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주가는]
‘패시브 펀드’ 자금이 상승 동력…美 금리 인상 이후 가치주 주목해야
[커버스토리] 삼성전자, “230만원까지 거뜬” vs “끝이 보인다”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지난 6월 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로 코스피지수가 1900 초반으로 밀렸던 이후 근 4개월 동안 코스피지수는 꾸준히 우상향해 왔다. 주요국 증시가 이 기간 동안 횡보한 것과 좀 다른 상황이다. 특히 이 기간 동안 ‘대장주’ 삼성전자는 주당 130만원대에서 160만원대까지 ‘폭풍 상승’했다.

이에 따라 찬바람이 불면서 시장의 방향성에 뭔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힘을 얻고 있다. 물론 한국 기업의 이익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므로 당분간은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한국 증시에 변화를 줄 요인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아주 단순화하면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삼성전자, 다른 하나는 미국의 금리 인상 여부다.

◆유동성이 만들어 낸 ‘역대 최고가’

먼저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이 어디까지 계속될 것인지가 투자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다. 물론 이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폭발적으로 상승한 시점은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8월 7일 이후다.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이 매출액 50조원, 영업이익 8조100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이미 높았던 증권가 기대치마저 훨씬 뛰어넘는 결과였다. 결국 삼성전자의 주가는 8월 18일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이후 8월 23일엔 장중 169만4000원을 기록했다. 이는 8월 들어서만 6.56%(10만1000원), 실적 발표 후 15.4%(21만9000원) 급등한 수치다.

당시 증권가에선 이 같은 주가 흐름을 예상하지 못했다. 과거 삼성전자 주가는 실적 전망치가 상승하면 주가가 잠시 올랐다가 실적 발표 후 곧 하락하는 패턴이 많았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이번 2분기처럼 영업이익 전망치가 꾸준하게 상향 조정되고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도 실제로 이뤄진 사례는 4번(2011년 4분기, 2012년 1분기, 2012년 4분기, 2015년 1분기)이다.

이 중 2011년 4분기를 제외한 3번의 사례는 실적 기대치를 뛰어넘는 결과가 발표됐지만 모두 추가 상승은 제한적이었다. 5거래일 이내에 주가가 매물을 소화해 과열 해소 국면에 진입했다.

그래서 이번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세는 증권가에서도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가 상승의 이유는 표면적으로 갤럭시 노트7 출시 기대감, 삼성그룹의 지배 구조 변화 등이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선 삼성전자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이 ‘패시브 펀드’의 자금이라고 보고 있다. 지수를 단순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는 자금이 들어오고 나갈 때 시가총액 비율대로 배분(리밸런싱)한다. 이에 따라 패시브 펀드는 특정 종목의 주가가 많이 오를 때에는 시가 총액 비율대로 그 종목을 많이 사야 한다.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대표적인 패시브 펀드다. 즉 삼성전자의 주가가 오르니 펀드 자금이 들어오고 펀드 자금이 들어오니 또 삼성전자의 주가가 오르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어디까지 오를 것이냐는 것이다. 삼성전자 주가의 향배에 대해서는 증권가에서도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앞서 분석한 것처럼 ‘유동성’이 삼성전자의 주가를 좌지우지하니 삼성전자를 담당하는 산업 분석 애널리스트보다 퀀트 애널리스트의 시각이 더 명확하게 엇갈린다. 기본적으로 산업 담당 애널리스트는 해당 기업에 대해 우호적인 시각을 보일 수밖에 없다.

안혁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상승론자’다. 그는 주가순자산비율(PBR)-자기자본이익률(ROE) 경로 분석 모델을 삼성전자 주가에 제시했다. 안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과거 삼성전자의 PBR-ROE 경로 패턴은 후행(trailing) ROE가 최저 10%에서 상승 반전, 최대 20%에서 하락 반전하고 가치 평가(밸류에이션)가 ROE 하락기에는 PBR 하단, ROE 상승기에는 PBR 상단을 따라 형성하고 있다.

안 연구원은 ROE 10~20% 범위에서 시계 방향으로 움직이는 삼성전자의 밸류에이션 패턴을 근거로 ROE 상승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PBR 2배인 230만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급격한 하락’ 가능성 대비해야

반면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의 의견은 반대다. 곽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상승이 9부 능선을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2010년 이후 코스피 대비 삼성전자의 상대 수익률 누적 값은 0~30% 포인트에서 등락하고 있다는 점이 근거다.

현재 상대 수익률이 25%를 넘어 30%선까지 다다른 이상 4년간의 경험칙을 근거로 끝이 보이고 있다는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PBR도 부담이다. PBR이 2배 오르면 ROE가 20%까지 상승해야 하는데 삼성전자가 올해 200조원 매출에 30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다고 해도 ROE 자체가 20%를 기록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많다.

물론 그 누구도 주가를 예측하긴 쉽지 않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삼성전자 주가가 유동성 효과에 의해 짧은 기간 동안 많이 올랐으니 하락이 시작되면 이 역시 유동성 효과에 의해 짧은 기간 동안 크게 하락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결국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가 급락하면 주가지수 역시 그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커버스토리] 삼성전자, “230만원까지 거뜬” vs “끝이 보인다”
(재닛 옐런 미 FED 의장/AP연합뉴스)

◆금리 인상 후폭풍 ‘단기’냐 ‘장기’냐

또 다른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미국의 금리 인상 여부다. 재닛 옐런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금리 인상 시사 발언에 국내시장에서도 금리 인상 시기가 9월이 될지, 12월이 될지 가늠하는 데 분주한 상황이다.

금리 인상이 진행되면 국내 증시도 조정이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애널리스트 의견은 미국 금리 인상은 오히려 주식 비중 확대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금리 인상 가능성 약화, 미국 소비 개선에 따른 수출 전망이 개선되면서 국내 증시도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2004년 6월 첫 기준금리 인상 전후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지수는 이중 바닥 패턴(W)을 보였지만 그 이후 주식시장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상승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다만 투자 업종은 성장주보다 가치주가 낫다는 게 대세다. 이 애널리스트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와 S&P500(코스피)의 가치주 상대 강도를 보면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며 “미 시중금리 상승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가치주의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김중원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도 “9월에는 이익 모멘텀이 존재하는 가치주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삼성전자 중심의 쏠림 현상에서 벗어나 이익 모멘텀이 양호하면서 저평가된 철강과 은행주에 관심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물론 이 시기에 적극적으로 주식 비중 확대에 나서는 것은 좀 위험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통화정책, 금리 인상에 대한 이슈와 논란이 변동성 확대의 트리거(방아쇠)로 작용할 것”이라며 “대외 여건의 변화로 코스피가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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