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금융 당국, 상반기 내 가상통화 제도권 편입 추진…달아오르는 비트코인 투자 열기
"1년 수익률 300%" 치솟는 비트코인, 올라타도 돼?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비트코인은 탄생 이후 지금까지 '드라마틱'한 가격 변동을 보여왔다. 일 년만에 100배 가격이 뛰는가 하면 하루만에 반토막이 나는 일도 다반사다.

널뛰는 비트코인 시세는 투자자들에겐 그만큼 강렬한 '수익률의 유혹'으로 다가오지만, 다시 말해 이는 그만큼 위험성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투자와 투기, 비트코인은 여전히 그 모호한 경계선 위에 서 있다.

최근 정부가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의 ‘제도권 편입’을 추진 중이라고 밝히며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보다 높아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 비트코인 관련 업체들에 대한 규율 근거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비트코인 투자, 이제 믿고 뛰어들어도 되는 것일까.

◆ 비트코인의 화려한 부활

2013년 비트코인 가격은 1년 만에 13달러에서 1160달러까지 무려 100배 가까이 치솟았다. 그러나 화려한 절정도 잠시, 다음해인 2014년 세계 3대 비트코인 거래소의 해킹 사건에 직격탄을 맞은 비트코인 가격은 순식간에 140달러까지 고꾸라졌다. 이후로도 오랫동안 비트코인은 큰 영향력을 회복하지 못한 채 비실거렸다.

다 죽은 줄 알았던 비트코인은 최근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난해 12월 22일 ‘심리적 저항선’인 800달러(약 103만원)를 넘어선 뒤 2월 24일 기준 1201.15달러(약 133만원)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초만 해도 400달러(약 40만원)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남짓한 사이에 무려 3배가 뛰어오른 가격이다.
"1년 수익률 300%" 치솟는 비트코인, 올라타도 돼?
(그래픽) 2016년 3월~2017년 2월 비트코인 가격 동향, 1년여 만에 비트코인 시세는 400달러에서 1200달러로 3배 가량 뛰었다. /권민정 기자

전문가들은 지금 비트코인의 상승세는 과거와 다르다고 말한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초창기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불신과 의심’이 컸다면 지금은 ‘확신’의 단계에 접어든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유용한 결제 수단으로 인정받을 만큼 위상이 높아진 데다 전 세계적인 비트코인의 거래량도 하루 2조원 규모에 달할 만큼 관련 산업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 주요 근거다.

2008년 나카모토 사토시(가명)가 만들어 낸 비트코인은 지폐나 동전처럼 물리적인 형태가 존재하지 않고 검증 받은 발행 기관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6년 12월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약 170억 달러, 우리 돈으로 20조원 규모에 달한다. 하루에 거래되는 비트코인의 규모만 대략 1조~2조원이다.

비트코인의 핵심은 ‘분산화된 거래 시스템’에 있다. 예를 들어 달러나 원화 등은 각 정부의 중앙은행에서 발행권을 갖고 있고 이를 통한 통제가 가능하다.

비트코인은 이와 같은 중앙집권적 기구의 통제 없이 누구나 발행(채굴)할 수 있고 개인과 개인의 자유로운 거래가 가능하다. 일종의 ‘모두에게 공개된 거래 장부’ 시스템을 도입한 것인데, 이것이 바로 ‘블록체인’이다.

◆ 국내 비트코인 거래 “하루 350억원”

국내 비트코인거래소 코인원의 신원희 이사는 “전 세계를 통합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 비트코인의 가장 큰 힘”이라며 “증권사(미래에셋증권) 출신으로 바라봤을 때는 전 세계 글로벌 마켓이 하나의 시장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이 투자재로서 비트코인이 갖는 큰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애플의 주식은 미국의 증권거래소인 나스닥에서 거래해야 한다. 이에 비해 비트코인은 전 세계에서 동시에, 동일한 상품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거대한 주식시장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 와중에 세계의 정치·경제 환경도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각국의 자본 통제와 고립주의가 강화될수록 ‘발행 기관 없이 자유로운 금융 네트워크’를 지닌 비트코인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예상이다.

실제로 최근 비트코인의 시세를 끌어올리는 가장 큰 원동력으로 ‘위안화 약세’가 지목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달러 강세가 본격화되면서 중국의 부자들이 위안화 자산을 달러로 옮기는 과정에서 비트코인에 유입되는 자금이 폭증했다.

