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개정…2018년부터 연 2회
지난 3월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르면 미등기 임원도 보수 총액이 상위 5명에 해당하면 개인별 연봉과 산정 기준을 공시해야 한다. 그나마 제안 초기 연 4회에서 연 2회로 공시 횟수가 줄었지만 재계는 여전히 반발하고 있고 일부 전문가들도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수는 기업의 영업 비밀이고 개인으로서는 사생활 문제”라며 “영업 비밀은 보호돼야 하며 프라이버시 역시 보호돼야 한다”며 “이런 상태라면 자유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라 인민재판이 횡행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간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한 연구원 역시 해당 법안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성과가 우수해 연봉을 높게 받는 것이 여론이나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경쟁 체계가 자본시장의 성장에 큰 힘이 되는데 보수를 공개하는 것은 경쟁을 통한 혁신에 저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찬성하는 주장도 있다.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인적으로 찬성하며 재계의 우려는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송 교수는 “등기 임원의 공시 때부터 재계의 저항이 많았다”며 “공시 때문에 총수 일가가 등기 임원에서 탈퇴한다는 이야기도 많았고 총수 일가로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신현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이번 개정을 통해 탈법행위를 차단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본래의 입법 취지를 충실히 하는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개정 가맹사업법, 시행 앞두고 진통 예상
같은 날 본회의를 통과한 ‘가맹 사업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개정안 또한 적지 않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9월부터 전면 시행될 개정안에 따르면 가맹 사업자의 영업 지역 변경을 가맹본부(본사) 단독 결정이 아니라 사업자와 ‘합의’를 통해서만 가능하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이는 본사의 일방적인 가맹 사업자 영업 지역 변경을 막기 위한 목적이지만 이로 인해 향후 가맹점끼리 영업 지역을 놓고 다툴 수 있는 논란의 소지를 남겨 놓았다. 기존에는 영업 지역을 바꿀 때는 사업자와 ‘협의’하도록 했지만, 이를 ‘합의’하도록 강화함으로써 서로 합의에 응하지 않을 때에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임영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사무국장은 “이번 개정안은 가맹점이 포화 상태에 있는 지역을 감안해 합의하도록 한 것”이라며 “하지만 가맹 사업은 포화된 시장뿐만 아니라 이제 갓 영업을 시작한 점포들도 있어 상권을 제한하는 것은 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사업자들의 성장을 막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임 사무국장은 “기존 사업자들도 영업 구역을 벗어나 영업하는 사례가 많다”며 “협의 체제에선 서로간의 논의를 통해 온도차를 줄였지만 합의 체제로 가면 가맹점과 가맹점 간의 분쟁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법, 납품 업체의 권리 보호 강화
을(乙)의 권리를 강화한 ‘대형 유통 업체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유통업법)’ 개정안도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어섰다. 김기준 의원(더불어민주당·양천 갑)이 2014년 1월 대표 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대규모 유통업의 분쟁 조정 결과에 ‘재판상의 화해 효력’을 부여해 분쟁 당사자가 조정 결정 내용대로 이행하지 않을 때 신속하게 강제집행할 수 있다.
학계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을 통해 납품 업체의 권리 보호를 한층 강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신 교수는 “개정법에서 대규모 유통업자를 대상으로 납품 업체가 분쟁 조정을 신청할 때 피신청인에 대한 신청인 채권의 소멸시효를 중단시키는 효력을 부여하도록 한 것은 분쟁 조정의 효용성을 높이는 동시에 경제적 약자인 납품 업체의 권리 보호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분쟁 조정이 법원의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기판력)이 발휘됨으로써 대규모 유통업자가 조정 결과를 이행하지 않으면 납품 업체는 별도의 소송 제기 없이 조정 결과만을 근거로 강제집행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를 통해 조정의 효용성과 납품 업체의 권리 보호를 한층 강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최 교수는 “소송으로 가기 전에 조정을 통해 합의할 수 있게 하면 신속한 분쟁 해결이 되므로 바람직할 것 같다”며 “조정이 결렬되면 소송을 진행하면 되므로 납품 업체와 유통 업체 누구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개정안이 납품 업체를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벗어나 오히려 조정의 효력에 대해 납품 업체들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할 수도 있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번 개정은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며 “재판상 화해의 효력을 인정하면 민사소송법상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인정됨에 따라 조정 과정에서 흠이 있더라도 나중에 법원에서 거의 다툴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신 부연구위원은 “대부분의 민사소송법 학자들이 법원 외 기관에서 하는 조정에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부여하는 것을 부정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라며 “이번 개정 과정에서 이 부분에 대한 좀 더 심도 있는 논의가 없었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덧붙였다.
업계로부터 환영 받는 법안들도 통과됐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핀테크(금융+기술)’기업을 중심으로 구축된 스타트업계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얻었다.
자본금 요건을 현행 5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춘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7월 신동우 의원(새누리당·강동 갑)이 발의했다. 소규모 전자 지급 결제 대행업자 등록 자본금을 낮춰 신생 사업자의 진입 장벽을 완화하고 핀테크 생태계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한국핀테크포럼 회장 대행을 맡고 있는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변호사는 “핀테크 업계에 미칠 영향은 긍정적”이라며 “보다 많은 전자 금융업자가 출현하게 돼 금융과 정보기술(IT)을 결합한 다양한 핀테크 사업을 펼침으로써 핀테크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데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구 대표변호사는 이어 “장기적으로는 최소 자본금 요건을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자본금이 적다는 이야기는 적절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으로, 사업 규모가 적절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투자자가 외면했다는 것과 같다. 3억원은 그다지 큰돈이 아니므로 사실상 무의미한 규제”라고 덧붙였다.
‘한국주택금융공사법’ 개정안도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부부 중 한 명만 60세 이상이어도 주택연금(역모기지론) 가입이 허용되는 이번 개정안은 노후 대상자들에게 자산 유동성을 넓혀준다는 의미에서 기대를 모았다.
한경비즈니스=김현기 기자 henr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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