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끊기면 집 떠안아야…공급과잉 폭탄의 ‘뇌관’ 가능성

분양권 투자, ‘최악’을 가정하라
분양권 시장이 뜨겁다. 속칭 ‘피(P)’라고 부르는 프리미엄이 몇 천만원에서 1억원이 넘게 붙었다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변에서 분양권 투자로 돈을 벌었다는 말이 나오면 누구나 솔깃해지지 않을 수 없다. 분양권 투자의 매력은 적은 돈으로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이다.

◆적은 자본으로 투자 가능해 인기

그러면 분양권에 프리미엄이 붙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주택 보급률이 낮았던 예전에는 주택 청약이 자기 집을 마련하는 유용한 수단이었다. 이 때문에 새로 공급하는 주택 수보다 청약을 받으려는 수요자가 언제나 넘쳤기 때문에 청약 자격을 제한하기도 했다.

몇 년 이상 청약통장을 유지해야 하고 가구주의 나이나 무주택 기간, 주택 소유 이력까지 깐깐한 조건을 갖춘 사람에게만 청약이 허용됐다. 그러니 이런 조건을 갖추지 않은 실수요자로선 일정액의 웃돈을 주고서라도 분양권을 사는 게 본인이 그런 조건을 갖출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효율적인 결정이 되는 셈이었다.

그런데 주택 보급률이 100%가 넘는 현재도 분양권에 프리미엄이 붙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택 보급률이 100%가 넘는다는 것은 사전적인 의미로는 집이 남아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주택 보급률은 단순히 주택 수를 가구 수로 나눈 개념이다. 다 쓰러져 가는 폐가까지 포함된 통계라는 얘기다.

둘째, 분양가가 인근 시세보다 현저하게 낮을 때 프리미엄이 발생한다. 2014년까지만 해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됐기 때문에 그 당시 책정된 분양가로 분양하는 곳이 있다면 프리미엄을 주어도 인근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다.

물론 최초 당첨자가 그 차액 전부를 취할 수도 있지만 일부가 그 분양권을 팔고 나오면서 분양권에 프리미엄이 붙는 것이다. 또 다른 것은 부동산 시세 급등기에 나타난다. 분양부터 입주까지는 시간이 2년 이상 걸리고 분양가는 확정된 금액이기 때문에 그 사이에 인근 아파트의 시세가 급등해 분양가와 시세 차이가 발생하면 분양가에 프리미엄이 발생한다.

셋째, 분양권의 금융적 특성이다. 분양권에는 적든 많든 프리미엄이 붙는 게 정상이다. 바꿔 말하면 분양권에 프리미엄이 붙지 않으면 손해가 된다는 뜻이다. 어떤 사람은 신규 분양을 받으면 분양 대금을 나눠 내기 때문에 목돈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장점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그 집에 먼저 입주하고 나중에 천천히 할부로 낼 수 있다면 장점이지만 돈을 먼저 내고 나중에 입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분양권에는 금융비용만큼의 프리미엄이 붙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이것은 모든 분양권에 프리미엄이 붙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남들이 선호하지 않는 단지나 층, 향을 가진 아파트는 오히려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형성된다.

넷째, 반대로 누구나 좋아하는 좋은 동, 좋은 층, 좋은 향을 가진 분양권은 수요가 몰리면서 프리미엄을 형성하는 것이다.

◆‘마이너스 프리미엄’의 악몽

이 때문에 분양권 투자는 적은 자본금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재테크 수단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반대로 위험도가 가장 큰 상품 중 하나다.

예를 들어 계약금 3000만원 정도만 내고 중도금은 무이자 대출 형태로 분양권 투자를 했다고 가정해 보자. 분양 대금의 규모가 3억원이라고 하면 프리미엄이 5%만 붙어도 1500만원이 된다.

그러면 처음부터 분양을 받아 입주까지 기다리는 실수요자는 수익률이 5%에 불과하지만 분양권 전매를 노린 사람은 3000만원 투자에 1500만원 수익이니 수익률이 무려 50%에 달하는 것이다. 이런 것을 10개 정도 하면 1억5000만원이 짧은 기간 내에 들어오는 것이다.

하지만 분양권 투자는 아주 위험한 투자다. 분양권 투자는 누군가가 자기가 산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사줄 것이라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그 누군가가 없다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단순히 계약금만 포기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건설사 또는 시행사에서 제공하는 중도금 무이자 대출이라는 것이 단순히 완공 후 입주 때까지 돈을 내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중도금 무이자 대출이라고 하더라도 건설사(또는 시행사)가 중도금을 가져가지 않는 것이 아니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분양 받은 사람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건설사(또는 시행사)에 대금을 완납한 것이고 그 대신 건설사(또는 시행사)가 그 이자를 은행에 대납해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만약 건설사(또는 시행사)가 부도가 나거나 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분양 받은 사람에게 돌아온다.

물론 과거 아파트 시세는 언젠가는 상승해 분양가를 웃돌아 왔다. 하지만 과거의 경험은 잘못된 학습 효과일 수 있다. 더구나 그 당시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형성된 곳도 있었지만 기억을 못할 뿐이다. 10년 전인 2006년 하반기에 주택 시장이 과열되면서 분양권 투자가 활발했다.

하지만 2008년 이후 부동산 경기가 급락하자 거래가 끊기면서 분양권 투자자들에게 악몽의 시절이 찾아왔다. 그중 일부는 대출로 분양 대금을 해결하기도 했지만 하우스 푸어 신세를 면할 수 없었다.

분양권 투자의 본질은 긴 줄이 늘어서 있는 빵 가게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것보다 빵을 사서 나오는 사람에게 빵값의 두 배를 주고서라도 빵을 사는 것이다. 그렇게 확보된 빵을 배고프지만 인내심이 없는 실수요자가 높은 가격에 사주거나 또는 시세 차익을 노리고 또 다른 투자자가 비싼 값에 사줄 때 이익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도 자기 빵을 사주지 않으면 어찌될까. 본인이 먹으면 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빵이 수십, 수백 개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분양권도 마찬가지다. 최악의 경우 잔금까지 치르고 본인이 그 집에 입주하거나 임대를 줄 생각이 아니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더구나 내년 말부터는 대형 빵 공장이 들어서 모두가 긴 줄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고 한다. 그러면 비싸게 프리미엄을 주고 사 놓은 빵을 사 줄 사람도 없어질 것이다. 주택 시장에서 공급과잉의 폭탄은 분양권 시장에서부터 터진다는 의미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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