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수서발 ‘강남권 고속철’…서울 강남·강동, 경기 동남부 주민에 인기
서울 출발해 밤늦게 돌아올 땐 공영주차장 이용이 유리
부산·목포 등 각 지방에선 기존 KTX 매표소 함께 이용
SRT, 117년 만의 철도 경쟁 체제
(사진) 서울 수서역에서 출발 대기 중인 SRT 고속 열차. /이승재 기자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지난 12월 13일 오전 동대구 출장길에 서울 수서발 고속철도인 SRT를 이용했다.

12월 9일 정식 개통된 SRT는 서울 강남 수서역에서 출발해 경기 화성·평택을 거쳐 천안아산역부터 KTX 경부·호남고속선과 합류한다. 부산까지 1일 왕복 80회, 광주 송정·목포까지 40회로 1일 총 120회 운행된다.

SRT 이용 요금은 기존 KTX 대비 평균 10% 정도 싸다. 평균 도착 시간도 10분가량 빠르다. 최고 시속 300km로, 수서~부산 구간을 133분 만에 주파한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117년 철도 역사상 간선철도에 첫 경쟁 체제를 맞았다.

◆수서역 주차장 종일 이용료 1만7500원

12월 13일 오전 7시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서 차를 타고 수서역으로 출발했다. 잠실대교를 건너 수서역까지 단 15분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비슷한 시각 KTX를 타기 위해 서울역이나 용산역까지 승용차 기준으로 30분 이상 소요됐던 점을 감안하면 훨씬 여유로웠다. 서울 강남·강동, 경기 동남부 지역 주민이 더욱 편리하게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지하철을 이용할 땐 서울메트로 3호선 수서 지하철역 4번 출입구로 나와 걸어서 5분 정도면 SRT 수서역에 도착할 수 있다.
SRT, 117년 만의 철도 경쟁 체제
(사진) 서울 강남의 SRT 수서역. /이승재 기자

수서역 주차장은 역사 정문 바로 뒤쪽에 있다. 주차장 기본요금(30분 기준)은 3000원이다. 추가 요금은 10분당 1000원이다. 종일 주차 요금은 2만5000원으로, SRT 이용 고객은 30% 할인된 1만75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배웅 등의 목적으로 주차장을 이용할 때 요금이 부담이 된다면 수서 지하철역 1번 출입구 옆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좋다. 이곳 주차 요금은 10분당 200원으로, 1시간 주차 시 1200원이면 충분하다.

특히 오전에 서울을 떠났다가 밤늦게 돌아올 땐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수서역 주차장은 밤 12시를 넘겨 출차하면 이틀 치 요금을 계산해야 한다. 반면 수서역 공영주차장의 요금은 무조건 10분 단위로 계산된다. 단 공영주차장에서 SRT 수서역사까지는 거리가 조금 있다.

◆서울 강남에서 평택까지 25분 만에 도착
SRT, 117년 만의 철도 경쟁 체제
(사진) SRT 승객이 차내지인 'SRT매거진'을 살펴보고 있다. /이승재 기자

SRT 수서역 내부는 커피숍과 편의점 등 각종 편의시설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었다.

오전 8시, 열차 출발과 동시에 창밖이 어두워졌다. 수서역에서 평택 지제역까지 총 52.3km를 잇는 율현터널에 진입한 것이다. SRT는 시속 300km까지 속도를 높였지만 소음이 거의 없었다. 고속열차 특유의 진동도 기존 KTX보다 덜했다. 출발 후 15분 만에 화성 동탄역에 도착했다.

동탄역을 출발한 지 10분이 지나자 창밖이 환해지며 지제역이 모습을 보였다. 승용차로 1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를 단 25분 만에 주파한 것이다. 수서~동탄 간 일반실 요금은 7500원, 지제역까지 요금은 7700원으로 수도권 출퇴근 시 충분히 이용할 만한 가치가 있어 보였다.

SRT 일반석은 비행기 이코노미석보다 훨씬 편안했다. 앞 등받이와 무릎 사이의 공간이 200mm로 기존 KTX(75mm) 대비 두 배 이상 넓다. 창문 쪽 승객이 일어나면 통로 측 승객이 굳이 일어나지 않고도 충분히 이동할 수 있을 정도였다.
SRT, 117년 만의 철도 경쟁 체제
(사진) SRT의 모든 좌석에는 전원 콘센트가 있다. 무릎 공간은 200mm로 기존 KTX 대비 두 배 이상 넓다. /이승재기자

모든 좌석에 전원 콘센트를 설치해 전자기기 사용 편의를 높였다. 4G 모뎀을 사용해 와이파이 인터넷 서비스 속도도 향상시켰다. 내부 조명은 승객들의 시력 보호를 위해 미색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선택했다.

SRT는 임산부를 위한 서비스에도 신경을 썼다. 열차 1대당 수유실 1곳, 기저귀 교환대 2곳이 설치돼 있다. 장애인을 위한 배려도 눈에 띈다. 장애인 전용석을 비롯해 장애인용 화장실 1곳, 휠체어 고정 장치 2곳, 휠체어 보관소 1곳 등을 설치했다.

SRT는 승무원이 별도로 식음료를 판매하지 않는다. 음료 구입을 원하는 승객은 열차 출입구 옆 자판기를 이용하면 된다. 식음료용 카트 이동에 따른 안전사고와 소음 등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는 게 SRT 운행사인 (주)SR의 설명이다.
SRT, 117년 만의 철도 경쟁 체제
(사진) 유민주 SRT 승무원이 특실 승객에게 신문을 제공 중이다. /이승재 기자

프란치스코 페페(48·남) 씨는 “수서에서 대전으로 가기 위해 SRT를 탔다”며 “독일의 고속열차인 ICE(Inter City Express)에 비해 실내 공간이 굉장히 넓고 소음도 거의 없어 매우 쾌적한 출장길”이라고 말했다.

열차는 도착 예정 시간에 맞춰 정확히 목적지에 도착했다.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도 편안했다.
SRT, 117년 만의 철도 경쟁 체제
(사진) SRT 이용객들이 수서역을 빠져나가고 있다. /이승재 기자

부산·목포 등 각 지방에서 SRT를 이용할 때는 온라인 예매는 물론 기존 KTX 매표소를 이용하면 된다.

SR 관계자는 “정식 개통 이후 첫 주말에 일부 노선이 매진되는 등 이용객이 늘면서 1일 전체 승객 5만8000명 목표를 향해 순항 중”이라며 “SRT는 10분 빠르고 10% 저렴한 요금에 도착 10분 전 ‘깨우미 알람’ 등 10개의 차별화한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