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 매일유업 빙그레 등 RTD, 커피 시장의 20% 차지
한국야쿠르트, 배달 판매로 도전장

요즘 편의점에선 ‘커피 전쟁’이 한창이다. 편의점 진열대에서 만날 수 있는 캔커피와 병커피의 종류만 하더라도 150여 종에 달한다. 국내 커피 시장이 확대되면서 RTD(Ready To Drink) 커피가 주목받고 있다.

RTD 커피는 구입해 바로 마실 수 있는 커피를 총칭하는 말이다. 포장법에 따라 캔과 유리병, 페트병, 캔과 페트의 장점을 섞어 알루미늄 재질로 만든 NB(new bottle) 커피까지 모두 이 RTD 커피에 속한다. 다양해진 소비자들의 커피 취향을 사로잡기 위해 점점 더 다양한 제품이 등장하며 RTD 커피 시장의 판을 키우고 있다.
2015년을 기준으로 RTD 커피 시장 규모는 1조1000억원에 달한다.전체 커피시장 5조 4000억원의 약 20%에 해당하는 규모다.(한경비즈니스)
2015년을 기준으로 RTD 커피 시장 규모는 1조1000억원에 달한다.전체 커피시장 5조 4000억원의 약 20%에 해당하는 규모다.(한경비즈니스)
◆롯데·매일·남양 ‘3강 체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가공식품 세분화 시장 보고서-커피편’에 따르면 2011년 기준 RTD 커피 시장 규모는 8670억원 수준이었다.

2015년 SK증권에서 발표한 ‘커피 산업-음료가 아닌 문화를 마신다’는 보고서에 따르면 RTD 커피 시장 규모는 1조1000억원에 달한다. 전체 커피 시장(5조4000억원 규모)의 약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더 이상 커피 산업의 틈새시장이 아닌 ‘주력 시장’으로 성장한 것이다.

RTD 커피 시장은 롯데칠성·매일유업·빙그레 같은 유업체 및 음료 업체들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띠고 있다. 현대증권의 박애란 연구원은 “RTD 커피는 인스턴트 커피와 제조 방식 자체가 확연히 다르다”며 “특히 원유를 사용하는 제품군이 많은데, 유업체는 원유 수급이 편리하다는 점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SK증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을 기준으로 소매점 매출에서 롯데칠성이 분기별 700억원대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이 분기별 300억~400억원대의 매출을 각각 기록하고 빙그레도 100억원대로 뒤따르고 있다.

롯데칠성의 ‘레쓰비’는 다른 RTD 커피에 비해 낮은 가격대여서 이를 제외한 RTD 커피 시장을 들여다보면 롯데칠성·매일유업·남양유업 등의 분기별 매출액이 비슷한 수준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양새다.

점점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RTD 제품들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갖가지 전략을 앞세우고 있다. 그중 가장 뚜렷한 특징이 ‘고급화’다.

RTD 커피의 대표 주자라고 할 수 있는 롯데칠성의 칸타타는 2007년 4월 출시 이후 프리미엄급 원두 캔커피 시장에서 점유율 40% 중반대를 차지하며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단일 브랜드로 연 매출 1520억원 정도에 달한다.

칸타타의 가장 큰 특징은 아라비카 고급 원두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에티오피아 모카시다모, 콜롬비아 슈프리모, 브라질 산토스 등 세계 유명 산지의 고급 아라비카종 원두만 사용해 ‘더블 드립’ 방식으로 추출한다.
'틈새시장서 주력 시장으로' 불붙은 편의점 커피 전쟁
◆빙그레, 페트병 용기로 차별화

롯데칠성은 지난해 5월 국내 RTD 캔커피 최초로 단일 품종의 원두만 사용한 프리미엄 커피 ‘칸타타 킬리만자로’ 2종을 선보였다. 부드러운 맛을 내는 것으로 알려진 아프리카의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원두만 사용한다. 지난해 10월에는 390mL 대용량 캔 제품으로 프리미엄 라떼·아메리카노 2종을 선보이는 등 적극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매일유업은 2007년 ‘바리스타’를 출시하며 프리미엄 컵커피 시장에 뛰어들었다. ‘바리스타’의 가장 큰 특징은 전 세계 생산량 1% 고산지의 원두만 사용하는 ‘바리스타의 규칙(BARISTAR’s Rule)을 고수한다는 점이다.

12명의 전문 바리스타의 커핑 테스트를 통해 원두 특유의 강한 풍미를 살리고 있다. 2011년 리뉴얼 제품을 출시하며 국내 RTD 시장의 고급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 결과 리뉴얼 1년 만인 2012년 매출이 전년 대비 90% 성장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프리미엄 시장에서 매일유업과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제품은 2013년 남양유업이 출시한 프리미엄 대용량 커피 ‘카와’다. 국제스페셜티커피협회(SCCA)에서 공인한 세계 5대 원두를 사용했다.

콜롬비아 원두 중에서도 최고급인 17사이즈 이상의 수프리모 원두와 해발 1400m 이상에서 재배한 최고 등급의 과테말라 SHB 원두를 사용해 깊고 진한 커피 맛을 낸다. 특히 우유 제조 50년 노하우를 접목해 커피와 우유의 조화로운 맛으로 호평을 얻고 있다.

빙그레는 2008년 ‘아카페라’를 출시하고 RTD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컵 형태를 이루고 있던 RTD 제품군들 사이에서 빙그레가 택한 차별화 전략은 용기였다. 국내 처음으로 아셉시스(asepsys) 무균 시스템을 적용한 페트 용기에 담긴 커피 음료를 내놓았다.

제품의 열처리 시간을 단축해 커피 본연의 향을 살리는 데 강점이 있다. 보통 브라운 계통의 색깔을 많이 사용하던 것과 달리 ‘아카페라 카페라떼’ 제품에 과감하게 순백색을 사용한 것 또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한국야쿠르트, ‘신선함’으로 승부수

이처럼 춘추전국 시대나 다름없는 RTD 커피 시장에 최근 도전장을 던진 한국야쿠르트도 눈에 띈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3월 14일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 ‘콜드브루 by 바빈스키’를 선보였다.

2015년 미국 바리스타 챔피언십 우승자인 찰스 바빈스키와 손잡고 제품 개발에서부터 디자인까지 고급화를 추구했다. 콜드브루는 찬물 또는 상온의 물을 이용해 우려낸 커피를 일컫는 말로,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스페셜티 커피’의 한 종류다.

특히 한국야쿠르트의 RTD 시장 진출이 주목 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RTD 전쟁의 주요 무대랄 수 있는 편의점 판매 대신 한국야쿠르트 아줌마들을 통한 ‘배달 판매’를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김동주 한국야쿠르트 마케팅 이사는 “야쿠르트 아줌마들의 배달 차량에 냉장 보관해 소비자들이 가장 신선한 상태에서 커피를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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