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제 1009호 (2015년 04월 08일)



“이런, 젠장”… 꽉 막힌 ‘우투 패키지’ 매각

기사입력 2015.04.02 오후 05:01

2014년 12월 31일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을 통합한 NH투자증권 출범식에서 사기를 전달하는 임종룡(왼쪽) NH금융지주 회장.

2014년 12월 31일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을 통합한 NH투자증권 출범식에서 사기를 전달하는 임종룡(왼쪽) NH금융지주 회장.


지난 3월 16일 취임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한 달 전까지만 해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일했다. 재임 기간은 1년 8개월여다. 임 위원장은 이 기간 동안 탁월한 일솜씨로 농협금융 임직원들을 사로잡았다. 똑똑하고 부지런하다는 의미에서 ‘똑부’라는 별명도 얻었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씨도 돋보였다. 농협은 다수의 구성원이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협동조합의 특성 때문에 ‘회장 노릇하기 힘든’ 금융회사다. 회장이라도 마음대로 경영하기 힘들다. 오죽하면 임 전 회장의 전임자로 기획재정부 고위 관료 출신인 신동규 전 회장이 “제갈공명이 와도 어려울 것”이라며 혀를 내둘렀을까. 하지만 임 위원장은 특유의 친화력과 설득 그리고 배려로 임직원은 물론 조합원의 마음까지 얻어냈다.

그래서 지난 2월 17일 임 전 회장이 금융위원장으로 영전한다는 발표가 나왔을 때 농협금융 임직원들은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어디에서 임 위원장 같은 리더를 다시 얻을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섰다. 임 위원장이라면 일단 엄지부터 치켜들고 보는 농협금융 임직원들이 임 위원장의 가장 큰 치적으로 꼽는 것은 ‘우투증권 패키지’ 인수다. 우투증권 패키지는 우리금융지주의 자회사였던 우리금융투자증권·우리아비바생명·우리금융저축은행을 한꺼번에 부르는 말이다. 농협은 2013년 말 우투증권 패키지 인수에 성공하면서 우리은행을 제치고 단번에 4대 금융지주와 맞먹는 덩치를 갖게 됐다.


농협금융의 구세주 된 임종룡
지난해 1분기 말 기준으로 농협금융의 총자산은 290조 원으로 KB금융(387조 원)·하나금융(383조 원)·신한금융(382조 원)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우리투자증권 등을 통해 30조여 원의 자산이 더해지면서다. 우리은행(구 우리금융. 우리금융은 주요 자회사를 처분하고 우리은행을 존속법인으로 지난해 통합됨)은 우투증권 패키지와 함께 경남은행·광주은행 등까지 다른 회사에 매각하면서 총자산 274조 원으로 5위까지 밀려났다. 농협금융은 기존 NH농협증권에 우리투자증권을 더하게 되자 KDB대우증권을 제치고 국내 1위의 증권사를 갖게 되는 영광도 누릴 수 있게 됐다.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총자산은 36조 원으로 KDB대우증권(27조 원)을 큰 차이로 앞질렀다.

농협금융 임직원들의 승리감과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들은 엄청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임 위원장을 구세주라고 생각했다. 우리금융지주가 우투증권 패키지의 우선 협상자로 농협금융을 선정한 날은 공교롭게도 2013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였다. 물론 우투증권 패키지를 놓고 막판까지 농협금융과 치열하게 경합을 벌였던 KB금융은 그래서 더욱 분루를 삼켜야 했지만….

농협금융에 ‘옥동자’를 안겨주고 임 위원장에게는 ‘특급 경영자’의 호칭을 달아준 우투증권 패키지 매각의 서막은 2013년 7월 15일 올랐다. 이날 우리금융의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는 사뭇 비장한 각오로 입찰 공고를 냈다. 벌써 네 번째 매각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0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우리금융을 팔겠다고 나섰지만 모두 실패했다. 2010년에는 주요 인수 희망자였던 우리금융 독자 민영화 컨소시엄과 하나은행이 포기하면서 막을 내렸다. 2011년에는 산은금융지주(현 KDB산업은행)가 인수 후보군에서 제외되면서 김이 빠졌다. 2012년에는 KB금융지주가 탐을 냈지만 대통령 선거 등 정치적인 변수로 유야무야됐다.

