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깃한 콘텐츠 비즈니스 이야기③]
반격 나선 지상파 TV들…KBS ‘예띠’·MBC ‘엠빅TV’·SBS ‘모비딕’ 론칭
‘인기 끈’ 모바일 전용 콘텐츠, 지상파방송 편성도
[한경비즈니스=길덕 이노션 미디어컨텐츠팀장] ‘-0.3% vs 34.6%.’ 제일기획이 지난 3월 발표한 ‘2015년 대한민국 총광고비’에서 2014년부터 2016년(예상치)까지 3년간 지상파 TV 광고비와 모바일 광고비의 연평균 성장률이다.

지상파 TV 광고는 3년간 큰 변화가 없지만 모바일 광고는 매년 30% 이상 늘어나고 있다. 규모면에서도 1~2년 내 모바일 광고가 지상파 TV 광고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발등에 불 떨어진 ‘지상파 방송’


지상파 TV 사업자들도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시작했다. TV를 떠난 젊은 세대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스마트폰용 콘텐츠, 즉 모바일 전용 콘텐츠 제작에 돌입한 것이다.


모바일 전용 콘텐츠 관련 사업은 KBS가 제일 먼저 시작했다. 2015년 7월 15일 예띠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MCN(Multi Channel Network : 다중채널매체사업) 사업을 시작했다.


KBS 고찬수 MCN사업팀장은 “예띠스튜디오 설립 전부터 모바일이나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 계속 고민해 왔다”며 “2014년 10월부터 N-스크린(TV·PC·스마트폰·태블릿PC 등 다양한 기기를 통해 하나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기획팀에서 웹 드라마를 제작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웹 드라마가 수익성에 문제가 있어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 사업을 기획했고 그 결과 MCN 사업을 시작했다.


KBS는 MCN 사업을 빨리 정상화하기 위해 크리에이터들의 방송을 재편집해 ‘예띠TV’라는 이름으로 지상파방송으로 내보냈다. 하지만 인터넷 방송과 지상파방송의 괴리는 생각보다 컸다. 토요일 새벽에 내보내기는 했지만 시청률은 1% 정도였고 방송 심의 규정을 위반하기도 했다. 결국 20회를 넘기지 못하고 2015년 말 폐지되고 말았다.


그래도 MCN 사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현재 예띠스튜디오에는 20팀의 크리에이터들이 있다. 이들은 아나운서를 비롯한 KBS 인력들과 협업하며 다른 MCN 사업자들과 차별화하고 있다.
‘인기 끈’ 모바일 전용 콘텐츠, 지상파방송 편성도
KBS를 뒤를 이은 것은 MBC다. 2016년 2월 모바일 전용 콘텐츠 제작을 시작했다. MBC는 ‘디지털 동영상 스튜디오(저작권을 확보한 디지털 동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업)’와 MCN 사업 등 ‘플랫폼 사업’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MBC 본사에서는 ‘엠빅(Mbig)TV’라는 이름으로 자체 제작 콘텐츠를 만든다. MBC가 투자한 스타트업 회사인 SMC는 모바일 전용 콘텐츠가 생산, 유통되는 플랫폼 사업에 집중했다.

엠빅TV를 책임지고 있는 박현석 스마트예능제작부장은 “동영상 콘텐츠 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분야를 준비할 수밖에 없다”며 “정답은 없지만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엠빅TV는 지상파 TV의 콘텐츠 생산 역량을 활용해 프리미엄 모바일 콘텐츠를 생산하고 이를 지상파 콘텐츠로 활용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엠빅TV의 대표 프로그램은 ‘꽃미남 브로맨스’다. 남자 아이돌스타와 남자 배우의 조합을 파파라치처럼 따라가는 이 프로그램은 올해 2월부터 네이버TV캐스트와 유튜브 등에 공개됐다. 지금까지 100회가 넘게 나왔는데 매회 인기가 높았다. 그 덕분에 ‘꽃미남 브로맨스’는 지난 추석 연휴 때 MBC 본방송에 편성됐다.


SBS는 가장 늦었지만 가장 적극적이다. 지난 6월 20일 SBS의 모바일 브랜드 ‘모비딕(Mobidic)’이 소개됐다. SBS는 ‘디지털 동영상 스튜디오’의 시장 진입 전략을 취하며 지상파라는 이점을 활용한다. 즉, SBS PD들이 유명 연예인을 섭외해 방송사가 지식재산권을 갖고 있는 모바일 동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유통한다.


