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백수오' 오명 벗고 판매 재개 앞둬
전 직원 농가 돌며 전수조사 '사투'

2015년 4월 16일 종가 기준 ‘9만1200원’으로 최고가 기록. 코스닥 시가총액 기준 9위 등극. 불과 한 달여 후인 5월 18일 종가 ‘8610원’으로 속절없는 추락. 11월 26일 현재 주가 ‘2만3550원’으로 회복. 주가 등락만 보면 롤러코스터도 이런 롤러코스터가 없다. 몇 년 사이도 아니고 불과 8개월 만에 코스닥 시장 최고의 ‘아이돌’에서 ‘잡주’ 수준으로 추락한 기업. 주가 회복은커녕 기업의 생존 자체를 의심받던 상황에서 어느새 다시 회생의 가능성을 열어 가고 있는 곳. ‘백수오’ 파동으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내츄럴엔도텍 이야기다.
돌아온 내츄럴엔도텍…해외서 승승장구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가짜 백수오’ 파동에 불은 지핀 건 지난 4월 22일 한국소비자원(이하 소비자원)의 발표였다. 소비자원은 이날 ‘시중 유통 중인 백수오 제품 상당수가 가짜’라는 제목의 보도 자료를 내놓았다. 갱년기 장애 개선 등 중·장년층 여성들을 대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백수오 관련 제품 대부분에 식용이 금지된 가짜 백수오, 즉 이엽우피소가 섞여 있다는 내용이었다. 소비자원 발표에는 ‘이엽우피소가 간 독성·신경쇠약·체중 감소 등의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연구 보고가 있고 국내에서는 식용 근거가 없어 식품 원료로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시장이 받은 충격은 대단했다. 당장 백수오 관련 제품을 팔던 홈쇼핑 업체가 대대적인 환불 조치에 나섰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비자들의 소송도 이어졌다. 믿고 먹었던 건강기능식품은 하루아침에 인체에 유해한 독성 물질 신세로 전락했다. 건강기능식품 제조에 들어가는 원재료(백수오 등 복합 추출물) 제조사인 내츄럴엔도텍(이하 엔도텍)에는 소비자를 우롱한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낙인이 떨어졌다.

‘고의 혼입’ 무혐의…독성 검사는 2년 걸릴 듯

가짜 백수오 파문 후 약 일곱 달이 지났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진원지였던 엔도텍은 어떻게 됐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혐의 없음’, 즉 무죄다. 검찰은 가짜 백수오 논란이 전 국민적 관심사임을 고려해 전담 수사팀까지 꾸렸다. 수사기관이 건강기능식품의 이물질 혼입 수사를 위한 전담팀까지 꾸려 적극적인 의지를 보인 사례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얘기다.

수원지방검찰청은 지난 6월 26일 백수오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엔도텍이 이엽우피소를 고의로 혼입하거나 혼입을 묵과했다고 보기는 어려워 대표이사 A 씨와 엔도텍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 이후 지난 11월 2일에는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이 엔도텍의 백수오 관련 제품 판매를 허가했다. 이에 따라 엔도텍은 백수오 건강기능식품의 원재료가 되는 신물질 ‘에스트로지’의 생산을 재개하게 됐고 원재료를 활용한 완제품(건강기능식품)의 판매는 12월쯤부터 이뤄질 전망이다.

소비자원 발표 이후 엔도텍의 기업 이미지는 ‘먹을 것으로 장난치는’ 파렴치범 수준으로 전락했다. 하지만 불과 일곱 달 뒤의 현실은 ‘무죄’ 판결로 돌아왔다. 바람 앞 등불 신세였던 주가도 서서히 안정을 되찾아 가는 모양새다. 그렇다고 그간 망가진 이미지나 소비자의 인식이 완전히 회복된 것도 아니다. 시가총액 9위까지 올랐던 주가는 휴지 조각이 될 위기를 지나 11월 현재 2만 원대까지 회복되며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시총 순위는 여전히 70위권에 멈춰 있다. 잘나가던 벤처기업이 생사의 기로에 빠졌던 과정을 떠올려 보면 검찰의 수사 결과가 마치 ‘허무 개그’처럼 들린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도대체 7개월여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소비자원이 촉발한 백수오, 즉 엔도텍 관련 의혹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이엽우피소의 독성, 즉 인체 유해성 여부다. 검찰은 “복수의 관련 학계에 자문한 결과 현재로서는 이엽우피소의 유해성 여부를 판단할 만한 연구 자료가 부족하다”며 “중국과 대만에서는 식품 원료로 승인해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공신력 있는 기관의 독성시험 검사 결과 등 과학적 근거를 보완한 후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주무 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도 이엽우피소의 독성 여부 시험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식약처가 팔 걷고 나섰다고 해서 이엽우피소의 독성 여부가 당장 밝혀지는 건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등에 맞춰 정확한 시험 결과를 얻어내려면 통상 2년은 걸린다.

