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 성숙기 진입한 모바일 게임]
모바일 성숙기 고사양 RPG 홍수…투자 여력 따라 게임 업체 극과 극
넥슨·넷마블·엔씨 '빅3' 매출 비율 70%…'쏠림 현상' 심화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모바일 게임 시장이 양극단을 걷고 있다. 기기의 발달로 PC 온라인 게임에서만 가능했던 고화질·고사양의 초대형 역할수행게임(RPG)이 모바일 시장으로 침투하면서 자본과 유통망을 앞세운 대형 업체의 시장 장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3분기 누적 기준으로 넥슨·넷마블게임즈·엔씨소프트 등 ‘빅3’의 매출은 3조2649억원이다. 이들 세 기업이 상위 20개 게임 업체(비상장사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제외)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70.0%다(하단 표 참조). 이는 지난해 1년간 빅3의 매출 비율 67.4%보다 2.67%포인트 확대된 것이다.

이처럼 매출 편차가 커지는 데는 모바일 게임 판에서 RPG 장르의 확장이 주효했다. 마케팅 업체 애드웨이즈가 지난해 구글플레이 스토어 매출 기준 상위 게임 100개를 조사한 결과 RPG 장르의 1인당 결제율(ARPU)은 하루 평균 1481원으로 가장 높다. 액션(723원)과 카드 교환 게임(625원), 퍼즐(158원) 등 다른 장르 게임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올해에도 게임업계의 매출순위는 RPG로 기울었다. 시장조사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구글플레이 매출 상위 게임 10개 중 5개가 RPG다. 이중 3개는 넥슨과 넷마블의 RPG로 절반을 넘었다.

빅3의 매출도 모바일 게임, 특히 RPG의 국내외 성공이 견인했다.

넥슨이 지난해 11월 출시한 초대형 RPG ‘히트’는 태국, 홍콩, 대만 등지서 매출순위 10위 안에 진입하며 전 세계 누적다운로드 수 1300만을 돌파했다.

넷마블은 ‘세븐나이츠’, ‘스톤에이지’ 등의 RPG로 일본과 홍콩, 대만 등지서 최고매출을 기록하며 지난 3분기 누적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이 회사는 12월 14일 출시한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2 레볼루션’이 출시 첫날에만 70억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해 넷마블에 2위를 내주며 절치부심한 엔씨소프트 또한 자사 슈퍼 IP인 ‘리니지’를 PC온라인게임에서 모바일로 최적화한 RPG ‘리니지 레드나이츠(RK)’를 출시했다. 업계에선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IP’로 자사 개발한 ‘리니지 RK’ 외에도 넷마블의 ‘리니지2:레볼루션’을 통해 모바일시장의 신흥강자로 거듭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넥슨·넷마블·엔씨 '빅3' 매출 비율 70%…'쏠림 현상' 심화
(사진) 주요 게임기업 20개사 매출 현황. /한국콘텐츠진흥원

반면 중소게임사 상황은 사뭇 다르다. RPG는 PC 온라인 게임 만큼의 인력과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에 대형 게임사와 같은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2012~2013년 당시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며 코스닥에 상장한 게임사 일부는 RPG 홍수 속에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국민게임 ‘애니팡’의 주역 선데이토즈는 올 3분기 누적매출 535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1%, ‘쿠키런’의 주역 데브시스터즈는 71억원으로 57.7% 감소했다. 특히 데브시스터즈는 상장 이후 9분기 동안 실적 악화가 이어지면서 주주들의 비판에 직면, 최근 자사주를 매입했다.

게임업체 간 격차는 앞으로 더 벌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와 구멍가게 전쟁이 게임 판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며 “게임업체 간 ‘부익부빈익빈’ 현상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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