 앞으로는 무인 자동차, 가사 도우미 로봇,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이 본격적으로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기계공학·전자공학 등 하드웨어가 이끌었던 사회에서 인터넷이 세상과 ‘연결’되는 힘을 부여했고 여기에 소프트웨어를 통해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이미 IT 업계의 주도권은 소프트웨어로 넘어갔다.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은 1조 달러 이상으로 반도체 시장의 3배, 휴대전화 시장의 2.5배가 넘는 규모다. ‘미국의 8대 IT 기업’에는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IBM·애플·페이스북·아마존 등이 포함되는데 이들은 모두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또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붐을 일으킨 인터넷 회사들의 급성장은 인터넷 기반에서의 소프트웨어 파워가 발휘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최근 알리바바와 같은 중국 기업들의 부상에도 소프트웨어의 역할이 중심이 됐다.

소프트웨어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지만 좋은 인재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 IT 강국인 미국조차 소프트웨어 인력이 모자라 인도·중국 등 아시아계 엔지니어를 수혈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소프트웨어 인력 3만9000여 명 중 절반 이상이 외국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선 소프트웨어 인재를 충분히 구하기 어렵다는 게 삼성전자의 말이다. 당연히 소프트웨어 인재를 더 많이 확보해야 미래에 경쟁력이 있다는 뜻이다.

물론 일반인들이 복잡한 수준의 프로그래밍을 할 수도 없고 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바꿔 생각해 보자. 한국말만 할 줄 아는 것보다 영어·스페인어·일본어·중국어를 모두 할 수 있으면 훨씬 살기가 편하지 않을까. 예를 들어 직장인은 하루에도 수많은 문서들을 접하게 된다. 사람마다 일하는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내게 꼭 필요한 문서 분류 작업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면 코딩을 통해 나만의 문서 분류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또한 스마트폰으로 수많은 사진을 찍게 되고 보관하지만 정작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느냐 하면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이 역시 간단한 코딩 작업으로 쉽게 분류할 수 있고 필요한 사진을 쉽게 찾아볼 수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코딩을 통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도 제작할 수 있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연인에게 선물할 수도 있고 가족만의 공간도 만들 수 있다. 바로 ‘디지털 시대의 언어’ 코딩의 힘이다.


스크래치 등 교육용 언어도 등장
이처럼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짐에 따라 조기 교육을 통해 전문 개발자를 양성하는 한편 코딩에 대한 ‘보편적 교육’을 확산시키자는 게 최근의 소프트웨어 교육 트렌드다. 즉 코딩 교육으로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이 만드는 운영체제(OS)와 같이 거대한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하는 엔지니어를 양산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소프트웨어로 문제 해결을 하는 방식에 익숙하게 하고 소프트웨어를 자신의 영역에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것이다.

실제로 선진국에서 가르치는 코딩 교육은 엑셀 사용법이나 프로그래밍 연습보다 넓은 의미를 지닌다. 미국에서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 가져야 할 사고 능력이라는 의미로 ‘컴퓨터식 사고(computational thinking)’를 강조한다. 컴퓨터식 사고에는 데이터를 모으고 조작하기, 문제를 구조화하고 추상화하기, 절차식 사고로 문제 해결 자동화하기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사고 과정은 일상생활에서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다. 즉 컴퓨터식 사고는 읽기·쓰기·계산하기처럼 반드시 갖출 기본 능력으로 등장했다.

주목할 점은 미국의 유명 기업인들은 대부분이 ‘컴퓨터식 사고’에 익숙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를 비롯해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구글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등 글로벌 IT 기업 창업자들은 대부분이 직접 컴퓨터 프로그램을 짤 수 있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이자 소프트웨어를 공부하면서 창의성을 키운 인재란 공통점이 있다.

컴퓨터식 사고라는 접근법이 확산되면서 이에 발맞춘 교육 툴도 다양해지고 있다. 교육용 프로그래밍 언어는 문제를 해결할 때 알고리즘을 통해 사고하고 더 쉽게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됐다. 또 각 언어끼리 영향을 주고받아 문법이 간단하고 아예 클릭과 같은 방법으로만 사용할 수도 있어 나이가 어리거나 컴퓨터 과학 비전공자도 쉽게 배울 수 있다.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만든 교육용 프로그래밍 언어인 스크래치(Scratch)가 그 대표 격이다. 스크래치는 작은 명령 단위인 블록 조각을 조립해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블록리(Blockly)는 구글에서 개발한 웹 기반 블록형 프로그래밍 언어다. 스크래치와 비슷하지만 블록리로 개발한 프로그램은 자바스크립트·파이썬·다트(Dart)·XML과 같은 일반 프로그래밍 언어로 변환할 수 있어 일반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프로그래민(programmin), 스몰 베이식(Small BaSic)도 있다. 프로그래민은 일본의 행정기관인 문부과학성에서 제작한 교육용 프로그래밍 언어다. 일본어를 기본으로 제공하고 일본풍의 아기자기한 인터페이스를 통해 일본의 저연령대 아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스몰 베이식은 2008년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했고 기존의 베이식 언어를 교육용으로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스몰 베이식에 숙련되면 전문 개발 툴인 비주얼 베이식(Visual Basic)으로 넘어갈 수 있는데, 기존에 작성한 코드도 변환해 재사용할 수 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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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5-04-02 1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