정작 논란이 컸던 것은 업체의 ‘고의 혼입’ 의혹이었다. 기업이 무엇인가 이익을 얻기 위해 고의로 범죄를 저질렀느냐 여부다. 검찰의 수사 초점도 여기에 맞춰졌다. 백수오와 이엽우피소는 모두 박주가릿과에 속하는 작물이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외관상 차이를 알아보기도 쉽지 않다. 백수오는 재배 기간이 2~3년인데 비해 이엽우피소는 1년이면 족하다. 재배가 쉬운 만큼 생산 단가도 저렴해 원가절감 차원에서 값싼 대체 원료를 사용했을 것이란 의심이 가능하다.

검찰은 엔도텍이 입고해 보관 중이던 백수오 샘플을 가져다 조사했다. 검사 결과는 소비자원이나 식약처의 것과 다르지 않아 조사 샘플 모두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차세대 유전체 분석 기술(NGS : Next Generation Sequencing)이라고 부르는 DNA 검사 등 최첨단 기법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엽우피소 함유 여부, 즉 정성 검사만 가능했던 그간의 방식에 비해 검찰의 최신 검증 방법은 이물질의 함유량, 즉 정량 검사까지 가능한 첨단 기법이다. 대검찰청의 감정 결과 엔도텍이 보관 중이던 백수오에 섞여 있는 이엽우피소 비율은 약 3% 정도였고 그중 절반 이상은 혼입 비율이 채 1%가 넘지 않았다. 현장 육안 검사, 식약처가 인증한 방법으로 자체 유전자 검사 실시 등 나름의 검증 장치를 마련해 시행해 온 엔도텍의 노력도 정상참작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무죄 결정에 의문은 남는다. 비록 소량일지라도 이엽우피소 혼입 여부가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무엇보다 경제적 이익의 핵심인 납품 단가만 봐도 범행 동기가 부족하다 설명이다. 엔도텍은 백수오 종자를 보급한 농가와 100% 계약재배를 시행해 왔고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실제로는 중간 도매상의 마진이 없기 때문에 계약재배 농가로부터 납품받은 백수오의 단가가 소매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이엽우피소 가격보다 오히려 싸다”는 게 엔도텍 관계자의 설명이다.

원재료나 완제품에 이엽우피소가 얼마나 혼입됐는지도 검찰 수사를 통해 처음 밝혀졌다. 완제품 출고 전 원재료에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비율은 1~3%(절반 이상은 1% 미만)에 그쳤고 더욱이 완제품에 사용하고 남은 원료의 평균 혼입률은 0.02%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원재료, 즉 에스트로지가 완제품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5% 정도다. 에스트로지는 백수오·속단·당귀가 1 대 1 대 1.08 비율로 섞인 원료다. 따라서 순수하게 완제품에 포함된 백수오 비율은 약 8% 수준이다. 완제품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이엽우피소 혼입 비율은 0.0016%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소수점 세 자리가 될까 말까 한 극소량을 고의로 혼입해 경제적 이익을 취하려 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불가하다는 것을 검찰도 인정한 것이다.

허가받지 않은, 더구나 독성이 있는 원료를 불법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은 마른 들에 불 퍼지듯 삽시간에 번졌다. 한 번 돌기 시작한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새로운 의혹까지 만들어 냈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 논란이다. 엔도텍이 특허를 받은 에스트로지가 FDA의 NDI(New Dietary Ingredient)에 등재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NDI 등재는 미국 시장에 판매될 새로운 식품 원료에 대한 안전성을 증명하는 절차로 이해된다. 문제는 NDI 등재가 마치 기능성까지 인증 받은 것으로 과장 광고했다는 주장이다. 소비자원은 이엽우피소 고의 혼입 여부와 별도로 허위 과장·과대 광고 부분도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엔도텍이 NDI 인증을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NDI 인증 자체에 대한 성과를 폄훼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FDA는 새로운 식품(원료)의 안전성만 검증하지 기능성 부분을 따로 심사하지는 않는다. 국내 유수 기업 중 NDI 인증을 받은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캐나다 식약청은 안전성과 기능성을 함께 평가해 인증하는데 에스트로지는 이를 모두 통과했다.
돌아온 내츄럴엔도텍…해외서 승승장구
몰리는 해외 바이어…원료·완제품 공급 계약 잇달아

‘국내에서 재배한 백수오의 총량보다 엔도텍이 매입한 양이 많았다’는 보도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간한 2013년 특용작물 생산 실적을 보면 국내 백수오의 총생산량은 68톤으로, 이는 그해 엔도텍이 매입한 양보다 적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농림부의 통계는 지자체 공무원을 통해 개략적인 내용을 취합하는 ‘행정조사’ 방식으로 정확한 통계량을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2013년 엔도텍이 구입한 105톤의 백수오 모두가 국내산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충북 청주의 창고 화재 현장에서 중국산 백수오 포대를 발견했다는 보도는 악화된 여론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중국산 백수오를 내수용 제품에 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이 역시 검찰 조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엔도텍의 관세, 회계 자료 등을 검토한 결과 엔도텍이 매입한 중국산 백수오는 모두 수출용 제품에만 사용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엔도텍은 “미국이나 유럽에선 ‘메이드 인 차이나’나 ‘메이드 인 코리아’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제품의 안전성·기능성만 확인하면 그만이지 원산지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뜻이다.

