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 성숙기 진입한 모바일 게임]
만성적인 ‘주 60시간’ 근무…게임 종사자 2년 새 11% 감소
‘레드오션’ 모바일 시대, 개발자의 눈물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업계의 이익은 다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모바일 게임 성장과 함께 국내 게임 시장 규모가 11조원대로 커졌지만 업계 종사자의 질은 크게 하락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포화에 이른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생존을 위한 게임 업체 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게임 산업 종사자들의 업무 강도가 점점 더 세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고된 업무 환경을 바꾸기 위해선 게임사의 만성적 야근 문화와 정부 정책의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펴낸 ‘2016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게임 제작과 배급 업체 종사자는 2014년보다 9.6%(3776명) 감소한 3만5445명으로 집계됐다. 2013년 4만여 명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2년 새 11.3%(5000여 명)가 이 업계를 떠났다.

플랫폼별로 성장세가 줄어들고 있는 PC 온라인 부문이 전년보다 24.8% 줄며 종사자 감소의 원인으로 꼽혔다. 모바일 게임은 성장세에 따라 31.3% 정도 종사자가 늘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은 반비례한다고 주장했다. 김환민 게임개발자연대 사무국장은 “주 60시간을 넘는 근무가 만성적으로 계속되면서 과로로 인한 게임 노동자들의 자살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며 “모바일 게임 시대에 접어든 2012년 이후 지금까지 쌓인 것들이 표출되면서 앞으로의 상황은 점점 더 심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올해 대형 게임 업체 2곳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난 자살 등의 사고사만 네 건이다. 이 중 횡령 등의 개인적 사유가 드러난 사례를 제외하면 업무 과중에 따른 과로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한국의 게임 개발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며 “노동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한 제2, 제3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게임개발자연대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게임사의 수직적 구조와 게임을 마약과 같은 중독으로 보는 정부 정책의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사무국장은 “넥슨·넷마블 등 대형 퍼블리셔(배급사)가 자본을 쥐고 개발사와 개발자들이 이를 따라가는 구조가 되면서 복지 개선보다 이들의 사내 문화에 맞추는 수직적 관계가 고착화하고 있다”며 “이미 만성화된 현실을 탈피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12년 ‘셧다운제(16세 미만 청소년에게 심야 시간 인터넷 게임을 제한하는 제도)’로 대변되는 게임중독법의 규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시스템이 갖춰진 대형 퍼블리셔만 살아남아 게임 업체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중소 게임사 및 개발자들이 생존하는 길은 요원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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