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 신진 디자이너 위한 경기패션창작스튜디오 개관}


가브리엘 샤넬(Gabrielle Chanel),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 캘빈 클라인(Calvin Klein)… 패션에 관심 좀 있다 싶은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브랜드들이다. 하지만 브랜드명이기 이전에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친 유명 디자이너들의 이름이기도 하다. 제2의 샤넬과 마크 제이콥스, 캘빈 클라인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인큐베이터가 경기도 양주에 문을 열었다.
제2의 샤넬 되고픈 꿈 함께 이뤄요
(사진) 경기섬유종합지원센터 5층에 문을 연 경기패션창작스튜디오는 섬유패션 분야 유망 신진 디자이너들을 위한 창작활동 공간이다. 여성복, 남성복, 주얼리, 패션잡화, 슈즈 등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 20명이 3월 초부터 입주해 있다. /김기남 기자


많은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 론칭을 꿈꾼다. 아이디어와 열정만 있으면 금방 승승장구할 것 같지만 현실은 냉정하기만 하다. 변변한 작업실 하나 마련하고 유지하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어렵게 브랜드 론칭에 성공하더라도 마케팅이나 판로를 개척하지 못하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고 만다. 하지만 ‘경기패션창작스튜디오’와 함께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난 4월 28일 양주시 소재 경기섬유종합지원센터 5층에 문을 연 경기패션창작스튜디오는 섬유패션 분야 유망 신진 디자이너들을 위한 창작활동 공간이다. 도내 우수 섬유업체와의 협업을 통한 섬유패션 산업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와 양주시가 각각 3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했으며 (사)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가 위탁운영을 맡고 있다.

경기패션창작스튜디오는 개관에 앞서 지난 2월 창업을 준비 중이거나 창업 3년 이내의 신진 디자이너 20명을 공개 모집했다. 심사를 거쳐 여성복, 남성복, 주얼리, 패션잡화, 슈즈 등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 20명이 3월 초부터 입주해 있다.


신진 디자이너들을 위한 인큐베이팅 공간이 전혀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경기패션창작스튜디오는 서울과 대구, 부산에 이은 전국에서 네 번째 패션창작스튜디오다. 하지만 시설 면에서는 여느 패션창작스튜디오에 뒤지지 않는다.


전체 면적은 총 462.35㎡ 규모로 1명당 3~5평 규모의 작업공간인 ‘창작실’이 제공된다. 각 창작실마다 150만원 상당의 자동사절 재봉기와 다리미가 제공되는 것도 경기패션창작스튜디오만의 특징이다. 또 특수봉제실에는 니온오버록 재봉기, 인터록 재봉기, 전자단추달이, 전자단추구멍기, 전자바택, 삼봉 재봉기 등의 전문장비가 구비돼 있다.


외부 작업장을 이용하지 않고도 충분히 시제품 제작이 가능한 환경을 마련한 것이다. 여기에 상품 사진 촬영을 위한 포토스튜디오와 디자인 관련 동향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리소스실, 다이닝룸, 휴게공간 등 창작활동에 필요한 공간을 두루 갖췄다.


◆ 임대료"관리비 무료에 시제품 개발비 지원까지


입주기간은 최대 2년이며 6개월 단위로 성과를 평가해 추가 입주 여부를 결정한다. 특히 경기패션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해 있는 동안엔 임대료나 관리비 등이 전액 면제돼 신진 디자이너들의 경제적인 부담까지 덜어주고 있다.


이 밖에도 성과 평가를 통해 최대 350만원의 시제품 개발비와 전문 봉제 인력을 지원하고, 백화점 등 패션유통업체와 협업하는 기획전, 국내외 전시회 및 패션쇼 참여 등의 마케팅 활동도 돕는다. 입주자 대부분이 1인 기업인 점을 고려해 브랜드 경영 및 해외수출 컨설팅, 전문가 워크숍 같은 교육과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한다.


도는 경기패션창작스튜디오가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디자이너들의 경기도 정착을 돕고, 경기도의 우수 섬유패션 분야 업체들과의 협업으로 도내 섬유패션 산업 발전에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경기패션창작스튜디오 개관식에서는 스튜디오에 입주한 신진 디자이너들이 도내에서 생산된 섬유소재를 활용한 작품으로 ‘CHALLENGE-거침없는 도전’이라는 테마의 컬래버레이션 패션쇼를 선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또한 입주 디자이너들은 오는 9월 열리는 ‘경기섬유 디자인패션쇼’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제2의 샤넬 되고픈 꿈 함께 이뤄요
◆ INTERVIEW “돈 걱정 없이 시제품 팍팍 만들어볼래요”
이어라사찬 백은경 대표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SNS를 통해 입주 디자이너 모집 소식을 알게 됐어요. 선정되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서울에서 출퇴근하기 힘들까 봐 내심 걱정도 됐거든요.”


2012년 9월 창업한 여성의류 브랜드 ‘이어라사찬’의 백은경 대표는 지난 2월 경기패션창작스튜디오 입주 디자이너 공개 모집에 신청서를 내면서도 반신반의했다. 개인 창작실과 특수봉제실 등 시설이 훌륭하고 월세나 관리비 부담이 없어 입주를 바라면서도 경기도 양주라는 지역이 너무 멀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주 후 2개월이 지난 이제 와 돌이켜 보면 거리에 대한 부담은 기우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든단다.

“서울에서 주로 활동하다 경기도 양주로 사업장을 이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멀고 불편하게 느껴졌는데 대중교통으로도 50분, 자가용으론 25분이면 올 수 있는 거리더라고요.”


경기패션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하기 전 백 대표는 서울 종로에 작업실을 두고 있었다. 매달 70만원의 임대료와 15만원의 관리비를 내야 했고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아 봉제 작업은 외부 업체에 맡겨야 했다. 시제품 제작비는 1벌당 10만원 선으로 비용도 비용이지만 시제품을 제작할 때마다 직접 업체를 찾아가느라 길에서 버리는 시간도 많았다.


경기패션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하고 난 뒤부턴 월세나 관리비 걱정은 물론 시제품 제작비용과 시간까지 절약할 수 있게 됐다. 개인 창작실과 특수봉제실에서 충분히 시제품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창작실에 오면 집중이 잘돼서 창작물도 더 많이 나와요. 이 안에서 디자인부터 샘플링까지 모든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편하고 업무의 효율도 훨씬 높아졌어요.”


한국섬유소재연구원을 비롯해 경기섬유종합지원센터에 입주한 섬유기업과 지역 내 기업 등과의 협업도 기대하고 있다.

“스튜디오에 입주한 뒤 상담도 할 겸 여기저기 둘러봤는데 다들 친절하게 대해주셨어요. 특히 한국섬유소재연구원은 시제품 제작용 원단까지 제공해주신다고 해서 여기 있는 원단만 써도 다양한 작품이 나올 것 같아요.”


‘실을 잇는다’는 의미의 이어라사찬은 자연소재를 활용한 모던한 스타일의 의류를 제작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오픈과 자체 원단 개발도 진행 중이다.

“기존 한지사 데님의 단점을 보완하고 가격적 부담은 줄인 천연원단을 개발할 예정이에요. 기대해주세요.”
제2의 샤넬 되고픈 꿈 함께 이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