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1095호 (2016년 11월 23일)

최장 ‘철도 파업’에 시멘트업계 피해 620억 '눈동이'

기사입력 2016.11.27 오후 06:11

레미콘‧건설 업체도 타격…부실시공 우려도

최장 ‘철도 파업’에 시멘트업계 피해 620억 '눈동이'
(사진) 철도노조 역대 최장기 파업기록을 경신한 10월 20일 부산 동구 부산진역에 화물열차가 줄지어 멈춰서 있다.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김태림 인턴 기자] “철도노조가 파업할 때마다 피해가 큰데, 화물 열차가 ‘필수 유지업무’에 제외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성수기(9월~11월)를 통째로 날려버린 시멘트 업계 관계자의 울분 섞인 하소연이다.

지난 9월 27일 시작된 한국철도공사 노조(철도노조)의 파업이 11월 25일로 60일째 이어지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11월 23일 기준 철도노조 파업으로 인한 시멘트 업체들의 미판매 손실금액 및 대체운송 추가 비용 등을 합한 총 피해액은 620억원에 이른다. 시멘트 출하차질 물량은 75만t에 달한다.

협회 관계자는 “3년 전에는 철도노조 파업이 20일 정도 진행됐는데, 그때는 피해액이 200억원 정도였다”며 “앞으로 파업 때마다 잠재적 위험을 안고 있어 불안하다”고 심정을 털어놨다.

◆수도권 사일로 재고 ‘0’

시멘트 운송은 철도, 육로, 해상을 통해 가능한데 철도 운송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철도를 통해 시멘트는 단양, 제천 등 생산공장에서 수도권 사일로(저장고)로 운송된다.

레미콘 업체들의 BCT(벌크시멘트트럭)가 시멘트를 수도권 사일로(성북, 수색 등)에서 각 레미콘 공장으로 운송한 후 레미콘을 생산한다. 이후 각 건설현장으로 레미콘을 옮겨 콘크리트 타설을 하는 구조다.

철도노조 파업 이후 공장 가동을 중단할 정도는 아니지만, 생산공장에는 재고가 쌓이고 수도권 사일로에는 재고가 바닥이 나는 상황이 발생했다.

특히 현대시멘트, 동양시멘트 등 수도권 업체가 시멘트를 출하하는 ‘성북 사일’로 재고는 제로에 가깝다. 업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각 업체마다 1만5000t 규모의 사일로를 보유하고 있다.
보통 하루에 4000t 정도의 물량이 들어오는데, 일요일에는 출하를 하지 않고 재고로 비축해둔다. 사일로 재고는 비수기에 90%, 성수기에 50% 정도 비축해둔다. 성북 사일로의 한 업체 관계자는 “파업 후 하루에 2000t도 안 되는 물량을 출하해 재고가 쌓이질 않는다”며 “매출도 이미 반토막 났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나마 ‘수색 사일로’는 인천항과 가까워 우리보다 형편이 낫다”고 말했다. 수색 사일로 업체들은 철도노조 파업 이후 해상 운송을 통해 인천항으로 들어온 시멘트를 BCT를 이용해 수색 사일로로 옮긴다.

상대적으로 인천항과 거리가 가까운 수색 사일로 업체들은 대체 운송이 가능하지만, 성북 사일로의 업체들은 비용이 많이 들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최장 ‘철도 파업’에 시멘트업계 피해 620억 '눈동이'
(사진) 철도노조 파업 50일째를 맞은 11월 15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기자실에서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조속한 시일 내 현업복귀 등을 요청하는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조규홍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 강 장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노형욱 국무조정실 2차장. /연합뉴스

◆연관산업도 피해 커

수도권 사일로 재고가 바닥 나면 시멘트 업체뿐만 아니라 레미콘과 건설 업체 등 연관산업도 큰 피해를 입게 마련이다.

물량 부족으로 인해 수도권 사일로에서 시멘트를 공급받기 어려운 일부 레미콘 업체들은 BCT를 통해 생산공장에서 직접 시멘트를 받아오기도 한다. 업계에 따르면 이럴 때는 대부분 시멘트 업체에서 비용을 부담하고 있지만, 일부 레미콘 업체에서 운송비용을 부담하는 경우도 있다.

레미콘 업체 관계자는 “추가적인 비용이 들지만 건설사에 단가를 높여 받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기한에 맞춰 건설업체가 요구하는 물량을 준비하지 못하면 건설업체가 레미콘 구매사를 바꿔버리기 때문에 매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생산기지와의 거리가 멀다보니 BCT 기사들의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다”며 “안전사고에 대한 걱정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건설업체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영하의 온도에서 콘크리트를 부으면 철근에 제대로 붙지 않고 심하면 얼어버려 강도가 떨어지는 콘크리트가 만들어 진다. 이 때문에 보통 가을까지 콘크리트 타설을 완료해야 한다.

건설현장 관계자는 “철도 파업으로 인해 콘크리트 타설이 많이 늦어졌다”며 “강도가 떨어지는 콘크리트는 부실시공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시멘트 출하의 차질이 시멘트 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한편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 11월 27일 전체 열차운행 대수는 2천404대에서 2천258대로 줄어 운행률은 93.9%였다. KTX와 통근열차는 평시와 같이 100% 운행하고 수도권 전철은 1679대에서 1666대로 줄어 운행률이 99.9%에 이르지만, 화물열차는 121대에서 108대로 줄어 운행률이 89.3% 수준에 그쳤다.

앞서 지난 11월 22일엔 철도노조 전국 지부장들이 모두 참석한 확대 쟁의대책위원회를 통해 철도파업 강행을 결의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시멘트 업체 등의 피해를 고려해 화물차 운행을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용어 설명] 필수유지업무 = 필수 공익사업의 업무 중 정지되면 안 되는 분야에 최소한의 인원을 투입해 그 업무를 유지하도록 하는 제도다. 화물 열차에는 시멘트, 수출입 컨테이너 등 산업 및 국민 경제와 직결되는 물품이 80% 정도 된다. 철도 노조 측은 화물 열차의 물품이 사기업과 관련됐다는 이유로 화물 열차를 필수유지업무로 지정하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 파업 기간 동안 화물열차는 기관사 등이 대체자원으로 충당돼 파업 기간 중 운행률이 평소의 30~40% 수준에 그친다.

taelim12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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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6-11-27 1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