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만의 커리어 업그레이드]
이케아가 모든 매장에 돌담 사진을 내건 이유
약점 보완보다 자신의 강점을 살려라
(사진) 이케아 매장의 돌담 사진. /이케아 홈페이지

[신현만의 커리어 업그레이드] 세계적 가구 기업인 이케아의 매장에 들어서면 돌담과 숲 사진으로 구성된 포스터를 볼 수 있다. 이 포스터는 세계 각국의 400여 개 매장에 모두 걸려 있다. 연 매출이 40조원에 이르는 거대 기업 이케아는 왜 별로 특별해 보이지 않는 포스터를 세계 모든 매장에 걸고 있을까.

스웨덴 남부에 있는 스몰란드는 이케아의 창업자 잉바르 캄프라드의 고향이다. 이곳은 암석으로 뒤덮인 척박한 지역이어서 농부들은 농지를 만들기 위해 수없이 돌을 캐내고 땅을 골라야 했다. 농부들은 이 돌들을 버릴 곳이 없어 밭 주변에 담을 쌓았다. 그러다 보니 스몰란드는 그 어느 곳에서도 제주도처럼 돌담을 쉽게 볼 수 있다.

캄프라드 창업자는 이런 지역적 특성을 갖고 있는 스몰란드 지역에서 1943년 열일곱 살에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그가 세운 이케아는 태생부터 ‘서민적 기업’의 모습을 띠게 됐다. 그는 스몰란드의 빈한한 농가들을 위해 단순하면서도 실용적인 가구에 관심을 쏟았다.

인구밀도가 낮은 농업 지역이어서 카탈로그를 제작해 통신판매를 했고 주문과 배달 시스템도 구축했다. 주변에 식당이 없었기 때문에 자동차를 타고 오는 고객들이 식사할 수 있도록 매장 안에 식당을 운영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격이었다. 그는 경쟁 업체가 압력을 행사해 제조사의 제품 공급을 중단하자 가구를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그 결과 독특한 디자인의 제품을 싼값에 공급하게 됐고 조립식 가구도 만들게 됐다.

조립식 가구는 일반 가구에 비해 포장·운송·창고비가 적게 들어 제품 원가가 훨씬 쌌다. 캄프라드 창업자는 특히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의 목표 가격을 설정한 뒤 그 가격에 맞게 제품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싸맸다. 그는 이케아의 임직원들에게 늘 이렇게 말했다.

“값이 비싸고 좋은 물건을 만드는 것은 쉽다. 하지만 이케아의 진정한 도전은 값이 싸고 좋은 물건을 만드는 것이다. 낮은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도 두려워하면 안 된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남을 의식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학력과 경력이 부럽고 외국어 실력이 부럽고 외모가 부럽다. 동료 직원의 집안 배경 때문에 기가 죽는 일이 부지기수다. 자신이 ‘흙수저’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는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저렇게 갖춘 것이 많은 사람들과 경쟁해 살아남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도대체 학교 다닐 때 뭘 했는지 뒤늦은 후회를 하기도 한다.

◆자신의 약점에 너무 신경을 쓰는 직장인들

이렇게 남을 의식하거나 남과 비교하는 것은 자신의 약점에 마음이 쓰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자신의 진로를 문의해 온 어떤 직장인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주변 사람들은 직장 생활한 지 몇 년이나 됐다고 그리 걱정이냐고 핀잔을 주기도 합니다. 이제 시작이니 지금부터 미래를 준비하면 될 텐데 걱정을 사서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저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없고 저축해 놓은 것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스펙이 뛰어나지도 않습니다. 우리 부서에서 제가 스펙이 가장 뒤집니다. 해마다 해외 유명 대학의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친 신입 사원들이 줄지어 들어옵니다. 이들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을까요.”

자신의 약점에 대한 걱정과 이를 보완하려는 노력은 직장 생활 기간이 길어질수록 더 심해진다. 회사나 업계의 상황이 눈에 들어오면서 자신의 약점이 점점 더 도드라져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회사에서 잘 안착한 것 같은 30대 초·중반의 직장인들 가운데 직장 밖을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한창 일할 나이에 회사와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외부에 시선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만난 한 중견기업의 대리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외국에서 영어 연수를 받기 위해 퇴사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가 다니는 회사의 연봉과 복리후생은 결코 나쁘지 않았다. 그는 직장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었고 조직 내 평가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도 그는 “제 스펙이 부족해 현재의 직장에서 계속 머무르다간 몇 년이 안 돼 밀려날 것 같다”고 걱정했다.

30대 직장인들 가운데 이렇게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직장 밖의 일에 관심을 쏟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이들은 대학원에 가고 해외로 어학연수를 떠나고 자격증을 따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을 쓴다. 자신의 스펙이 약하기 때문에 경쟁에서 뒤지는 것을 걱정하면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것이다.

