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1013호 (2015년 05월 06일)

운용 부문 독립 ‘가닥’…전문가 중심 재편

기사입력 2015.04.28 오후 04:31

국민연금 지배 구조의 문제점은 사실 어제오늘의 이슈가 아니다. 개편 시도는 2003년부터 계속돼 왔다. 하지만 물밑 작업에 그쳤다. 개선의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개편 논의가 시작된 이후 몇 차례 개편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모두 폐기된 채 10년 넘게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가장 최근엔 2012년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과 김성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공사로 독립…기금운용위원회 상설화
그동안 본격적으로 개편이 진행되지 못한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여야 간 합의 실패와 부처 간 힘겨루기가 지속된 부분이 크다. 막대한 자금을 굴리는 기금운영본부를 놓치고 싶지 않은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의 눈치 싸움으로 의견이 쉽게 수렴되지 못했다.

타이밍도 엇갈렸다. 2008년 7월 정부가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을 민간 전문가로 두고 금융 투자 분야 전문가 6인을 민간 위원으로 두는 상설화된 민간 독립 기구로의 개편을 제안한 바 있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로 무산됐다. 하지만 이내 플러스 수익으로 돌아서고 지난해 말 캐나다국민연금(CPP)과 네덜란드공적연금(ABP)이 16.5%, 14.5%로 국민연금과 세 배 정도 격차를 벌리면서 논의가 다시 활발해졌다. 3년 평균, 5년 평균, 10년 평균 운용 수익률에서도 국민연금이 세계 연·기금에 비해 뒤처지자 개편의 당위성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운용 부문 독립 ‘가닥’…전문가 중심 재편

보건복지부는 공무원연금과 함께 국민연금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올 들어 인터뷰 등을 통해 국민연금 기금 운용 공사화 의지를 밝혀 왔다. “국민연금 기금을 운용하는 전문적인 기구가 필요하다”며 기금운용본부를 별도로 분리해 투자공사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4월 30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을 통해 ‘국민연금기금 관리·운영 체계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개편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이번에 추진되는 정부안은 기존의 여야안을 수정 보완해 보다 확대 개편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기금운용본부를 공사화하고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체질을 확 바꾼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사 위원 각각 3명 등 20명인 기금운용위원회를 전문가 중심의 9명으로 줄이되 장관급 위원장을 따로 둔다는 게 핵심이다. 이와 함께 제도와 운용과의 ‘연계’를 위해 보건복지부 장관 아래 투 트랙으로 기구를 운영하는 것도 주요 방안이다. 기금운용본부를 공사화하되 그대로 복지부 산하기관으로 남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기존 여야안 중에서는 김재원 의원 안에 가깝게 설계됐다. 2012년 7월 발의된 김 의원 안은 국민연금기금운용공사를 설립하고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공사에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두되 그 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상설위원회(현재 비상설)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위원의 임기를 3년(현재 2년)으로 늘리고 연임 제한이 없도록 하자는 방안이다.

비슷한 시기인 2012년 12월 발의된 김성주 의원 안은 기금운용본부를 별도의 기금공사로 분리하지 않는 쪽을 택하고 있다. 그 대신 공단 내 부이사장을 선임해 국민연금기금을 총괄하는 기금 이사를 총 3명(현재 1명) 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위원회 구성에서 정부 위원을 5명에서 2명으로 줄이는 한편 가입자 대표, 여성 단체 대표, 공익 대표로 이뤄지는 방식으로 대표성을 강조하고 있다. 전문성을 강조한 김재원 의원 안과 차이가 있다.

이번 정부안은 기금운용본부를 공사로 분리하고 그 위에 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위원회로 설치한다는 점에서 김 의원 안과 궤를 같이한다.


기재부·복지부 타협점 찾아
정부 개편안은 기존 두 안에서 한 발 더 나간 부분이 있다. 기금 고갈 문제는 보험료 조정 등 제도로 해결하지 않으면 운용에서 아무리 고수익을 올려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의 재정 추계를 관장하고 재정 목표를 수립하는 기구로 현재 차관급 위원회인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격상해 국민연금정책위원회로 신설하기로 했다.

원종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원은 “정책위원회에서 재정 목표에 따라 보험료 조정과 기금 고갈 시기를 결정하고 그에 따른 수익률 목표를 정해 주면 기금운용회에서 그에 따라 운용하는 것”이라며 “연금은 일종의 풍선효과로 제도 쪽에서 개혁을 적게 하면 기금 쪽에서 할 일이 많아지고 제도 쪽에서 보험료를 올리면 기금에서 리스크 테이킹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재정 추계와 제도 개편은 국민연금심의위가, 실제 기금 투자는 기금운용공사가 나눠 맡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기금운용본부는 수익률 목표에 따라 전문성이 더욱 강조되는 조직이 된다. 기금 공사의 최고경영자(CEO)는 최고투자전문가(CIO) 역할을 겸할 예정이다.

기금 운용에 관한 한 여당 안을 따랐지만 야당 안도 반영됐다. 김성주 의원이 강조한 대표성을 운영위원회 구성에 적용하기로 했다. 위원회 구성을 위원장을 포함한 민간 전문가 9인으로 하되 사용자·노동자·지역 가입자 대표들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 있는 전문가를 기금위 위원으로 추천한다. 이를 위해 기금운용위원 추천위를 구성하고 추천위가 민간 위원 9인의 2배수인 18인을 추천해 보건복지부 장관이 9인을 위원으로 선임하는 방안이 마련돼 있다. 이와 함께 두 달에 한 번꼴로 열리는 기금위는 월평균 두 차례 정도 개최된다. 현재 ‘수당’ 개념인 보수도 선진 연·기금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다.

정부 안이 나오면서 관계 부처와 정치권은 셈법을 달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는 오랜 갈등을 접고 어느 정도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공사 독립, 전문가 위원회라는 큰 틀에서 합의를 이룬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남은 과제가 하나 있다. 바로 공공 기관 지정 유무에 관한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지정하는 공공 기관은 일정 규모 이상의 기관을 대상으로 하므로 정부가 인사 및 예산권을 통제하게 된다. 정부 안에는 공공 기관 지정을 배제하는 것으로 밝히고 있기 때문에 두 부처가 어떤 속내를 드러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복지부는 개선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을 낼 계획이다. 우선 4월 30일 발표된 개편안을 토대로 이해관계인들과 정치권 등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정부가 국회에 의견을 전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데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다. 정부안으로 법안이 발의되면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복지부는 이번 연금 개편안에 대해 6월 국회 통과를 목표로 삼고 있다. 6월 이후로 넘어가면 총선 이슈에 밀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회 문턱을 넘기 위해선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해야 한다. 기존 여야안도 이곳을 넘지 못했다. 국회 관계자는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해당 법안이 단 한 번도 올라온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기타 다른 법안에 밀리거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본격적인 논의 자체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또 다른 입법 움직임도 일고 있다. 기획재정위원장인 정희수 의원이 4월 7일 국민연금 지배 구조 개편을 놓고 정책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새누리당 안에서는 김현숙 의원이 이번 국민 연금 개편안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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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5-04-28 16: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