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스퀘어 주변에 '중국어 간판' 등장...'관광 벨트' 완성되면 오피스 상권도 수혜

63스퀘어 '갤러리아면세점63'출입구. 단체 관광버스와 유커들로 붐비고 있다. / 이승재 기자
63스퀘어 '갤러리아면세점63'출입구. 단체 관광버스와 유커들로 붐비고 있다. / 이승재 기자
지난 4월 23일 63빌딩 별관 지하 1층에 있는 ‘갤러리아면세점 63’.

주말 오후 4시쯤이 되자 이곳엔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을 실은 대형 관광버스가 쉴 새 없이 드나든다. 양손 가득 쇼핑을 마친 이들을 뒤따라가 보니, 대부분 한강공원 유람선 선착장으로 발길이 향한다.

선착장 앞에 마련된 조그마한 간이 무대 위에서는 이름 모를 가수의 공연이 한창이다. 유람선 코스를 즐긴 이후에는 자전거나 킥보드와 같은 레저 활동을 즐기는 유커들도 적지 않다.

때로는 넓게 펼쳐진 잔디밭에 간이 텐트를 쳐놓은 채 수다삼매경에 빠지기도 한다. 앞으로는 잔잔한 강물이 흐르고, 뒤로는 여의도의 고층빌딩이 펼쳐진 풍경이 이질적인 듯하면서도 묘하게 잘 어우러진다.
여의도를 찾은 유커들은 면세점 쇼핑 후 유람선을 타는 게 이란적이다. /연합뉴스
여의도를 찾은 유커들은 면세점 쇼핑 후 유람선을 타는 게 이란적이다. /연합뉴스
요즘 여의도의 '주말 풍경'이 달라졌다. 변화의 중심에 있는 건 다름 아닌 ‘유커’다. 중국인 단체 여행을 기획하는 화인트래블 관계자는 “대부분 오전에는 경복궁이나 남산 등을 둘러보고 오후에 여의도로 넘어오는 게 일반적”이라며 “여의도는 면세점에서 쇼핑을 하고 저녁에 한강유람선까지 바로 이어질 수 있어서 최근 인기 코스 중의 하나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수치상으로도 나타난다. 서울연구원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의도 일대의 외국인 관광객 수는 2014년 기준으로 한 해 전보다 16% 정도 늘었다. 서울 시내 관광객 증가율인 13%를 상회하는 수치다.

문화체육관광부과 한국문화정보센터, 신한카드 공동조사 결과에 따른 외국인 관광객의 신용카드 지출액도 최근 3년 사이에 연평균 56.4%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한강유람선 등의 관광 코스를 중심으로 유커들이 증가하던 시점에 면세점 오픈까지 맞물리며 여의도로 중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흡입력이 더욱 강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면세점 들어서고 매출 2~3배 뛰어"

관건은 이런 온기가 얼마나 빠른 속도에 주변 상권에 퍼져나갈 수 있을 것인가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갤러리아면세점 63’ 인근에는 서서히 변화가 나타나는 중이다.

가장 먼저 수혜를 입은 곳은 63빌딩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는 리버타워와 라이프쇼핑타운 등의 상가 건물이다. 스마일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인근 상가 건물들에 공실이 많았다”며 “면세점 입점 이후로 상가 지하에 있던 텅빈 가게들이 지금은 모두 들어찼다”고 전했다. 오랫동안 애물단지로 여겨지던 상점들이 모두 처리된 것이다.

최근 리버타워 등에는 단체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대형 식당도 들어섰다. 이들 식당은 대부분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갈비탕이나 감자탕, 불고기 등을 주 메뉴로 한다.

인근에 있는 찜질방 등의 업종도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려오며 호황을 맞고 있다.63빌딩 맞은편에 위치한 시범아파트 단지 내 상가도 중국어 안내문으로 간판을 바꿔 다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63스퀘어 주변 상가를 중심으로 중국어 간판이 늘고 있다. /이승재 기자
63스퀘어 주변 상가를 중심으로 중국어 간판이 늘고 있다. /이승재 기자
덕분에 주변 상인들도 신이 났다. 여의도 63빌딩에서 여의도한강공원으로 내려가는 길목에 있는 한 노점상 주인은 “면세점이 들어서고 4월에는 벚꽃시즌과 맞물리며 매출이 200~300% 정도 늘었다”며 “다양한 메뉴를 가져다 놓기보다는 옥수수처럼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메뉴 하나가 집중적으로 팔린다”고 말했다.