지난 8월 엔도텍 직원 전원은 충북 제천의 백수오 계약 재배 농가를 찾았다. “어차피 할 일도 없었다”는 게 농담 섞인 엔도텍 관계자의 푸념이었다. 이 관계자는 “고랑과 이랑을 샅샅이 뒤지니 3만3050㎡(1만 평)에 한 뿌리 정도 이엽우피소가 발견되더라”며 “이런 식으로 전수조사해 다시 판매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판매 허가 주무 부처인 식약처도 재발 방지책 마련에 적극 나선 상태다. 지난 6월부터 시행한 백수오 관련 제품 검사명령제가 대표적이다. 식약처장이 지정한 공인 기관에서 원재료를 맡겨 합격한 제품만 제조와 판매를 허가하는 제도로, 현재 엔도텍은 수매 단위, 생산 단위별로 이물질 혼입 여부에 대한 검사를 받고 있다. 엔도텍으로선 그간 의심받던 내용에 대해 주무 부처인 식약처가 판매 보증을 서주는 셈이니 적극 반기는 입장이다.

국내에서 한바탕 난리가 났던 것과 비교하면 해외 바이어들의 반응은 놀랍도록 차분하다. ‘100% 천연물의 경우 미량의 이물질 혼입이 있을 수 있고, 안전 및 기능에 영향이 없다면 상관없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검찰 수사 발표 후인 지난 8월 중국의 시노팜은 엔도텍과 백수오 함유 완제품(건강기능식품)에 대한 판매 계약을 맺었다. 시노팜은 중국 최대의 국영 제약 유통 기업이다. 캐나다 1위 제약 기업 벨리언트(세계 20위)와도 에스트로지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11월 18일에는 캐나다 건강기능식품 업체인 내추럴팩터스와 에스트로지 공급 계약을 하기도 했다. 내추럴팩터스는 캐나다 내 시장점유율 40%를 차지하는 1위 기업으로, 이들이 제조한 완제품은 북미 지역의 코스트코 온라인몰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우량 벤처 도산 위기로 몬 ‘제2의 우지 파동’

이번 ‘가짜 백수오’ 파문을 보며 과거 삼양라면의 ‘우지 파동’이나 ‘쓰레기 만두’ 사건을 떠올리는 경우도 많다. 1989년 터진 우지 파동은 당시 업계 1위였던 삼양라면이 2위로 밀려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대대적인 수사와 법원 심리 결과 인체에 무해한 식용 원료라는 게 밝혀지는 데만 8년의 세월이 걸렸다. 쓰레기 만두 역시 일부 언론이 만들어 낸 자극적인 보도의 전형이었다. 단무지를 만들고 난 무의 가장자리를 만두 속으로 사용했음에도(식용으로도 아무 지장 없는), 쓰레기라는 표현이 더해졌고 해당 중소기업 대표는 ‘우리 만두는 깨끗하니 믿어주세요’라는 유언을 남기고 자살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업계에선 이번 ‘가짜 백수오’ 논란도 유사한 사례로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기존에 없던 신물질로 특허를 받으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세계시장까지 진출한 우량 벤처기업이 하루아침에 사기꾼 이미지를 뒤집어쓰며 도산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써서는 안 될 이물질이 혼입됐다’는 관계 기관의 발표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언론의 관심은 그 사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번 사태 처리 및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관계 기관의 대응도 비판의 대상이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특히 유해 식품 검증 주무 부처인 식약처와 소비자원의 엇박자는 공공 기관의 신뢰도를 추락시켰다. 식약처는 이후 수사 기관 및 소비자원과 협력 약정(MOU)을 맺고 분기 1회 이상 정례 회의를 상설해 식품의 인체 위해와 관련한 사항을 발표하기 전에 사전 협의하기로 했다.
“‘늑대가 나타났다’고 소리친 사람은 많았지만 정작 잡은 건 늑대가 아닌 양떼였다는 사실이 씁쓸할 뿐이다.” 이번 사태를 한마디로 정리한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내츄럴엔도텍 파문 일지

4월 22일 한국소비자원, “백수오 제품 32개 중 진짜 원료 사용한 제품은 3개뿐” 발표
4월 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와 일치”, 일부에서 이엽우피소 검출 결과 발표
5월 1일 검찰, 내츄럴엔도텍 수사 착수.
5월 8일 홈쇼핑 업체, 백수오 환불안 마련 “남은 제품만 환불”
5월 26일 식약처, 전수조사 결과 “백수오 제품 207개 중 10개만 이엽우피소 검출”
6월 4일 검찰, 내츄럴엔도텍 대표 소환 조사
6월 26일 검찰, 내츄럴엔도텍 무혐의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국경제매거진 한경BUSINESS 제공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