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관리 기업만 노린다’…SM그룹 급성장
국내 기업들의 인수·합병(M&A)이 점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대기업들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자발적 사업 재편이다. 또 다른 하나는 경기 둔화로 발생한 법원과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 매물을 둘러싼 인수전이다. 기업 경영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11월 2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삼성·SK·롯데·한화 등의 ‘빅딜’을 포함한 30대 기업의 M&A 인수 금액은 총 37조7897억 원에 달한다.
중견그룹들의 M&A 역시 점차 규모를 키워 가며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견그룹 중 눈에 띄는 곳은 서너 곳 정도다. 대표적인 기업집단은 식품을 주업으로 하는 하림그룹이다. 하림은 국내 최대 벌크 선사인 STX팬오션을 1조 원 정도에 인수하며 단번에 해운업의 강자로 떠올랐다. 도시가스를 주력으로 하는 삼천리그룹 역시 꾸준한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금융과 외식업 등 신사업에 진출하며 추가적 M&A를 계획하고 있다.


법정 관리 기업의 숨은 매력
건설에 기반을 둔 삼라마이다스(SM)그룹의 활발한 M&A는 중견그룹사 중 가장 주목받고 있다. SM그룹의 M&A는 특징이 있다. 주로 기업 회생(법정 관리) 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들을 주 타깃으로 한다는 점이다. 법정 관리 기업의 인수는 양날의 검이다. 쉽게 말해 법정 관리에 들어갈 만큼 상황이 좋지 않아 가격이 저렴하다. 자칫하면 투자금을 아예 날릴 수도 있다. 하지만 법원에서 기업의 속살까지 들여다보다 보니 추가 부실이 발생할 여지는 크지 않다. 그래서 새로운 경영진이 확실한 비전을 제시하고 일정 수준의 자금을 투입하면 그만큼 크게 턴어라운드도 가능하다.
우오현 회장이 이끄는 SM그룹은 법정 관리가 진행 중인 기업들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2~3년 새 사세를 크게 키운 기업이다. 현재 자산은 4조 원대고 계열사는 17개까지 늘어났다. 계획대로라면 법정 관리 기업 인수를 통해 올해 안에 SM그룹은 계열사가 2개 더 늘어난다.
M&A 대상은 자동차 부품 업체인 ADM21과 채권 추심 업체인 솔로몬신용정보다. ADM21은 SM그룹 계열사인 남선알미늄이 인수 주체로 나섰다. 남선알미늄은 현재 ADM21 인수에 우선 협상권을 부여받은 상태다. ADM21은 한때 와이퍼 생산에서 국내 1위를 차지할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았지만 금융 위기 이후 회사가 점차 어려워지면서 2014년 법정 관리를 신청했다. SM그룹이 제시한 입찰 가격은 300억 원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솔로몬신용정보도 SM그룹의 타깃이다. 예금보험공사는 최근 솔로몬신용정보 지분 매각 본입찰에서 SM그룹·한국캐피탈 컨소시엄을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솔로몬신용정보 매각 지분은 총 60%로 SM그룹이 지분 41%, 한국캐피탈은 19%를 인수할 것으로 전해졌다. 신용 정보 및 채권 추심 회사인 솔로몬신용정보는 지난해 매출 361억 원을 올린 업계 10위권 업체다. 솔로몬신용정보는 한때 업계 3위까지 올랐지만 2012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과 불법 대출로 솔로몬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하면서 대주주가 예금보험공사로 변경됐다.
SM그룹은 이 밖에 오스틴제약(구 한국웨일즈제약) 인수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SM그룹의 비상장 계열사인 동양생명과학이 오스틴제약 매각 본입찰에서 가장 높은 인수 가격인 200억 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져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오스틴제약은 지난 3월 수원지방법원에 법정 관리를 신청한 기업이다. SM그룹은 오스틴제약과 동양생명과학을 합병해 토털 헬스 케어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복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 동양그룹 산하였던 동양생명과학은 온천수를 기반으로 화장품 등을 만들고 있는 회사다. 만약 이들을 모두 인수하면 SM그룹이 거느린 계열사는 20개로 늘어난다.
‘법정 관리 기업만 노린다’…SM그룹 급성장
삼라건설이 모태…M&A로 덩치 키워
SM그룹은 앞으로도 꾸준한 M&A를 추진할 방침이다. 최근 SM그룹은 동부건설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도중에 포기했다. 그 대신 SM그룹은 STX건설로 방향을 틀었다. ‘대어’ 동부건설을 놓쳤지만 건설업이 본업인 만큼 STX건설과 같은 중견 건설사들을 향후 5~6개 정도 인수해 대형 건설사로 발돋움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 관리 중인 STX건설의 매각가는 200억 원 수준으로 관측된다. STX건설은 STX그룹이 위기를 겪으면서 2013년 법정 관리에 들어갔다.
SM그룹 모태는 1988년 1월 설립된 삼라건설이다. 그룹의 주된 성장 동력은 M&A다. 창업자인 우오현 회장은 전남 고흥 출신으로 양계 사업을 시작으로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2004년 토목건축 업체인 진덕산업 인수를 비롯해 건전지 제조업체인 벡셀, 알루미늄 업체 남선알미늄과 경남모직을 연이어 인수했다. 2008년 이후엔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곤경에 처한 우방과 신창건설 등 중견 건설 업체도 사들였다.
상장 계열사 중 하나인 티케이케미칼도 동국무역에서 사들인 회사다. 고속도로 하이패스 관리 업체인 하이플러스카드와 대한해운·동양생명과학 등도 역시 M&A를 통해 계열사로 편입했다. M&A를 통해 2004년 703억 원에 불과했던 그룹 자산 규모는 올해 6월 기준 4조1284억 원으로 약 60배나 불어났다.
인수 기업 중 대다수가 법정 관리에 있는 기업들이었다. 최초로 사들인 진덕산업은 물론이고 남선알미늄·우방·신창건설 등 대부분이 법정 관리 상태에 놓여 있었다. 현재 공략 중인 기업들도 모두 법정 관리 기업들이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SM그룹이 그동안 인수했던 대부분의 부실기업이 회생(턴어라운드)에 성공했고 그 과정에서 혹독한 구조조정이 거의 없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SM그룹이 다양한 업종의 M&A에 나서고 있는 만큼 지나친 확장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이플러스카드 등 그룹의 기존 사업과 큰 연관성이 없는 기업들이 그것이다. 또 앞선 2011년 SM그룹은 유압기 부품 계열회사인 태주를 인수했지만 그룹 관리 아래 법정 관리에 돌입하기도 했다. 또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SM그룹은 M&A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 중 하나”라며 “다만 계열사 수 증가로 조직 문화가 다른 회사들이 모이고 있는 만큼 이를 잘 해결해 종합 그룹으로 거듭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