20년간 예능 PD를 하다가 모비딕을 책임지고 있는 박재용 모바일제작사업팀장은 “올해 2월 이 업무를 처음 맡았을 때는 정말 막막했지만 방송사 PD의 장점인 제작 노하우와 인프라를 활용한다면 경쟁사에 비해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모비딕의 대표 프로그램들은 ‘양세형의 숏터뷰’, ‘경리단길 홍사장’, ‘아이오아이의 괴담시티’, ‘불꽃 아이돌 정.대.만’ 등이다. 개그맨 양세형 씨가 정치인이나 연예인을 인터뷰하고 방송인 홍석천 씨가 식당을 여는 과정을 보여준다.


걸그룹 아이오아이가 괴담들의 근원을 찾는 모습을 담기도 하고 유명 아이돌 그룹들이 나와 게임 대결을 펼치기도 한다. 화려한 출연진과 지상파 인력들의 노하우 덕분인지 성과도 좋다.
‘인기 끈’ 모바일 전용 콘텐츠, 지상파방송 편성도
◆방송 매체, 모바일 콘텐츠 이해 부족


지상파방송 3사에서 모바일 전용 콘텐츠를 책임지고 있는 이들의 고민은 비슷했다. ‘조직 내부의 이해와 지원부족’ 그리고 ‘수익을 어떻게 언제쯤 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들이다.


우선 이들의 일을 바라보는 평가의 기준은 기존 지상파방송의 콘텐츠에 대한 것과 비슷하다. 스마트폰에 어울리는 동영상 콘텐츠 생산은 기존 방송과 달라져야 한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이런 혁신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와 노력이 필요한지 이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SBS의 박재용 팀장은 “혁신을 기대하지만 지원이 혁신적일 수 없는 것은 모든 주류 미디어의 속성”이라며 “이를 깨는 방법은 선제적으로 성과를 보여주는 방법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MBC의 박현석 부장은 “새로운 형식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도전과 실패가 필요하고 이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을 내부적으로 설명하는 과정이 아직까지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KBS의 고찬수 팀장은 “이 분야는 이제 막 성장하고 있어 당장은 리스크가 있다. 이런 일을 모든 사람들에게 옳다고 강요할 수는 없으니 확신을 가지고 있는 내가 먼저 해보는 것”이라고 전했다.


SBS는 다소 공격적이다. 이미 브랜디드 콘텐츠 제작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박재용 팀장은 “과연 좋은 콘텐츠를 만들면서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를 다 잡을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다”라며 “수익 모델로는 브랜디드 콘텐츠, IP(Intellectual Property : 지식재산권을 뜻하며 콘텐츠 업계에서는 다른 콘텐츠로 재제작할 수 있는 판권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사업, 콘텐츠 커머스 등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기 끈’ 모바일 전용 콘텐츠, 지상파방송 편성도
실제 아이스크림·과자 등의 브랜드를 홍보하는 브랜디드 콘텐츠를 제작해 공개했다. 또 중국 인터넷 쇼핑몰인 T몰과 콘텐츠 커머스 관련 사업도 진행 중이다.


MBC는 지상파 방송사로서 공익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수익화를 고민하고 있다. 박현석 부장은 “‘꽃미남 브로맨스’의 인기가 높아지자 지역 관광공사나 외국 관광청에서 촬영을 요청해 왔다. 자연스럽게 수익을 일으킬 기회가 생겼지만 엠빅의 상업성이 MBC라는 브랜드에 문제를 발생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IPTV 등을 통한 콘텐츠 유료화가 확실한 수익 모델이 될 수 있겠지만 자체 플랫폼 사업을 위해 아직 유료 플랫폼에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KBS는 시장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고찬수 팀장은 “디지털 전용 콘텐츠 시장에서는 향후 2~3년 뒤까지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금은 아직 대규모로 투자할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전용 콘텐츠에 대한 성장 전략과 차별화 전략도 3사가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달랐다. 이들이 시장 진입 전략 및 형태가 달랐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시장이 형성되는 시점을 중요시하는 KBS는 지상파 콘텐츠와 경쟁할 수 있는 이슈성 콘텐츠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고찬수 팀장은 “모바일 콘텐츠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KBS의 파워를 활용하거나 비슷한 사업자들이 연합해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며 “드론 경주 중계와 같은 새로운 영역의 새로운 콘텐츠가 모바일용으로 적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기 끈’ 모바일 전용 콘텐츠, 지상파방송 편성도
◆브랜드 인지도가 곧 ‘수익’ 연결