수차례 실패를 경험한 예금보험공사는 ‘절치부심’하다가 이번에는 3단계 분리 매각 방안을 내놓는다. 1단계로 우투증권 패키지를 팔고 2단계로 광주은행·경남은행 등 지방은행을 매각한 다음 마지막으로 우리은행을 처리하겠다는 내용이다.

첫 번째 라운드(우투증권 패키지)의 출발선에는 농협금융과 KB금융 그리고 사모 펀드 파인스트리트가 섰다. 흥미진진한 수 싸움이 벌어졌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농협금융이 정부의 심중(心中)을 가장 잘 읽었다. 도전장을 낸 3곳의 회사가 얼마를 제시했는지는 아직도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대략적인 금액은 추정이 가능하다. 최고가를 써낸 곳은 파인스트리트였다. 당시 언론들은 1조2000억 원 안팎으로 보도했다. 농협금융은 파인스트리트보다 수백억 원 정도 낮았다. KB금융은 1조 원 초반대 가격을 제안했다는 설(說)이 나돌았다.

간단하게 결정될 줄 알았던 일은 복잡한 시나리오와 파행을 몰고 왔다. 일단 정부는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1조4000억 원을 예상했는데 그 누구도 여기에 근접하지 못했다. 인수 희망자들은 우리아비바생명과 우리금융저축은행 등의 경영 여건이 좋지 않아 매입하더라도 돈이 더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업체들이 장부가를 인정할 수 없다고 내세웠던 이유다.


BNK금융, 경남은행 손에 넣고 SC은행 제쳐
정부는 벌써부터 골치가 아파졌다. 비싼 값을 받아야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할 수 있는데 난감하게 된 것이다. ‘헐값 매각’ 시비가 일어나서는 곤란하다. 팔지 않는 것보다 더 나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일부에서는 매각 철회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하지만 물러설 수 없었다. ‘또 실패했다’는 비판 역시 감당하기 어렵다. 매각 작업을 일단 계속하기로 했다. 당면한 문제는 파인스트리트가 가장 높은 가격을 써냈다는 데 있다. 정부는 파인스트리트가 자금을 제대로 조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이른바 ‘사모 펀드 디스카운트’를 적용해야 한다. 농협금융과 가격 차이는 줄어든다. 하지만 ‘역전’됐다고 봐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다.

무엇보다 KB금융이 ‘난제(難題)’였다. KB금융은 우리투자증권 1곳에만 1조2000억 원 정도를 적어 냈다. 우리아비바생명과 우리금융저축은행의 가치는 ‘마이너스’로 제출했다. 돈을 내기는커녕 오히려 돈을 받고 사줘야 할 정도라는 얘기다.

더욱 복잡한 셈법이 필요해졌다. 패키지 매각을 철회하고 KB금융에 우리투자증권을 팔면 좋지 않느냐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우리아비바생명과 우리금융저축은행은 따로 팔아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자는 이유다. “이런, 젠장.” 우리금융 매각과 관련한 최고위 결정권자 가운데 한 명으로부터 거친 말이 튀어나왔다. 사실 ‘젠장’보다 훨씬 거친 말도 나왔다. 결국 우리금융 이사회는 12월 20일 마무리 지으려던 우선 협상 대상자 선정을 포기하고 연기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사회는 우리투자증권만 1조2000억 원에 팔 수 있는데 이보다 더 싼 가격에 3개 회사를 팔면 배임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결론은 그로부터 사흘 뒤 나왔다. 신제윤 당시 금융위원장은 12월 2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일괄(패키지) 매각이 맞는다고 보고 있다”며 “배임은 법원이 판결하는 것이지만 정부는 배임 혐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초 계획대로 가겠다는 뜻이었다. 다음 날 크리스마스이브에 우리은행 이사회는 농협금융을 우선 협상 대상자로 공식 선정했다. 농협금융 쪽에서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농협금융은 파인스트리트보다 적은 금액을 써냈지만 사업 의지가 확실했다. KB금융보다 우리투자증권 매각 가격을 낮게 제시했지만 우리아비바생명과 우리금융저축은행의 가치를 모두 ‘플러스’로 인정했다. 정부는 진정성 있는 사업자에게 매각했다는 명분과 함께 우리아비바생명과 우리금융저축은행을 넘겨주면서 돈까지 챙겨 줬다는 식의 비난을 피할 수 있었다. 농협금융이 정부의 가려운 곳을 가장 잘 긁어 줬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농협금융은 우리아비바생명을 인수했지만 생각보다 시너지가 나지 않아 지난해 11월 700억 원 정도를 받고 DGB금융에 재매각했다.