중국은 위안화 해외 반출을 연간 5만 달러까지만 허용하고 있는데, 이를 피하기 위한 용도로 비트코인을 활용한 셈이다. 중국은 현재 전 세계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의 90% 비율을 차지한다.

중국 당국이 비트코인을 통한 외화 유출 단속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도 글로벌 경제에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금과 같은 안전 자산을 대신해 ‘비트코인’을 찾는 세계 각국의 자산가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글로벌 경제학자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1년 수익률 300%" 치솟는 비트코인, 올라타도 돼?
전 세계적으로 비트코인의 가치가 급등하면서 국내에서도 비트코인에 관심을 두는 투자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비트코인거래소 코인원에 따르면 2015년 국내에서 거래된 비트코인의 연간 총 거래 금액은 5620억원이었다. 이에 비해 2016년 연간 총 거래 금액은 1조5000억원을 넘어선다. 1년 사이에 시장 규모만 약 3배 정도 커졌다.

국내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인 빗썸의 강두식 운영팀장은 “지난 1월 5일 하루 동안에만 약 350억원어치의 비트코인이 거래됐다”며 “1월 한 달 동안에만 3000억원 이상으로 역대 최고 거래 금액을 달성했다”고 비트코인에 대한 뜨거운 열기를 전했다.

현재 국내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있는 투자자들의 연령대는 대부분이 3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 남성이 대부분으로 50%의 비율을 차지한다. 비트코인 투자에 관심은 높지만 아직까지는 개념조차 낯선데다 기술적인 부분들이 복잡하기 때문에 섣불리 투자에 뛰어들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 번 투자를 시도한 뒤 재미를 느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재투자 비율이 매우 높은 편이라는 게 국내 비트코인거래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돈이냐 상품이냐”…세계는 논쟁 중

이처럼 비트코인의 거래량이 증가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문제가 ‘정부의 규율’과 관련된 부분이다. 현재 미국·유럽·일본 등에서는 이와 관련한 논의가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대부분은 조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비트코인 투자를 할 때 원자재와 같은 상품으로 본다면 ‘부가가치세’가 부과되지만 화폐로 본다면 소비세가 붙지 않는다.

아직까지 이에 대해 비트코인이 ‘화폐인지 상품인지’ 그 성격을 명확히 규정한 국가는 없다. 지난 1월 일본이 비트코인에 소비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이는 일부 화폐의 기능을 인정한 수준이다. 미국도 비트코인에 부가가치세를 매기고 있지는 않지만 화폐인지 상품인지에 대한 법정의 판결이 엇갈리면서 뜨거운 논의가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편입하려는 움직임이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 가상통화의 제도권 편입 계획이 추진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다. 이미 비트코인 거래량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제도적 기반이 없어 규제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만큼 건전한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가상화폐 통화 제도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 각국의 규제 현황과 시장 동향을 조사하는 등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다만 국내에서도 ‘비트코인이 화폐인지 상품인지’ 지금 당장 정확한 정의를 내리겠다는 얘기는 아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비트코인에 대해 명시적으로 법적 규제를 갖추지 않더라도 이와 같은 가상통화가 널리 통용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가상통화 취급업에 대한 규율 근거를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오는 상반기까지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에 ‘기타 전자금융업무 등’으로 가상통화의 이체·송금·보관 등의 업무를 포함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할 방침이다.

취급 업체에 이용자의 자산 보호나 거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의무를 부과하는 시행령, 감독 규정 등도 상반기 내 발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자금 세탁 방지 등 거래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국내 비트코인 거래소 등 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정부의 제도화 방침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강두식 운영팀장은 “비트코인에 대한 국내의 인식이 부정적이었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인정받지 못하는 가상화폐’라는 것이었다”며 “투자자나 소비자들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환영의 뜻을 비쳤다.

비트코인 관련 산업이나 투자를 활성화하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내에 관련업에 대한 규제가 마련된다면 전문적인 투자 기관에서도 비트코인을 하나의 투자재로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자산 운용사 등에서 ‘비트코인 펀드’ 등을 추진했지만 법적인 규제 미비 등의 이유로 무산된 경우가 여러 번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비트코인을 활용한 다양한 금융 상품이 개발될 여지가 커지는 셈이다.

◆글로벌 ETF 수익률 1위는 ‘비트코인’

블룸버그에 따르면 2016년 파생형을 제외하고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중에서 연간 수익률 1위를 차지한 상품은 비트코인 가격을 추종하는 비트코인 트래커 원(Bitcoin Tracker one)이었다. 연간 수익률만 무려 142.68%에 달한다.

