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제 1009호 (2015년 04월 08일)



미국, 환율 전쟁의 최대 피해자?

기사입력 2015.04.02 오후 04:58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2월 24일 열린 미국 상원 통화정책 청문회에서 미국 경제와 금리 인상 시기 등에 대해 설명하며 Fed의 연간 보고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2월 24일 열린 미국 상원 통화정책 청문회에서 미국 경제와 금리 인상 시기 등에 대해 설명하며 Fed의 연간 보고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3월 미국 중앙은행(Fed) 회의에서 재닛 옐런 의장이 ‘달러 강세’를 우려한 직후 불과 3일 만에 달러 가치가 3% 가깝게 급락했다. ‘슈퍼 달러’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달러를 사 뒀거나 환 헤지를 풀었던 투자자에게는 당혹스러운 수준이다. 지켜봐야겠지만 벌써부터 미국도 환율 전쟁에 동참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슈퍼 달러 시대 도래에는 미국을 포함한 각국 경제 외에도 주식·외환·원자재 심지어 부동산 시장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2008년 금융 위기, 2011년 미국 신용 등급 강등으로 흔들렸던 브레튼 우즈 체제가 다시 강화되면서 달러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 강세’는 두 가지 의미로 혼용돼 왔다. 하나는 특정 통화, 이를테면 원·달러 환율이 올라갈 때 원화에 대한 달러 강세를 가리킨다. 다른 하나는 달러 인덱스가 올랐을 때다. 달러 인덱스는 지난 3월 Fed 회의 직후 하락하고 있지만 지난 1년 동안을 보면 20% 가깝게 급등했다. 앞으로 슈퍼 달러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달러 인덱스는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해 달러 가치를 지수화(1973년 3월=100)한 것으로, Fed가 통화정책에 활용하기 위해 만든 참고 지표다. 6개 구성 통화 비중을 보면 유로가 가장 높고 엔,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네, 스위스 프랑순이다. 달러 인덱스가 올라가는 것은 미국 측 요인과 6개국 요인으로 구분된다.


기업 실적 부진…무역 적자 확대
지난 1년, 특히 최근 5개월 동안 달러 인덱스가 급격히 오른 것은 미국과 6개국 간 통화정책상 불일치 때문이었다. 즉 달러 인덱스 구성 5개국(영국 제외) 요인이 더 컸다는 뜻이다. 작년 10월 말 미국은 양적 완화를 종료한데 비해 일본은 추가로 돈을 풀었고 유럽은 뒤늦게 양적 완화를 추진했다. 돈 풀기에 한계가 있었던 캐나다·스웨덴·스위스는 정책 금리를 내려 자국의 통화 약세를 도모했다.

근린 궁핍화 성격이 짙은 달러 강세는 미국 경제에도 부담이 된다. 미국의 작년 4분기 성장률은 2.2%로 직전 분기 5%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같은 분기 기업 실적도 애플을 제외하고는 예상보다 부진했다. 특히 수출 부진이 성장률과 실적을 떨어뜨렸다. 무역 적자도 다시 확대되는 추세다.

달러 강세 여파는 증시에도 반영되고 있다. 경제 여건이 받쳐주는 달러 강세라면 주가가 오르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최근 주가는 달러가 강해지면 급락하고 약세로 돌아서면 급등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달러 강세가 경제 여건 이상으로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현재 달러 인덱스는 호드릭-프레스콧 필터로 구한 장기 추세에서 5% 이상 벗어나 있다.

금융 위기 이후 비정상 수단까지 동원해 어렵게 경제 살리기에 나섰던 미국 정책 당국자에게는 달러 강세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통화정책 수장인 옐런 의장은 양적 완화 종료 시점부터 일관되게 달러 강세를 우려해 왔고 3월 회의에선 이를 명확히 했다. 스탠리 피셔 부의장은 ‘미국이 환율 전쟁의 최대 피해자’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특히 Fed는 1930년대 성급한 출구전략 추진으로 미국 경제를 대공황에 빠뜨린 ‘에클스 실수’의 치욕적인 기억을 안고 있다. 취임 이후 신중하게 출구전략을 추진해 오고 있는 옐런 의장에게 경제 여건 이상의 달러 강세는 의도되지 않은 성급한 출구전략의 성격을 갖고 있다. 달러 강세는 그 자체가 긴축정책이기 때문이다.


옐런, 달러 강세에 촉각
환율 전쟁 대응 수단이 제약돼 있고 오히려 예정된 출구전략을 추진해야 할 Fed로서는 이번 회의 결과처럼 ‘인내심을 갖고(patient)’라는 문구를 삭제해 금리 인상에 한 발 다가서되 달러 강세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을 찾는 수밖에 없다. 바로 ‘기대’를 낮추는 길이다. 3월 수정 전망에서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을 하향 조정한 것은 이 목적을 달성하는 데 충분했다.

2012년 12월 아베노믹스 추진 이후 2년 이상 지속돼 온 엔저 국면은 앞으로는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시점에서 추가적인 엔저는 수출과 경기에 미치는 부양 효과가 크지 않다. 오히려 한국·중국 등 인접국과의 통화 마찰과 일본 내에서도 수입 업체, 국민들의 반발이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환율 전쟁의 최대 피해자?

올 들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유로화 약세가 앞으로 얼마나 지속되고 그 폭이 어느 정도인지도 관심이 높다. 그리스의 ‘구제금융 4개월 연장’으로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고 하더라도 유로존의 한계는 그대로 남아 있다. 3월부터 유럽중앙은행의 양적 완화가 추진되더라도 실물 경기에 미치기 전까지 유로화 약세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신흥국들은 앞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 ‘2차 테이퍼 탠트럼 현상’이 나타날 것인지가 관건이다. 테이퍼 탠트럼은 미국 등 중심국의 통화정책상 작은 변화가 한국 등 신흥국의 대규모 자금 이탈이나 주가·통화가치 급락 같은 ‘긴급 발작’ 현상으로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신흥국별 2차 테이퍼 탠트럼이 발생할 가능성을 점검해 보면 외화 보유에 비해 재정 적자가 심한 러시아·브라질·터키·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은 고위험국으로 분류된다.

문제는 한국이다. 현재 수출 채산성 모형, 경상수지 균형모형, 환율 구조 모형 등을 통해 추정된 원·달러 환율의 적정 수준은 달러당 1080원으로 나온다. 현재 1100원 내외에서 움직이는 원·달러 환율은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사면 소폭이나마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한국 원화와 같은 신흥국 통화는 적정 환율 수준에서 상하 50원 범위대(적정 환율 범위대)에서 움직이는 것이 정상적이다. 외국 자금 유·출입도 같은 방법으로 예측하면 큰 무리가 없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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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5-04-03 1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