우리금융지주가 갖고 있던 경남은행과 광주은행도 팔렸다. 두 번째 라운드다. BNK금융지주(부산은행의 모회사)와 JB금융지주(전북은행의 모회사)가 각각 손에 넣었다. 새로운 주인은 2013년의 마지막 날에 결정됐다. 당시 취재기자들은 보신각 소리를 들으며 퇴근했다. 광주은행은 JB금융이 4000억 원대 가격으로 이렇다 할 어려움 없이 우선 협상자가 됐다. 하지만 경남은행의 경우 BNK금융은 물론 ‘경은사랑 컨소시엄(경남·울산지역 상공인, DGB금융, MBK파트너스 등이 참여)’과 기업은행이 치열하게 경쟁했다. BNK금융이 1조2000억 원대를 적어 내 경쟁자들을 2000억 원 차이 정도로 제쳤다. BNK금융은 총자산이 46조 원에서 78조 원으로 불어나 최대 지방 금융지주사가 됐다. 당시 외국계 은행인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의 자산은 62조 원이었다. JB금융도 15조 원이었던 자산이 34조 원으로 두 배 이상 커졌다.


금융위원장 된 임종용, 화룡점정 찍을까
우리금융이 갖고 있던 두 곳의 지방은행 매각은 입찰 경쟁 이후가 더욱 흥미진진했다. 조세특례제한(조특)법을 둘러싼 논쟁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경남·광주은행 매각으로 6000억 원대의 세금을 내야 했다. 우리금융은 조특법이 통과되지 않아 세금을 내야 한다면 매각 자체를 백지화하겠다고 밝혔을 정도다. 조특법이 바뀌지 않으면 왜 세금을 내야 할까. 세무 당국은 우리금융이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을 팔 때 이익을 얻는다는 이유로 법인세를 과세하는데 세율이 22%에 달한다. 게다가 우리금융과 지방은행은 분할·합병 때 지분 양도에 대한 거래세(증권거래세)를 내야 한다.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을 사는 쪽은 납입자본금의 0.48%에 이르는 등록 면허세도 납부해야 한다. 만약 지난해 4월 30일 국회에서 이 같은 ‘사태’를 막아줄 수 있도록 조특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았다면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은 아직도 우리은행의 자회사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마산시 석전동의 경남은행 본점.

마산시 석전동의 경남은행 본점.


이제 남은 것은 우리은행이다. 우리금융 민영화의 ‘화룡점정(畵龍點睛)’ 격이다. 하지만 무산됐다. 교보생명과 중국의 안방보험이 입질했지만 교보생명이 막판에 입찰을 포기하면서 유효 경쟁이 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28일 오후 5시의 일이다. 네 번째 실패다.

우리은행 민영화는 이제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손으로 넘어갔다. 우투증권 패키지를 농협금융에 안겨준 주인공이다. 그는 금융위원장 취임 이후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우리은행 매각에 관한 방침을 밝혔다. 언제까지 하겠다고 못을 박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신속히 하겠다’는 이야기였다. 무엇보다 우리은행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싸게 팔아야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수요 파악이 선행돼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아직까지는 원론적인 수준이다. 하지만 임 위원장은 기획재정부 차관으로 일하면서 두 번의 매각 과정을 지켜봤다. 그리고 한 번은 입찰에 나섰다. 우리은행 민영화에 대한 조예가 누구보다 깊다. 임 위원장이 ‘5수(修)’ 끝에 우리은행 매각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농협금융을 4대 금융그룹으로 올려놓았듯이 금융위원회의 오랜 숙원 사업을 말끔히 해결할 수 있을까. 우리은행 민영화만 잘 처리해도 임 위원장은 ‘특급 장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벌써부터 나온다.


박종서 한국경제 금융부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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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5-04-03 1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