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최태원…11월에만 ‘1조 투자’
최태원 SK 회장이 최근 잇단 인수·합병(M&A)을 성공시키며 재계의 ‘큰손’으로 급부상했다. 최 회장은 11월 들어 세계 시장점유율 50%에 달하는 반도체 제조 공정 특수 가스 업체 OCI머티리얼즈 인수를 결정했고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인 CJ헬로비전을 인수했다. 두 개 회사 지분을 사는 데 1조 원이 들었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은 10월 SK그룹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파괴적 혁신’을 내년 경영 화두로 제시했다”며 “앞으로 최 회장이 대규모 M&A 및 투자 계획을 거침없이 쏟아낼 것 같다”고 말했다.


기존 계열사와 시너지 노려
최 회장은 지난 8월 광복절 70주년 특별사면을 받으면서 “SK가 잘하는 반도체·에너지·통신 분야에 주력해 국가 발전에 공헌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3개월 만인 11월 24일 SK그룹은 반도체 특수 가스 제조사인 OCI머티리얼즈를 전격 인수했다. 그룹 지주사인 SK(주)를 통해 OCI가 보유한 OCI머티리얼즈 지분 49.1%를 4816억 원(주당 9만3000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OCI머티리얼즈는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생산 공정에 사용되는 특수 가스를 만드는 회사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핵심 고객이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세정용 NF₃(삼불화질소)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50%에 달한다. NF₃는 반도체·LCD·태양전지를 세정할 때 사용하는 특수 가스다. SK 관계자는 “반도체 소재 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는 한편 OCI머티리얼즈의 반도체 소재 핵심 기술과 공급망으로 SK하이닉스와의 시너지 효과를 노릴 계획”이라며 “중국을 포함한 해외시장 공략 등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11월 초에도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CJ헬로비전 인수를 통해 통신 분야의 영역을 넓혔다. SK텔레콤은 11월 2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CJ오쇼핑이 보유한 CJ헬로비전 지분 30%를 5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2016년 4월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을 합병할 계획이다. 합병이 완료되면 비상장사인 SK브로드밴드가 상장사인 CJ헬로비전을 통해 우회 상장하게 된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지분 인수 외에도 CJ가 진행할 1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예정이다. SK텔레콤과 CJ는 콘텐츠 창작과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지원을 위한 1000억 원 규모 펀드도 공동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최태원 SK회장 약력
1960년생. 1983년 고려대 물리학과 졸업. 1987년 시카고대 경제학과 졸업. 1989년 시카고대 경제학 석·박사 통합과정 수료. 1992년 선경 기획실 부장. 1997년 유공 상무이사. 1998년 SK 대표이사 회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