더 놀라운 것은 3위도 비트코인 ETF가 차지했다는 점이다. 비트코인 트래커 유로(Bitcoin Tracker EUR)로 수익률은 132.78%다. 비트코인 트래커 시리즈의 발행사는 XBT프로바이더(Provider)다.

고객이 ETF에 투자하면 같은 금액의 비트코인을 사들이고 되팔 때도 마찬가지로 같은 금액의 비트코인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현재 스웨덴·스톡홀름·나스닥 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투자재로서 비트코인에 주목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이미 전 세계적으로는 이와 같은 비트코인을 활용한 투자 상품이 다양하게 시도되는 중이다. 글로벌 금융시장 최초의 비트코인 투자 펀드는 그레이스케일인베스트먼트의 ‘비트코인 인베스트먼트 트러스트’다. 2013년 사모로 설정됐는데 2015년부터 장외시장(OTC)에서도 거래되고 있다.

최근에는 윙클보스 형제도 비트코인 ETF 상장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이들은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와 소송을 벌인 것으로 유명하다. 윙클보스 형제가 개발한 윙클보스 비트코인 트러스트 ETF는 나스닥에 상장하기 위해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심사 중이다.

승인 여부는 오는 3월 11일 최종 결정된다. 윙클보스 인덱스는 미국 달러로 거래 가능한 5개 비트코인 거래소 가운데 거래량 기준 상위 3개 비트코인 가격으로 산출된다. 국내에서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이 국내 첫 비트코인거래소인 코빗과 제휴해 비트코인 ETF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년 수익률 300%" 치솟는 비트코인, 올라타도 돼?
(사진) 미국에서 비트코인 ETF 상장을 추진 중인 윙클보스 형제. /연합뉴스

최창규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미 세계적으로 비트코인이 투자의 대상으로 자리 잡아감에 따라 향후 국내에서도 다양한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투자자들도 비트코인에 간접투자할 수 있는 다양한 길이 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이와 같은 비트코인 ETF나 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투자자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국내 비트코인 거래소들을 통해 비트코인을 직접 거래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는 10여 개의 비트코인거래소가 활동 중인데, 그중 거래 규모가 가장 큰 업체는 빗썸(점유율 67%)·코빗(20%)·코인원(13%)이다. 이 외에 해외 거래소를 이용한 거래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현재 글로벌 기준으로 비트코인 거래량이 가장 많은 곳은 일본의 비트플라이어(bitFlyer)·코인(Quoine), 홍콩의 비트피닉스(Bitfinex) 순이다. 일본의 비트코인 거래소들은 현재 수수료를 받고 있지 않고 중국에선 0.2%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이 밖에 글로벌 거래소들의 수수료는 평균 0.05~0.2% 수준이다. 국내 업체들의 평균 수수료는 0.1% 수준이다.

◆ “100원 단위부터 거래 가능”

특히 국내에서는 비트코인에 관심 있는 투자자들 중에서도 1비트코인에 100만원이 넘는 가격에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최소 단위가 소수점 여덟 자리여서 분할 매수·매도가 가능하다. 100만원이 아니더라도 100원 단위부터 얼마든지 투자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밖에 최근에는 비트코인을 활용한 외화 환전 플랫폼도 활성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원화를 미국 달러화로 바꾸길 원한다고 하자. 국내 투자자가 일정한 금액을 원화로 입금하면 비트코인거래소가 이를 비트코인으로 바꾼 뒤 환전 국가인 미국의 비트코인 거래소에 달러로 되파는 식이다.

투자자로서는 사용이 간편한데다 환전 수수료 또한 ‘몇 백 원’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빗썸·코빗 등에서 이와 같은 해외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코인원도 지난해 8월부터 ‘크로스’라는 해외 송금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그만큼 ‘높은 가격 변동성’에 대한 투자자의 주의도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해킹의 위험성’ 또한 자주 언급된다.

이에 대해 강두식 운영팀장은 “안전한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외부 회계법인과 에스크로 계약을 통해 회원 예치금을 별도 보관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와 함께 투자자들의 보안 의식을 높이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신원희 이사는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무엇이든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합리적으로 접근하면 투기가 될 수밖에 없다”며 “관심이 있는 투자자들은 아주 소액부터 시작해 조금씩 거래액을 넓혀 가는 방식을 권한다”고 신중한 투자를 당부했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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