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리포트]
미래에셋 ‘베트남 랜드마크72’ 등 완판...대체투자 더 뜬다
2017년에 돈 몰릴 곳은 어디?
(사진)1시간 만에 300억원을 공개 모집하는데 성공한 ‘명동 티마크 그랜드 호텔’. /한경DB

[정리=이정흔 한경비즈니스 기자] 대한민국의 돈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감이 잡힐 듯하지만 딱히 어느 곳으로 흘러갈지에 대한 대답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동안 막연하게 접해 온 자금 흐름을 보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분석할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국민 계정, 금융회사 자산 및 수신 현황 등을 토대로 대한민국 돈의 흐름을 분석하고 2017년 금융 상품 트렌드를 정리했다.


◆‘보험연금’ 중심 방어적 포트폴리오

저성장과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가계 금융자산은 7년간 연평균 성장률 9.3%의 비교적 높은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국민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임금(피고용자 보수)은 5년 평균 5.3% 증가한 데 비해 소비는 5년 평균 3.9% 증가에 그쳤다. 경기는 좋지 않지만 시중에 돈 많은 개인들이 의외로 많다는 인식을 통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가계 금융자산은 저금리·저성장·고령화에 대비해 보험연금을 중심으로 최대한 방어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2016년 2분기를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가계 금융자산의 증가율을 조사한 결과 보험연금이 9.9%로 가장 높았다.

현금예금이 7.4%, 주식이 4.5%, 펀드 2.2% 순이었다. 보험연금은 매월 일정액을 장기간에 걸쳐 납입하고 계약 해지의 불이익도 크다는 상품적 특성이 있다.

한편 가계 자산 중 금융자산이 26.5%인 반면 실물자산은 73.5%에 이른다. 또한 부동산은 68.2%로 실물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가계 대출의 증감 등 금융자산의 변화는 부동산 경기에 밀접하게 연계될 수밖에 없다.

2016년 9월 기준 가계 대출의 69%는 금리 연 3%이며 금리 연 3~4%대는 25% 정도다. 하지만 대출금리 수준이 낮아진 만큼 가계 대출의 증가율이 크게 높아졌다.

은행의 주택 담보대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3.5%로 높아진 가운데 비은행 주택 담보대출 증가율도 15.6%로 급격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금리 하락에 따른 이자 부담 완화 효과가 발생하기 어렵다.

2016년 가계의 부동산 보유액은 평균 2억3345만원이다. 그중에서도 서울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평균 6억347만원 상승한 반면 서울 재건축 아파트는 11억3857만원(저점 대비 38.7%) 올랐다.

서울 아파트의 전월세전환율(전세 보증금이 월세로 전환될 때 적용되는 수익률)이 4.4%까지 떨어진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하면서 전세 보증금(516조원 시장)이 금융 상품으로 이전해 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항공·호텔 등 대체 투자 각광

금융권 자산의 변화를 살펴보면 은행의 경우 장기간의 예치가 필요한 정기예금(전년 대비 5.9% 상승)은 정체, 정기적금(전년 대비 2.8% 하락)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시 입출이 가능하고 비교적 높은 금리가 적용되는 저축예금(전년 대비 12.2% 상승)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그 대신 비교적 높은 금리를 제공하거나 높은 수익률이 예상되는 제2금융권으로 자금이 유입됐다. 비은행 금융회사의 수신은 평균 11.2% 증가했다. 최근 1년간 213조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2016년 펀드 설정액의 변화를 살펴보면 ‘주식형 펀드’가 뚜렷하게 감소했고 ‘채권형 펀드’가 크게 증가했다. 2016년 10월(누계) 기준으로 주식형 설정액은 72조8000억원으로 연초 대비 10.6% 감소했다. 이에 비해 채권형 펀드 설정액은 110조8000억원으로 연초 대비 30.3% 증가했다.
2017년에 돈 몰릴 곳은 어디?
이런 흐름을 통해 공통점을 짚어보면 2017년 금융 상품의 트렌드를 예측할 수 있다. 먼저 ‘4%대 수익률’ 시장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이미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 흐름이 ‘중위험·중수익’에서 ‘저위험·저수익’으로 전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5년 홍콩H지수의 급락 등에 대한 영향으로 중위험·중수익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면서 2016년 ELS 발행이 축소된 것이 이를 보여준다. ‘1년도 길다’며 장기간 투자에서 단기간 투자 상품으로의 자금 이탈이 빨라지고 있다.

채권 투자의 매력이 떨어지는 것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2013년 이후 국내에서는 채권형 펀드의 자금 유입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하지만 2016년 말 금리 상승과 함께 이와 같은 채권형 투자 쏠림 현상은 크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형으로 집중된 펀드 자금이 향후 흘러들어갈 대안 제시가 절실하다.

투자 대상이든 수익률이든 운용 전략이든 ‘실체’가 보이는 상품에 투자하는 경향도 뚜렷해졌다. 투자수익률이 막연하고 운용 전략의 인지도가 낮은 주식형 상품보다 부동산·항공기·대체 투자와 같은 ‘투자자가 눈으로 보고 이해하기 쉬운’ 상품이 부상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종합해 보면 2017년 완판 상품의 조건은 ‘단기 투자+수익률 확정+4%대+대상을 눈으로 볼 수 있는 투자 상품’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미래에셋증권의 ‘베트남 랜드마크72 자산유동화증권’이다. 6개월 만기에 4.5% 확정 수익률을 제시해 이틀 만에 2500억원어치를 판매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투자증권에서 판매한 ‘명동 티마크 그랜드호텔’ 펀드도 5.5%의 수익률을 보증(하나투어 연대보증)하며 300억원을 공개 모집한 결과 1시간 만에 완판됐다. ‘ 대체 투자 상품’이 더욱 부상하는 이런 흐름은 2017년에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판단된다.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