리버타워 2층에 있는 음식점 ‘행복추풍령’ 관계자는 “면세점 들어서기 전에는 한국 손님이 전부였지만 최근에는 중국인 손님이 많이 늘었다”며 “하루 50~60명 정도의 중국인 손님들이 꾸준히 들어온다”고 전했다.

현재 시범아파트 단지 내 상가의 임대 시세는 33m2(10평) 기준 월세 150만원, 보증금 1000만원이다. 리버타워와 같은 상가는 가장 작은 면적이 138.6m2(42평)다. 2층을 기준으로 월세 500만원, 보증금 1억원이다. 권리금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만 보고 섣불리 장밋빛 전망만 늘어놓기에는 아직 이르다. 면세점의 집객 효과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버스를 타고 온 관광객들이 대형 건물 내부에서만 돌다가 고스란히 버스를 타고 나가는 구조가 일반화된다면 주변 상권이 발달하는 데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우선 면세점 주변 상권의 먹거리가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곳에서 만난 한 여행사 관계자는 “63스퀘어 일대에는 음식점이 마땅하지 않기 때문에 식사는 여의도 외의 다른 곳에서 해결하는 이가 많다”며 “개인여행을 온 관광객들은 도시락이나 노점 등을 이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먹거리뿐만 아니라 볼거리·즐길거리 또한 보완할 필요가 있다. 면세점과 여의도한강공원만으로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오랫동안 여의도에 머무르도록 만들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여의나루~63스퀘어, 카페촌 조성 계획

이 같은 상황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이 서울시의 ‘한강 개발 프로젝트’다. 서울시에서는 ‘한강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시에 따르면 2018년까지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인근 한강 둔치에 통합 선착장과 한류 문화 전시 공간 및 각종 상점 등 편의 시설이 들어서는 ‘여의마루’를 구상하고 있다. 여의나루역에서 63스퀘어까지 이어지는 길목에 카페촌도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는 63스퀘어 주변으로 상권 확장의 여지가 적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이 같은 프로젝트가 실행되면 여의도 동북부 관광 상권의 덩치가 커지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한강유람선 외에도 중국인 관광객들의 즐길거리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다른 지역의 먹자 상권과도 연결 고리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며 “한강 카페촌을 비롯해 관광 인프라들이 갖춰진다면 이 일대 관광 상권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말 여의도에는 킥보드를 즐기는 유커와 국내 나들이객이 많다. 향후 이 일대에는 카페촌이 조성될 계획이다.
주말 여의도에는 킥보드를 즐기는 유커와 국내 나들이객이 많다. 향후 이 일대에는 카페촌이 조성될 계획이다.
여의도 상권 활성화에 또 하나의 중요한 키를 쥐는 곳이 2009년 개통한 9호선 샛강역 인근에 위치한 KBS별관 주변 ‘오피스 상권’이다. 현재로서는 관광 상권과는 별개의 성격이 두드러지는 것이 사실이다.

전통적으로 여의도 상권의 중심지 역할을 해 온 이 일대는 상가 간판이 쉽게 바뀌지 않는 곳으로 유명하다. 투자자들에게는 그만큼 ‘안정적인 투자처’라는 얘기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여의나루역 일대로 관광객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안쪽 지역까지 들어오는 경우는 잘 없다”며 “아직은 오피스 상권의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영등포구 2014년 기준 사업체 보고서’에 따르면 여의도 내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근무자들만 14만8392명에 달한다. 이들 중 3만8757명이 금융업 종사자들이며, 2만1926명이 출판 영상 방송통신 및 서비스업 종사자다.