◆성공은 강점을 더 강하게 만들 때 온다

영국 출신의 경영 전문가인 마커스 버킹엄은 직장인들의 약점에 대한 걱정과 이를 보완하려는 노력에 따끔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는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 혁명’이라는 책에서 “자신의 약점을 고치려고 노력하는 것은 더 이상의 실패를 막아줄 뿐 약점을 강점으로 승격시켜 주지는 못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따라서 “약점에 집중하고 그걸 보완하려고 하지 말고 자신이 강점을 알고 그걸 개발하는 데 시간을 사용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가장 뛰어난 재능을 알아내 그것을 갈고닦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재능을 인정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삶의 목표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나는 버킹엄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의 말대로 평균적인 사람은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기가 쉽지 않다.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독특한 재능을 갖고 있고 그것은 잘 바뀌지 않는다. 따라서 사람들의 가장 큰 성장 가능성은 그들이 가진 강점에 있다. 약점을 보완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게 아니라 강점을 강화할 때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가끔 고등학교 동창회에 나가면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그들은 고등학교 때 가졌던 약점을 고스란히 그대로 갖고 있다. 말과 행동이 답답할 정도로 느렸던 친구는 몇 십 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느렸다. 다른 사람들과 잘 섞이지 못하는 친구는 50대 중반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혼자 앉아 있었다.

이렇게 약점이 사라지지 않았는데도 그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갖고 있는 강점이 커졌기 때문이었다. 자그마했던 강점이 큰 나무로 자라 열매를 맺은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이 성장·발전하는 것은 약점이 보완되는 게 아니라 강점이 더 강해져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캄프라드 창업자가 척박한 시골구석에서 창업해 세계적 기업으로 이케아를 일굴 수 있었던 것도 자신의 한계보다 강점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놀이보다 장사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본격적으로 회사를 세우기 전까지 성냥·크리스마스카드·씨앗·벨트·지갑·시계 등 다양한 물건들을 팔았다.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한계를 별로 의식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는 자신이 처한 상황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했고 그 특성에 맞는 사업 방식을 찾아냈다.

전문가들은 이케아를 ‘불편을 파는 기업’이라고 부른다. 고객들은 매장까지 나와 가구를 골라야 하고 직접 차로 싣고 와 조립해야 한다. 생각만 해도 참 불편한 일이다. 하지만 고객들은 기꺼이 불편을 산다. 불편을 사면 합리적 가격과 실용적 디자인과 튼튼한 재질도 함께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케아는 고객들에게 단순히 제품만 파는 게 아니라 ‘이케아 스타일’을 판매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이케아 매출에서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40% 정도이고 나머지는 액세서리나 레스토랑 같은 것이 차지한다.

캄프라드 창업자는 이처럼 끊임없이 강점에 주목하고 그 강점을 강화해 왔다. 그 덕분에 그는 가난한 농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시골에서, 그것도 도시처럼 모여 있지 않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농가를 대상으로 가구 사업을 키워 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경험을 토대로 세계 곳곳에 매장을 내 고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이케아가 세계 모든 매장에 돌담 사진을 걸어놓은 것은 이런 경영 철학과 사업 전략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승부는 먼 곳이 아니라 ‘여기’에서 내야 한다

직장인들도 마찬가지다. 성과를 내고 성장하려면 자신의 강점을 찾아야 한다. 관심을 두지 않아서 그렇지 모든 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강점을 갖고 있다. 회사는 이 강점을 높이 평가하고 그에 따른 성과를 기대하면서 직원을 뽑는다.

약점을 우려하며 직원이 그 약점을 보완하길 기대하는 데 관심을 뒀다면 아마 채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직장인들이 최고의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은 현재 직장이다. 자신을 잘 알아주고 가장 높게 평가해 주는 곳도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이다.

더구나 현대의 직장인들은 캄프라드 창업자의 척박한 시골과 비교가 불가능할 만큼 좋아진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이 다니고 있는 직장에 수많은 기회가 산재해 있다. 단지 직장인들이 그 강점을 알지 못하고 그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관심의 초점을 약점에서 강점으로 옮기는 게 중요하다. 직장인들이 시선을 돌리면 자신만의 강점과 그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보인다.

30대 직장인이라면 회사가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하면 성과를 얻을 수 있는지 속속들이 알고 있다. 조직 안에서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고 특별히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도 확연히 눈에 들어와 있다. 따라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자신의 강점을 결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강점은 키우지 않고 약점만 보완하려고 한다면 모나지 않은 평범한 보통 사람이 될 뿐이다.

이케아는 세계 모든 매장에 걸린 돌담 사진을 통해 고객들에게 “이케아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조건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

경기 침체와 구조조정으로 위축돼 있는 직장인들이 새해에 자신의 강점을 찾고 그 강점을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부터 발휘하는 것을 고민했으면 좋겠다. 승부는 먼 곳이 아니라 먼저 자기가 다니는 직장과 자신이 맡은 일에서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