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풋살장’…임창욱 회장의 이색 투자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UTC인베스트먼트(이하 UTC)가 최근 광폭 행보를 보여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올해 7월 ‘UTC스포츠1호펀드(약정 총액 215억 원)’와 10월 ‘그린바이오투자조합(약정 총액 240억 원)’ 등 하반기에만 2개 조합을 잇달아 결성하며 공격적 투자 확대 기반을 마련했다.
UTC의 행보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UTC는 임 명예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 투자사다. 임 명예회장의 맏딸인 임세령 대상 상무가 2007년 UTC 투자심사부 차장으로 입사해 2년여간 근무했던 곳이기도 하다. 둘째, 대상그룹은 UTC를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했던 전례가 있다. UTC의 투자 행보는 곧 대상그룹의 신사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힌트가 될 수도 있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

그룹 차원 신사업으로 이어질까

최근 UTC의 스포츠 펀드 조성은 벤처캐피털 업계에서는 최초의 시도다. 스포츠 업종에 대한 투자는 UTC 창사 이후 처음으로 도전한 분야이기도 하다. UTC는 2015년 7월 약정 총액 215억 원 규모의 ‘유티씨스포츠1호펀드(이하 UTC스포츠펀드)’의 조합 결성을 마무리했다. 지난 3월 말 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 1차 정시 출자 사업 스포츠 계정 위탁 운용사(GP)로 선정된 지 3개월여 만이다. UTC는 스포츠 산업 기업들의 인수·합병(M&A) 또는 투자를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스포츠 마케팅, 미디어, 교육, 기타 서비스를 망라한 종합 스포츠 기업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UTC스포츠펀드 대표 펀드매니저인 박근용 UTC인베스트먼트 상무는 “스포츠 산업은 미래 신성장 산업으로, 그동안 산업적 생태계 조성이 미흡해 스포츠 산업의 전문적인 상품과 투자가 활발하지 않았을 뿐 50조 원대에 육박하는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UTC는 아마추어 스포츠 시장에 조금 더 포커스를 맞추고 경쟁력을 갖춘 스포츠 강소기업을 지속적으로 배출해 스포츠 전 영역에서 높은 부가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 9월 UTC스포츠펀드의 첫 투자가 이뤄졌다. UTC는 풋살장을 운영하는 ‘클라우드76’에 20억 원을 투자했다. 클라우드76은 루프톱(rooftop) 필드(건물 옥상 등에 마련된 체육 시설)라고 불리는 도심 내 풋살장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프로 축구 선수 출신들이 구장을 관리 운영하고 있고 유소년과 유아 축구교실 아카데미도 운영하고 있다. 이번 투자를 통해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 루프톱 필드를 추가로 오픈하고 2020년까지 인력을 최소 100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박 상무는 “클라우드76에 인큐베이팅과 전문 멘토링을 제공하고 국내외 저명한 스포츠 기업들과의 연계를 통한 기업 가치 제고에도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야구 기록 회사인 ‘게임원 커뮤니케이션즈(이하 게임원)’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게임원은 IT 기술력을 바탕으로 야구 기록 솔루션 및 관련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이 회사의 강점은 국내 사회인 야구단 대부분의 경기 기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박 상무는 “UTC는 이번 투자를 통해 게임원의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다원화해 이용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어떻게 머니타이징(수익화)할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심 풋살장’…임창욱 회장의 이색 투자
성장 한계 넘을 돌파구 찾기

모든 투자가 순순히 이뤄진 것은 아니다. 최근 11월에는 스크린 야구 회사에 투자하려고 했지만 계약 마지막 단계에서 결국 결렬되고 말았다. 박 상무는 “투자를 유치하면서 벤처캐피털을 협상이 아닌 협력을 위한 파트너로 인식해야 한다”면서 “피투자자 역시 단순히 재정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기업 경영 시스템을 향상하고 경영 전반을 투자자와 함께 고민할 수 있는 회사를 위주로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UTC스포츠펀드가 벤처 투자 업계의 최초 스포츠 펀드라면 10월 결성된 ‘그린바이오투자조합’은 대상그룹과 UTC가 최초로 함께 만든 펀드다. 10월 말 UTC는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이하 농금원)의 출자 펀드에 나서 ‘그린바이오투자조합’을 결성했다. 규모는 240억 원이다.

UTC 관계자는 “대상에서 함께하자고 제안해 왔다. 벤처기업을 육성 및 지원하려는 대상의 의지로 두 회사가 큰 뜻을 품고 함께 참여했다”고 말했다. UTC의 투자와 컨설팅 역량에 대상의 식품 연구·개발(R&D), 글로벌화 등의 긍정적 시너지가 예상된다. 이번 투자를 통해 전통적인 식품 가공 기업은 물론 최근 주목받고 있는 푸드 테크 관련 기업에 대한 발굴과 투자 검토에 나서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UTC를 통해 대상그룹이 사업 영역을 확장할 가능성이 낮지 않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식품 기업에 성장 한계를 느끼고 사업 다각화를 통해 성장을 이룰 돌파구 찾기에 골몰하는 모습”이라면서 “대상만이 아닌 국내 모든 식품 업계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다양한 변화를 꿈꾸고 있다”고 전했다.

대상그룹은 UTC를 통해 영상·IT·유통·교육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이뤄왔다. 대표 사례는 유기농 식품 프랜차이즈 전문 업체 ‘초록마을’이다. UTC가 2006년 초록마을을 인수한 후 실적이 크게 좋아지자 2010년 대상홀딩스에 되팔아 초록마을은 대상홀딩스 계열사가 됐다. 대상홀딩스는 UTC가 보유한 초록마을 지분 62.4% 전량을 103억 원에 인수했다. 현재 초록마을은 대상홀딩스와 임창욱 명예회장의 두 딸인 임세령·임상민 상무가 각각 30.17%, 20.25%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교육 사업도 있다. 2014년 UTC가 지분 96%를 보유한 이얼싼중국문화원이다. 이얼싼중국문화원은 현재 학원·출판·이러닝·여행업과 중국 현지 호텔업 등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얼싼중국문화원은 이얼싼중국어학원의 100% 지분을 갖고 있다. 대상홀딩스는 교육 사업 열풍이 일던 2007년부터 약 5년 간 UTC를 통해 교육 사업에 파격 투자를 단행한 적이 있다. 교육 관련 계열사만 10개 가까이 늘리며 과감한 행보를 보였지만 2013년 결국 400억~500억 원의 손실을 떠안은 채 모두 처분했다. 이얼싼중국문화원은 그 이후 재도전한 교육 사업이다.

2014년 UTC가 인수한 ‘마크프로’는 특허 관리 회사다. 기업과 연구 기관의 국내외 특허 유지를 위한 연차료 납부 서비스를 제공하는 IP 유지 관리 기업이다. 이렇게 UTC가 인수했거나 지분 30% 이상을 소유한 회사들은 대상홀딩스의 계열사에 편입돼 현재 국내 계열사 수는 2013년 대비 7개가 늘어 총 28개가 됐다.

UTC 관계자는 “임창욱 명예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지만 UTC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으며 그룹 사업과는 별도”라고 선을 그었다.

1988년 투자 자문사로 출발한 UTC는 1998년 창업 투자회사로 등록해 2000년대 초반까지 벤처 투자에 주력했던 회사다. 최근 10년간 투자조합 15개와 기업구조조정조합 8개, 한국벤처투자조합 2개, 기업 재무 개선 사모 펀드(PEF) 1개 등 총 53건 5200억 원 규모의 투자 운용을 통해 7012억 원을 회수했다. 내부 수익률은 12~13%대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