이처럼 탄탄한 배후수요를 확보하고 있는 데다 임대시세 또한 오랜 시간 일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33m²(10평)을 기준으로 저렴한 곳은 월세 250만원에 보증금 3000만원 정도다. 위치에 따라 비싼 곳은 월세 500만원에 보증금 5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권리금은 천차만별이다.

상권 내 업종의 90%가 식당과 커피숍이다. 직장인들의 점심이나 저녁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곳들 위주다. 합동부동산 권대일 부장은 “여의도 내에 근무하는 직장인들뿐 아니라 수많은 거래처 직원들이 왔다 갔다 하는 곳”이라며 “이 일대 고정적인 배후 수요가 100이라고 하면 이들로 인해 유입되는 거래처 직원은 1000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특성 덕분에 ‘입소문’의 위력이 유난히 큰 것 또한 특징이다. 이 일대 상가들은 1층보다는 지하나 2층에 위치해 있는 경우가 많다. 여의도백화점처럼 전통적인 상가 건물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상가들이 회사법인 건물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열린부동산 강서영 대표는 “맛있다고 소문이 나면 위치에 상관없이 손님들이 알아서 찾아간다”고 말했다. 다만 주말에는 이들이 다 빠져나가기 때문에 이틀 동안 문을 닫는 가게들이 많다.
전통적으로 여의도 상권의 중심지 역할을 해 온 금융가 상권은 여의도 내에서도 가장 유망한 지역으로 꼽힌다./ 이승재 기자
전통적으로 여의도 상권의 중심지 역할을 해 온 금융가 상권은 여의도 내에서도 가장 유망한 지역으로 꼽힌다./ 이승재 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일대를 여의도 상권 중 가장 유망한 지역으로 꼽는 이들이 많다. 기존의 직장인 수요와 새롭게 유입되는 관광객 수요가 모두 접근 가능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안민석 FR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직장인 수요만으로도 안정적으로 장사가 가능한 곳”이라며 “향후 여의도와 노량진 등을 중심으로 한 ‘여의도 관광벨트’가 완성된다면 관광 상권쪽의 긍정적인 분위기를 이어받을 수 있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파크원 공사 재개...'연결 고리' 되나

서울시에서 추진 중인 한강 개발 프로젝트에는 샛강과 노량진수산시장을 연결해 380m의 보행교를 조성한다는 계획이포함돼 있다. 이 보행교가 완성되면 63빌딩에서부터 노량진수산시장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위치한 샛강역 인근 상권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게 거론되고 있다.

특히 이 지역은 증권가뿐 아니라 옛 MBC와 KBS 별관 등이 가까이 있는 지역이어서, 한류 드라마 등의 콘텐츠도 활용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옛 MBC 앞에 있는 복합상가 건물 ‘파크원’ 공사가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 또한 오피스 상권에 기대감을 불어넣는 요소 중 하나다. 부지만 해도 4만6465m²에 달하는 대형 면적에 상업용 건물 2개동과 상가시설, 비즈니스호텔을 짓는 등 사업비만 2조원이 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2010년 공사가 중단 된 후 6년째 여의도의 흉물로 방치돼 있었다. 최근 들어 시행사와 땅 주인간의 법적 분쟁이 마무리되면서 ‘69층짜리 초고층 건물’을 건설하는 프로젝트가 다시 기지개를 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여의나루역과 상당히 근접해 있는 위치 덕분에, 복합쇼핑몰이 완성될 경우 오피스 상권과 관광 상권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 줄 것이란 기대가 크다.

하지만 파크원이 이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신중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형 쇼핑몰의 경우 내부 의류점이나 음식업종들이 입점을 마치고 상가가 자리를 잡는 데 1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실제로 IFC몰 또한 내부에 사람들이 몰리고 입점한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이 자리를 잡기까지는 1~2년 정도의 과도기를 겪어야 했다.

안 연구원은 “창업 투자자로 입점을 고려한다면 무조건 느긋하게 시간을 갖고 쇼핑몰이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든 뒤 고려해 보는 것이 좋다”며 “다만 파크원의 경우 관광 인프라가 강화되는 시점에 오픈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여의도 상권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경비즈니스 이정흔 기자. 이해인. 주재익 인턴기자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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