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et plan]연말 랠리 활용법
전통적으로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연말과 신년 초에 주가는 강세를 보여 왔다.
그렇다면 올해 연말 분위기는 어떨까? 이미 연말 랠리가 시작됐다고 보는 관측도 많다.

올 4분기에 들어서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여름 내 시장을 지배했던 극심한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극복 중이다. 2분기 후반부터 시장을 짓눌렀던 두 가지 이슈인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발 경기 둔화 우려가 완화되면서 다시 위험 선호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투자심리가 개선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모두가 생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였던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자금 흐름에 교란이 올 것이며, 중국발 글로벌 경기 침체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안도감이 전제된 가운데, 다시금 시작된 정책 당국의 시장 친화적인 제스처를 여러 계기를 통해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좀 더 부연하자면, 많은 사람들이 금리 인상을 예상했던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예상 외로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든지, 중국의 핵심 경제지표들이 부진한 모습을 보일 때마다 금리 및 지급준비율 인하 등 완화 정책을 통해 경기를 살리려는 일련의 노력들이 뒤따르는 정황에서 투자자들은 조금씩 안도의 근거를 포착하기 시작한 것이다.

투자, 시행착오의 교훈 잊지 마라
투자자로서 기억해야 할 한 가지는, 우리가 ‘우려’했던 요인들이 ‘해소’된 것이 아니라 ‘완화’된 것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여름 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을 짓눌렀던 우려 요인들은 ‘사실 그 정도까지 우려할 건 아니야’라고 누그러진(tone-down) 것이지, 그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니라는 말이다. 즉, 아주 작은 계기로도 그 ‘우려’ 요인들은 다시 부각될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시장 변수의 움직임과 이슈를 보고 또 볼 수밖에 없다.

투자를 고려할 때 우리는 먼저, 우려 요인이 ‘해소’된 게 아니라 ‘완화’된 것이라는 말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투자와 관련해 흔히 경험하는 흥미로운 일 중 하나는, 새로울 것 없는 이슈가 반복되더라도 투자자들은 항상 처음 경험하는 것처럼 놀란다는 것이다. 그것도 매우 호들갑스럽게 말이다.

가장 단적인 예로, 미국의 금리 인상 이슈가 그러하다.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처음으로 ‘테이퍼링(tapering, 양적완화 축소)’을 언급했던 2013년 5월 이후 최근까지도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될 때마다 어김없이 시장은 마치 새로운 우려 요인이 등장한 것처럼 확대된 변동성으로 그 불안한 감정을 표출했다. 이와 관련해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돌려봤음에도 말이다.

그러나 냉정한 소수의 투자자들은 그 가운데서도 ‘시행착오의 교훈’을 얻는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는 근본적 배경인 미국 경제의 자생적 회복이 무엇인지 면밀하게 관찰하고, 이에 대한 충분하고도 합당한 판단에 근거해 이러한 변동성을 활용할 전략을 짠다. 그리고 이 전략은 높은 확률로 그들에게 수익이라는 보상을 안긴다.

만약 우려 요인이 ‘완화’되는 게 아니라 ‘해소’되는 경우, 그 주제와 관련된 시장에서의 관심 역시 끝이라는 의미다. 아마도 주가 등 시장가격은 ‘새로운’ 우려 요인을 찾아 가격에 반영하려고 할 것이다. 우려 요인의 ‘해소’는 더 이상 시장가격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과 동일하다.

또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완화’됐다가 다시 부각되는, 혹은 새로이 등장하는 우려 요인이 시장 변동성을 야기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나면,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나아가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냉정한 판단을 하는 것이다. 이것만이 실패의 확률을 줄이는 길이다. 그러나 변동성을 목전에 두면, 투자자들의 마음은 혼란스러워진다. 즉,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동시에 쉽게 냉정을 잃고는 한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지표, 정부의 정책 등 정보가 주는 명확한 신호를 읽지 못하고 그 당시의 분위기에 취해 다수가 하는 실수에 스스로를 편입시킨다.

이는 비단 시장이 하락 조정을 받을 때뿐만 아니라 상승 국면을 달릴 때도 마찬가지다. 투자에 있어서 위험은 변동성이며, 변동성은 중립적인 용어다. 가격이 위로 올라가도 위험이며, 하락하는 것도 위험이다. 즉, 움직이는 그 자체는 모두 위험이다.

연말, 주목해야 할 투자처는 어디?
힘들었던 지난 3분기는 투자자들이 이미 수차례 예상했던 우려 요인들을 극복하기 위한 근거를 찾는 시간이었다. 그 누구도 결론을 단언할 수 없어 결국 9월 FOMC를 모두 기다렸다가 그 결과를 함께 지켜보았으며, 중국의 경제지표가 부진한 가운데 정책 당국이 어떤 부양책들을 제시하는지에 대해 관찰하고 이에 대한 기대 수준을 가늠하는, 그런 시간이었다.

그리고 4분기로 들어서면서는 결국 일련의 시간 동안 보여준 경제지표와 정책 당국의 대응을 고려할 때, 3분기 중 투자자들을 압박했던 우려 요인이 경기 회복 추세를 둔화로 전환시키고, 많은 국가들의 다양한 부양책을 무력화시킬 만한 것은 아니라는 안도감의 결론을 얻게 됐다. 그리고 이내 투자자들은 발 빠르게 그들의 포지션을 ‘기대감’ 쪽으로 옮기고 있다. 위험 선호가 재개된 배경은 이러하다.

이미 연말 랠리는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시장을 지배하던 리스크는 완화되고,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에 대한 기대가 더 부각되고 있다. 게다가 4분기~이듬해 1분기는 전통적으로 우호적인 계절성을 보이는 시기다. 3분기까지 글로벌 주요 시장들은 충분한 조정을 받았던 터라 밸류에이션에 대한 부담도 완화됐다. 투자를 재개할 시점이다.

그러나 리스크 수준이 완화됐다고 아무 자산이나 덥석 투자해서는 안 된다. ‘해소’가 아니라 ‘완화’라는 점을 기억한다면, 면밀하고도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즉, 정책 기대감이 충분하고 이러한 긍정적 기대가 반영되면서 실제 경제지표 개선세, 기업실적의 증가가 이어지고 있는 곳에 투자해야 한다. 현시점에서는 유럽이나 일본 주식이 이러한 투자처이며, 이에 따라 최선호 지역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 중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중국의 강력한 정책 컨트롤 타워와 명확한 부양 의지 등을 감안할 때 중국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에 동의한다. 중국은 글로벌 유일의 재정·통화·외환정책을 다 컨트롤할 수 있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2~3분기를 지나며 한국 기업실적에 대한 눈높이가 상당히 낮아졌는데 최근 발표된 기업실적 중 예상치를 상회하며 투자심리 개선에 일조하는 기업들이 눈에 띄고 있다.

이보다 더 긍정적인 모멘텀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지난해 대비 상당히 우호적인 환율 환경이라는 점과 연간 기업실적이 만 4년 만에 턴어라운드 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는 한국 증시에 분명한 호재가 될 것이다.

김재은 스탠다드차타드은행 투자자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