MBC는 지상파 방송사가 갖고 있는 높은 제작 능력과 기존 제작 환경을 활용해 모바일 전용 콘텐츠를 차별화하고 성장시킨다는 전략이다. 박현석 부장은 “지금까지 모바일 콘텐츠들은 특정한 타깃 층만 보는 협송(狹送)에 가까웠지만 유튜브의 인기 있는 콘텐츠들을 보면 결국 재미있는 것이 통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꽃미남 브로맨스’처럼 재미있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할 뿐만 아니라 기존 MBC 프로그램 제작 현장의 뒷모습을 보여주는 파생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후발 주자로서 벤치마킹을 충분히 했던 SBS는 모바일 콘텐츠 유통 전략을 견고화하면서 모비딕이라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다른 방송사들이 유튜브나 네이버TV캐스트에만 집중하는 반면 SBS는 다음카카오·페이스북·인스타그램·트위터·피키캐스트 등을 통해 콘텐츠를 내보내고 있다.


각 플랫폼별 특징과 이용자 특성을 고려해 배포 시간 및 콘텐츠 형식을 달리한다. 박재용 팀장은 “콘텐츠 유통 플랫폼 다양화도 매출을 일으켜야 한다는 고민 끝에 나온 전략”이라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안정적 수익과 연결되고 이를 통해 모비딕이라는 모바일 콘텐츠 생태계를 정상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팀장 역시 모바일 콘텐츠를 지상파 TV에서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는 “MIP TV 등 방송 견본시에 가보면 모바일과 TV가 교류하는 방송 콘텐츠가 주요 트렌드 중 하나”라며 “두 콘텐츠의 포맷이 다소 다른 것이 문제일 뿐 실제 교류 사례는 많다”고 말했다.


지상파 3사 모두 중국을 중심으로 해외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방법에 대해 준비 중이다. KBS는 중국의 1인 방송사업자들과 공동 사업을 펼치는 방법을 협의 중이며 MBC는 ‘꽃미남 브로맨스’의 해외 팬들을 위해 7개 국어 자막을 제공하고 있다. SBS도 아이오아이의 괴담시티에 영어 자막을 서비스한다.


방송 3사의 모바일 전용 콘텐츠를 담당하고 있는 세 사람에게 지상파 TV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이들 모두 지상파 TV가 콘텐츠와 플랫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박재용 팀장은 “지상파 TV는 콘텐츠 제작에서 가장 큰 노하우를 갖고 있는 사업자이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우울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단 지상파TV가 (자신이 갖고 있는 플랫폼에 연연하기보다) 철저하게 콘텐츠 기업으로 변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찬수 팀장은 “통신 사업자, 인터넷 포털 등이 오리지널 콘텐츠(해당 사업자가 지식재산권을 갖고 있는 콘텐츠)를 갖기 위해 투자가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에 지상파 TV와 같은 콘텐츠 사업자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현석 부장은 “모바일 전용 콘텐츠의 실험 정신으로 고퀄러티의 지상파 TV를 보완하는 전략이라면 급변하는 콘텐츠 시장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지상파방송의 모바일 전용 콘텐츠 사업뿐만 아니라 디지털 동영상 스튜디오나 MCN 사업자들은 모두 언제 열릴지 모르는 시장을 기다리며 매일매일 콘텐츠와 수익 모델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어떤 사업자들에게는 수십 년 쌓아 온 뛰어난 제작 능력이 있고 어떤 사업자들에게는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 대한 냉철한 이해를 기반으로 번득이는 아이디어들이 있다.


이런 장점들을 활용해 저마다 디지털 전용 콘텐츠 시장을 석권하고 더 나아가 강력한 콘텐츠 사업자가 되려고 한다. 다행히도 이들 모두 좁디좁은 국내시장만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더욱이 덩치 큰 사업자들이 후발 주자여서 당분간 작은 사업자들을 규모로 위협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도 작은 시장 안에서 지나치게 경쟁하기보다 현 시장을 성장시키고 더 큰 시장을 향할 수 있도록 각자의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디지털 전용 콘텐츠 사업에서 또 하나의 한류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