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한국 경제는 저성장 추세의 연장선에서 2015년에 비해 소폭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는 2% 중·후반에서 3% 초반을 기록할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지속된 불황의 여파는 여전히 한국 경제를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2016년은 조금 다른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크게 좋아지기는 어렵지만 더 나빠질 것도 없다는 심리가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국 경제는 2016년 중요한 시점을 맞이할 것”이라며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으로부터의 탈출과 트리플 딥에 빠져 허우적거릴 것인지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취약한 성장 잠재력…정부 역할 중요
2016년 한국 경제는 취약한 성장 잠재력으로부터 다양한 불안 요인들이 드러날 전망이다. 빚으로 성장을 도모하는 경제 시스템은 지속성이 떨어진다. 경제의 세 주체인 정부·가계·기업이 모두 소득이 아닌 부채를 통해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낮은 금리 수준 덕분이었다. 하지만 향후 국제 금융시장은 신흥국 위기, 미국 기준 금리 인상 가능성, 중국 경제의 감속 등으로 상당히 불안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차이나 리스크 등의 충격을 얼마나 잘 버텨낼 수 있는지가 한국 경제의 생존과 추락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저성장 기조가 불가피해 보이는 가운데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적기에 경기 조절 능력을 발휘한다면 의외로 한국 경제가 확실함 모멘텀을 확보할 수도 있다고 주원 수석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연구실장은 “2015년 하반기 들어서도 경기 하강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며 “2016년에도 성장률 2%대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기준 금리 인하,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정부의 정책적 노력 덕분에 내수 경기는 미약하게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수출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가공무역을 중심으로 대중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상 최대 위협 요인은 중국의 경제 불안이다.
2016년 민간 소비는 2015년보다 다소 회복세가 개선되겠지만 여전히 경제성장률보다 낮은 수준에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위축된 고용 증가세, 금리 인상 압박과 가계 부채, 고령화에 따른 소비성향 감소 등 구조적 악재로 2016년 민간 소비가 약 1.9%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자물가는 원유 가격 하락과 내수 부진 여파로 저물가 기조가 고착화될 전망이다. 물가 상승률은 제한적인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진영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2015년 0%대 초(超)저물가를 탈출해 2016년 1.5% 내외를 기록할 전망이다. 2015년 전망치 0.9%에서 0.6% 포인트 오른 수치다.
고용 측면에선 내수 경기의 완만한 회복과 고용 여건 개선 등으로 호조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고용률(15~64세)은 2013년 2월 62.7%로 최소치를 기록한 이후 상승세를 보여 2015년 7월에는 역대 최고 수준인 66.3%를 달성했다. 유연 근로제 확산, 청년 인턴 확대 및 일·학습 병행제 보급 등으로 청년의 경제활동 참여가 확대됐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미진한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중·장년층과 여성을 중심으로 비경제활동인구에서 취업자로의 대규모 전환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년연장법이 시행되면서 한정된 고용 규모 안에서 청년들이 들어갈 일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강달러에서 약달러로 반전
환율과 관련해서는 약달러 반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평균 1120원 내외로 전망된다. 선진국 중앙은행 간 통화정책 차별화, 즉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 정상화 논란에 따른 강달러 흐름은 2014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됐다. 최근 2015년 상반기까지 이어졌던 유로화 및 엔화 약세에 따라 강달러 압력은 다소 후퇴했다. 그 대신 자금 유출이 심화된 신흥국의 통화 약세가 두드러졌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미국 달러화 가치는 이미 대폭 올랐고 과거 경험상 금리 인상 후에는 통화정책보다 펀더멘털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며 “2016년 하반기부터 완만한 약달러 환경을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유로화와 엔화를 달러화 가치를 결정할 핵심 통화로 꼽았다.
2016년 글로벌 저금리 기조는 쉽게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한국은 내부적인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저금리 필요성이 부각될 전망이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수석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말까지 연방 금리는 1.0%를 넘지 못할 것이고 미국채 10년 금리 또한 2% 초·중반 내외에서 등락을 이어 갈 전망이다.
정부 재정 부문에선 세수입이 크게 늘지 않는 한편 재정 건전성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2016년 재정의 특정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세수입 증가 둔화 ▷재정지출 증가 둔화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 등이다. 2016년 총수입은 2015년보다 2.4% 증가한 약 392조 원, 총지출은 2015년보다 3.0% 증가한 약 387조 원이 될 전망이다. 3%의 총지출 증가율은 2010년의 2.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의 가계 부채 규모는 이미 경제성장 및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한국 경제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보다 강화된 가계 부채 관리 종합 대책에 근거한 대출 심사 및 기준 강화, 규모 제한 등으로 가계 부채 급증세가 다소 완화되고 비은행권의 비주택 부동산 담보대출과 개인 사업자 대출 증가세도 일부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가계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중·장기적 시계에서 잠재성장률 확충을 통한 가계 소득 개선과 함께 경기 회복, 일자리 창출, 소득 분배 개선 등의 차원에서 종합적이고 세밀한 정책 대응과 노력이 절실하다.
2016년 한국 경제의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모두들 2015년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그러한 예상의 근거는 막연하다. 따라서 민간 경제 주체들의 최우선 목표는 ‘생존’이어야 한다고 주원 수석연구위원은 말한다. 기업이든 가계든 리스크 관리에 주력해야 한다. 아무리 현실이 어렵더라도 어쩌면 다가올지도 모르는 경기 회복 가능성에도 대비하는 한 해가 돼야 한다. 모두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충분히 노력한다면 2016년 한국 경제는 어둡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저성장 기조에 차이나 리스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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