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1013호 (2015년 05월 06일)



전세난 탈출구 된 ‘분양 전환 아파트’

기사입력 2015.04.28 오후 04:31

전세난 탈출구 된 ‘분양 전환 아파트’

#.30대 직장인 신모 씨는 결혼 후 7년째 전세로 거주하고 있다. 그동안 집값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집을 살 생각은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잦은 이사로 신혼살림이 파손되는 것은 물론 7세 아들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면서 정착의 필요성이 커졌지만 내 집 마련은 여전히 꺼려졌다. 육아 문제로 맞벌이를 못해 모아 놓은 자금도 많지 않고 고액 대출에 대한 이자 부담이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집주인은 또다시 전셋값을 올려 달라며 신 씨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좀처럼 답이 나오지 않는 주거 문제로 며칠째 밤잠을 설치는 신 씨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모든 국민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며(제10조),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진다(제35조)’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극심한 전세난 속에서 신 씨와 같은 서민들은 하나둘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내 집 마련의 작은 꿈도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든 상황 속에서 서민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쏠린다. 바로 ‘분양 전환 임대 아파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3월 말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은 전달보다 4.03% 포인트 증가한 69.3%를 기록했다. 2년 전인 2013년 3월(59.87%)보다 9.43%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전셋값 비율이 높다는 것은 매매가 상승률보다 전셋값 상승률이 그만큼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지난 2년 동안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은 4.73%(3.3㎡당 888만 원→930만 원) 오른 반면 전셋값은 무려 21.05%(3.3㎡당 532만 원→644만 원) 상승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전셋값에 전세는 더 이상 서민들의 내 집 마련에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지 못하게 됐다. 서민들이 분양 전환 임대 아파트로 눈을 돌린 이유다.


최장 5~10년 임대 후 매입 가능
분양 전환 임대 아파트는 세입자가 5~10년간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살다가 추후 시장 상황을 살펴본 뒤 구매를 결정할 수 있는 주택이다. 임대 기간을 최장 5~10년 보장받을 수 있어 ‘5년·10년 임대 아파트’로도 불린다. 분양 전환 임대 아파트는 공공 임대의 일종으로, 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해 왔지만 최근에는 민간 건설사가 국민주택기금을 지원 받아 시공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기본적으로 무주택 가구주나 가구원에게 입주 자격이 주어지며 집이 있는 가구의 자녀는 가구를 분리한 뒤 무주택자 자격을 얻으면 된다. 이때 민간 건설사가 짓는 분양 전환 임대 아파트는 LH가 공급하는 임대 아파트에 비해 입주 자격 조건이 까다롭지 않아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LH 임대 아파트는 소득에 따라 청약 순위가 차등 부여되는 반면 민간 건설사가 짓는 임대 아파트는 무주택 가구주면 누구나 청약할 수 있다.

임대 기간이 절반 이상 지나면 조기 분양 전환도 가능하다. 5년 공공 임대는 2년 6개월, 10년 공공 임대는 5년 이상이면 분양 전환할 수 있다. 분양 전환 때는 감정평가액에서 임대 보증료를 제외한 나머지를 납부하면 된다.

일단 분양 전환 임대 아파트의 가장 큰 장점은 입주 시 목돈이 들지 않고 매달 발생하는 주거비도 저렴하다는 것이다. 입주할 때 지불하는 임대 보증금은 3000만~5000만 원 선이며 임대료도 보통 시세의 80% 수준에서 책정된다. 임대료 인상률 역시 연간 5% 이내로 제한된다.

이와 함께 세금 부담도 크지 않다. 임대로 거주 시에는 취득세와 재산세·종합부동산세와 같은 세금을 부담하지 않는다. 또 분양 전환 이후 되팔 때 그동안의 거주 기간(5~10년)을 인정받아 양도소득세도 면제받을 수 있다.


분양가 산정 과정서 갈등도
하지만 분양 전환 임대 아파트라고 모두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임대주택이라는 특성상 일반 분양주택에 비해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 실제로 LH가 공급한 다수의 영구 임대 아파트에서는 저렴한 임대 조건 때문에 주택 품질이 떨어진다는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 분양 전환 임대 아파트에 뛰어드는 민간 건설사가 늘고 있다는 것. 민간 건설사가 직접 시공하면 비교적 품질이 우수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민간 건설사가 지은 임대 아파트는 그만큼 가격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게 함정이다.

또한 분양 전환 임대 아파트에 당첨되면 청약통장 효력이 상실돼 민간 아파트분양에 통장을 다시 사용할 수 없다.

아울러 분양 전환 때까지 소유권을 행사하지 못하며 임대 보증금이 묶여 있다는 점도 단점이다.

이와 관련해 강서구 화곡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보증금이 묶여 있는 부분은 전세 보증금과 비슷한 개념으로 생각하면 된다”면서 “전세 물건의 ‘씨’가 마른 가운데 잘만 활용하면 서민들의 내 집 마련에는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분양 전환 임대 아파트를 고려할 때 챙겨야 할 주의 사항도 몇 가지 있다. 일단 민간 건설사가 공급하는 분양 전환 임대 아파트는 분양 전환 과정에서 분양가를 산정할 때 건설사와 세입자가 갈등을 빚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보통 감정평가 업체 2곳이 산정한 감정가의 평균 금액을 분양가로 책정하지만 양측의 의견이 엇갈려 소송까지 갈 때도 많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임대 계약 시 임대료 수준과 분양 전환 조건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종석 오감디앤씨 대표는 “감정가는 주변 시세를 참고해 반영되는 만큼 감정가로 나오는 분양가 대비 내부 인테리어 등의 품질을 주변 단지와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분양 전환 임대 아파트 사업을 하는 건설사는 대형 건설사보다 중소형 건설사가 주를 이루는 만큼 법정 관리나 부도와 같은 최악의 상황도 생각해야 한다”며 “자칫 임대 보증금을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는 만큼 사업자가 보증보험에 가입돼 있는지 그리고 매년 갱신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 밖에 분양 전환을 받기 위해서는 입주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무주택 요건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임대차 재계약은 2년마다 진행된다. 이때 유주택자로 분류되면 입주 자격이 박탈된다.

마지막으로 불법 전대 행위가 적발되면 임대차 계약 해지와 분양 전환 자격이 박탈됨은 물론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한편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5년에는 분양 전환 임대 아파트 총 2만1331가구(확정)가 공급될 예정이다.


김병화 기자 kb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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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5-04-28 1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